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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신교 성자, 이세종 삶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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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신교에도 성자 있다”…이세종의 삶 조명


이세종선생기념사업회 28일 세미나
구한말 신앙 가진뒤 전재산 나눠주고
육식 않고 하루 한끼만 먹으며 금욕
모든 생명 존중하는 생태적 삶 살아


이세종.jpg

*지난 2012년 12월 전남 화순군 도암면 등광리 이세종 선생 생가터를 방문한 개신교 순례자들.


성인이나 성자 하면 대부분 가톨릭 수도자들이다. 베네딕도 성인, 프란치스코 성인, 돈보스코 성인 등. 한국 가톨릭에서도 김대건 등 103위가 바티칸으로부터 ‘성인’으로 추존됐지만, 덕(德)을 베푼 삶으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순교’를 인정받아서였다.


그런데 개신교에서 서양의 위대한 성인 못지않은 성자로 인정할만한 영성가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구한말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인 뒤 놀라운 삶의 행적을 보인 이세종(1877~1942) 선생이다.

이세종선생기념사업회가 오는 28일 광주광역시 광주와이엠시에이(YMCA)에서 여는 ‘성자 이세종의 생애와 사상 세미나’에선 이세종의 삶을 최초의 은둔 수도자 안토니 성인, 프란치스코 성인과 비교한 발표가 이뤄진다.


이세종은 전남 화순군 도암면 등광리 개천산 아래에서 태어났다. 머슴살이 등을 통해 100마지기 농사를 짓는 부농이 된 그는 40살에 성경을 읽고 그리스도교를 신앙한 뒤 전재산을 빈자 등에게 나눠 주고 부인과도 금욕한 채 모든 생명을 생명으로 존중하는 삶을 산 이인이었다. 엄두섭 목사가 쓴 <맨발의 성자>의 주인공으로, 폐병환자들을 돌보다 폐병에 걸려 숨진 이현필 선생이 그의 제자다. 또 소설가 문순태가 쓴 <성자의 지팡이>의 주인공으로 나환자들의 아버지이자 광주지역 시민사회의 대부로 불린 최흥종 목사, 함석헌의 스승인 유영모, 강순명·백영흠 목사 등 존경받는 개신교 지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근대 3대 신학자 중 한명이었던 정경옥 교수(감신대)는 1937년 이세종을 만나본 뒤 “서방교회의 성인 못지 않은 훌륭한 영성가”라고 평했다.


유은호 교수(한영유니온개혁신학교)는 미리 공개한 ‘이세종의 생애와 영성사상’ 논문에서 “이세종은 추울 때나 더울 때나 홑바지 저고리 하나만 입고 지내 사람들이 걸인으로 여겼고, 육식도 금한 채 쑥범벅 위주로 하루에 한 끼만 맨땅에 놓고 먹었다”며 “제대로 차려입고, 잘 갖춰 먹으면 마음이 교만해진다고 이렇게 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이세종의 생활은 육식을 하지 않고 하루에 한끼 혹은 2~3일에 한끼만 먹은 안토니 성인과 그의 영향을 받은 이집트의 동방 수도사들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또 “이세종은 죽기 전 마지막 3년 신사참배를 피해 화학산 한새골에서 지내는 동안 전혀 세수도 목욕도 하지 않아 손가락 끝만이 짐승 발톱처럼 하얗게 드러나 있었다고 한다”며 “이런 금욕적인 모습은 니트리아의 수도사 이시도르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이세종의 생태가적 면모도 조명했다. ‘보통 사람들이 혐오하는 쥐나 뱀까지도 죽이지 않고 보호하고, 풀 한 포기도 다치게 하지 않았던 이세종은 모든 피조물을 사랑했던 프란치스코 성인과 같은 생태적 영성가였다’는 것이다.
한편 최광선 교수(호남신대)는 “이세종의 생태사상은 송나라의 장재나 왕양명의 사상과 맥이 닿아 있으며, 조선 민중의 생태적 감수성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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