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하는 자신의 염원을 형이 가로지를 것을 예기치 못했으며 윤국은 자신과 양현이 앞에 홀연히 나타날 송영광을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들 네 사람뿐만 아니라 명희나 양현에게도 그들에게 허용된 시간의 짜임새는 실로 기기묘묘하면서도 잔혹했다 할밖에. 그러나 인생이란 겨울 햇볕과도 같이, 쏟아지는 폭설과도 같이, 쩡! 하고 굉음을 지르며 스스로 몸을 가르는 빙하와도 같이, 그리고 동천에 얼어붙은 달과도 같이, 물론 봄의 환희와 여름의 정열도 있지만, 어디 사람의 삶만이 그러했겠는가. 삼라만상, 억조창생 생명 있는 것은 그 모두가 시간과 자리, 혹은 공간이라는 엄연한 십자가 밑에서 만나고 이별하며 환희와 비애를 밟고 지나가는 것이다. 욕망의 완성은 없다. 그것은 인간의, 생명의 불행인 동시에 축복이다. 종말이 없는 염원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토지 12-5부5권>(박경리 지음, 나남출판사) 중에서 |
↧
욕망의 완성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