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행복을 사는 방법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중에서
얼마 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과거에 전세사기를 당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부동산중개업자를 자칭한 사람이, 집주인한테는 월세를 낼 세입자를 구해주기로 하고 실제로는 전세 세입자를 구했다. 집주인한테는 월세 보증금만 건네준 뒤 나머지 전세금을 갖고 도망간 것이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같은 동에서 그 연예인을 포함한 여러 명의 세입자가 같은 사람에게서 이런 사기를 당했다. 그들은 함께 사기꾼을 상대로 수년간 법정소송을 벌였던 터다.
신기했던 것은 연예인을 포함해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사기를 당하고 난 뒤 오히려 경제적으로 잘살게 되었다는 점이다. 먹고 싶은 것 있어도 참고, 사고 싶은 것 안 사면서 단역을 전전해 번 돈을 알뜰하게 모아 강남 아파트 전세 입성을 코앞에 두었던 그 연예인은 그렇게 아등바등해 모은 돈이 사기로 모두 날아가자 ‘이렇게 살면 뭐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후부터는 먹고 싶은 것 다 사 먹고, 사고 싶은 게 있으면 돈을 아끼지 않고 샀다고 한다. 그즈음부터 일도 잘 풀리기 시작해 이제는 생활이 많이 여유로워졌다고 했다.
사기 피해자 중에는 당시 결혼을 일주일 앞두고 있던 예비 새신랑도 있었다. 그 역시 악착같이 돈 모아 마련한 전세 아파트가 날아가버리게 되었는데, 엉뚱하게도 사기당한 직후 차를 샀다고 한다. 그동안 참고 살았던 것이 억울해서였다고. 이후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며 잘살게 된 그는 “돈을 쓰니까 돈이 벌리더라”고 말했다.
물론 ‘사기를 당했기 때문에 잘살게 되었다’는 공식이 있을 리는 없다. 그들은 아마도 과거에 구두쇠 소리를 들어도 충분할 만큼 아끼고 살았을 것이다. 나름 열심히 살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주위 사람에게 야박하게 굴었을 수도 있다.그러나 사기를 당한 뒤 그렇게 노심초사한다고 욕심이 채워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집착을 놓으면서 아량이 생기지 않았을까. 자린고비가 되기보다는 베풀다 보니 인심도 사고 생활도 즐거워져서 일도 잘 풀리지 않았을까.
경제적으로 팍팍하다 보면 누구나 한 푼이라도 덜 쓰고 움켜쥐고 싶어진다. 하지만 길게 보면 덜 쓰려고 하기 때문에 생활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돈 자체를 목적으로 삼기보다, 나의 생활을 즐겁게 하고 내 주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돈을 쓸 수 있다면 돈은 그냥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더 큰 행복을 짊어지고 올지도 모른다.
정형외과 전문의 김현정은 자신의 책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에서 ‘친구보험’이란 말을 썼다. 없는 살림에 부담이 되고,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사보험에 드는 대신 친구보험을 대안으로 삼으면 어떨까 하며 한 사례를 소개했다.
한 사람이 갑작스레 병에 걸려 치료비 3000만원이 들게 되었는데 그만한 돈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자 지인들이 돈을 모았고 그걸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병원비로 쓸 여윳돈조차 없었을지라도 따뜻한 마음을 많이 베풀고 산 부자였던 모양이다.
‘돈으로 행복을 산다’는 말은 어떤 면에서는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 진짜 행복을 위해 돈을 쓸 수만 있다면 말이다.
휴리 심플라이프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