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잘 된 연주'란 뭘까? 바르디 선생님이 강조하시는 '마법의 그 순간'을 만든 연주? 선생님은 관객이 집에 돌아가서까지 또렷이 기억해 모든 사람과 공감하고 싶은, 그러나 누구에게도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말로는 설명할 길이 없는 단 한번의 '매지컬 모먼트'가 있었다면 그 음악회는 성공한 거라 하신다. 그거라면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완벽한 예다. 화려한 테크닉과 환상성 가득한 독창적 음악세계가 그의 장기인 것 같지만 역사적인 그의 모스크바 귀환 리사이틀을 보면 주무기는 따로 있음을 알 수 있다. 1000여명의 관객을 일제히 압도하는 피아니시모.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단 한 음. 탄성마저 허락되지 않는 그 순간. 그건 연주하는 우리도 분명 느낀다. 실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신앙적 체험'과도 같은 그 쾌감. 그런데, 지극히 관객의 반응에 좌우되는 이 순간이야말로 혹 순수한 환상에 불과한 것은 아닌까?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손열음 지음, 중앙북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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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된 연주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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