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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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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도 허리 숙여 인사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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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때리는 짓은 곧 한울님을 때리는 것”

정신개벽 운동 주창하는 천도교 박남수 교령


 
천도교를 빼놓고 한국 근대사를 말할 수는 없다. 1860년 수운 최제우가 창교한 천도교는 3대 교주 의암 손병희가 1905년 천도교로 개명하기 전까지 동학이었다. 동학교도들은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의 명에 의해 1894년 외세와 봉건에 맞선 동학농민혁명으로 근대의 첫새벽을 열었다. 이어 3대 교주 의암 손병희의 주도로 1904년 근대화 운동인 갑진개혁운동, 1919년 3·1운동을 전개했다.


천도교의 핵심 사상은 시천주(侍天主: 한울님을 안에 모시고 있음)와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곧 한울임), 사인여천(事人如天: 사람을 한울님처럼 여김)이다. 동학운동과 3·1운동은 이런 진리에 따라 왕이나 양반, 외세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된 세상을 열기 위한 실천이었다. 손병희의 사위인 소파 방정환에 의해 시작된 어린이운동이나, 여성운동도 100여년 전 천시된 어린이나 여성도 ‘한울님’이라는 인내천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따라서 초기 동학교도들은 모두가 ‘한울님을 모신 인간’이라는 깨달음에 따라 어린아이에게도 깊게 허리 숙여 인사하며 존중했다.


어린이집 폭행사건은 인간존엄 파괴
“물질 노예로 근본정신 잃어버려”
보육교사 규제 앞서 사람다움 각성을
‘남쪽 원만해지면 북쪽 강물도 바뀌어’
남쪽이 먼저 존중하면 북도 저절로
‘3·1운동 100돌’ 앞두고 정신개벽 운동


천도교1.jpg 

*박남수 천도교 교령
 


이 운동을 이끌고 있는 천도교 박남수(72) 교령을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신용구 전 교령의 강연에 감화를 받고 입교한 그는 사업체를 이끌다 2013년 4월 교령에 취임했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정신개벽을 다시 이뤄내 보겠다는 그는 올해 초 천도교중앙총부 교역자 30여명과 서울 우이동 봉황각에서 1주일 철야 주문수도를 마쳤다. 3·1운동 전 1주일씩 7차례의 수련대회를 통해 483명의 핵심 일꾼을 길러낸 손병희의 전례를 따라 정신개벽 운동의 시동을 건 것이다.


“최근 일어난 인천어린이집 폭행 사건은 보육교사가 아이를 때린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세상이 아이를 때린 것이다. 아이는 저항도 변명도 할 수 없다. 사람들 중에서 가장 약한 존재다. 아이를 때린 건 미래의 희망까지 때린 것이다. 인간 존엄이 마지막 선까지 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서 더 무너지면 길이 없다.”
박 교령은 ‘아이를 때리는 것은 곧 한울님을 때리는 것이다. 아이를 때리면 그 아이가 반드시 죽으리니 일체 아이를 때리지 말라’라는 경전구절을 인용하며 “‘죽는다’는 건 태어날 때 가지고 나온 아름다운 심성을 해치게 된다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가 인용한 구절은 해월신사의 말씀인 대인접물(對人接物)편에 있다. ‘대인접물’이란 ‘사람과 사물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가르침이다.


이에 대해 박 교령은 “처음엔 물질의 풍요가 인간을 살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반대였다. 사람은 갈수록 물질의 노예가 되었다”며 “세월호 참사와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유치원 어린이 폭행 사건 등이 하나같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이고 생명이란 근본정신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는가”고 물었다.
“그런 사건에서도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바꾸지 못한다면 사건은 여전히 재앙으로 남을 뿐이다. 그런 사건을 ‘새로운 세상을 만들라’는 계시로 여기고, 교훈을 얻어 제정신을 차려 인간성을 살려내야 한다. 세상에선 정치인은 정치인답고, 교육자는 교육자답고, 상인은 상인다워야 한다는데 틀린 말이다. 정치인도, 교육자도, 상인도 모두 사람다워야 한다. 권모술수라도 써서 승리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모두가 인간다워져야 한다. 사람됨을, 인간성을 찾아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보육교사도 사람의 존귀함에 대한 각성이 있어야지 규제만 강화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천도교2.jpg


박 교령은 교령 취임 전부터 통일운동을 펼쳐왔다. 그가 3·1운동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그 정신으로 돌아갈 때 우리가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으리란 믿음 때문이다.
“수운 선생님은 ‘남진원만 북하회’(南辰圓滿北河回)라고 했다. ‘남쪽이 원만해지면 북쪽도 강물을 바꾼다’는 뜻이다. 신용구 전 교령은 영호남도 하나가 못 되는데 어떻게 남북이 하나가 되겠느냐고 했다. 남쪽이 하나가 될 만큼 각성이 되면 북쪽도 저절로 바뀌게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 남쪽부터 변해야 한다.”


천도교의 사상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 핵심이다. 박 교령은 남남도 남북도 존중으로 열 수 있다고 본다. 그는 “만약 지금 같으면 전민족이 하나가 된 3·1운동을 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개신교 신자가 20만명이던 당시 천도교는 2천만 동포 중 신자 300만명으로 단독으로 운동을 전개할 수 있었지만 전민족 운동이 되도록 하기 위해 자신을 비우고 함께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교단도, 단체도, 지역도, 남북도 자기만 내세우지 말고 큰마음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천도교는 동학농민혁명 120돌을 정리하며 오는 23일 오전 10시~오후 5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사람, 다시 하늘이 되다’를 주제로 ‘동학사상 확산 토론회’를 연다. 동학사상 확산을 위한 첫 실천은 3·1운동 100돌(2019년)을 앞두고 3·1정신을 되찾기 위한 정신개벽 운동이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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