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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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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속 숨겨진 모습, 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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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속 숨겨진 모습, 허세



글의 주인공 청소년들은 살레시오 남녀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마자렐로센터>와 <살레시오 청소년센터>에 현재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법원에서 ‘6호처분’이라는 재판을 받았습니다. '6호 처분’이란 소년법 제32조에 의한 보호처분을 말합니다. 비행성이 다소 심화되어 재비행의 우려가 있는 청소년을 교육을 통해 개선하기 위한 법입니다. 센터에 머무는 법정기간은 6개월이며 퇴소 후 집으로 돌아갑니다.


주인공 청소년들 가슴에는 대부분 아픈 가정사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린 나이에 인생의 산전수전을 참 많이 겪었습니다. 이 글은 유혹과 열정, 막무가내 용기로 살았던 자신들의 경험을 진솔하게 들려주면서 그것을 통해 같은 청소년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을 전하는 또래 멘토들의 이야기입니다. 
 



학교에서 나는 주로 친구들을 왕따 시키는 쪽에 속했다. 내가 왕따 시키는 기준으로 억울하게 당한 애들도 있겠으나 내 쪽에서 판단할 때 거짓말 잘 하는 아이, 이간질 시키는 거의 그런 아이들이었다. 준 것도 없는데 막 미움 마음이 들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는데 그 얘는 말만 하면 거짓말이어서 이것도 거짓말이겠지 하는 생각에 듣기 싫고 나중에는 꼴도 보기 싫었다. 지나가다 만나기라도 하면 괜히 시비 걸고 싶었다.


공부 때문에 왕따 시키기는 안했다. 나처럼 학교에서 사고를 많이 치는 아이들은 공부가 바닥이다. 그래서 굳이 공부를 못한다고 깔보고 그런 일은 없었던 것 같다. 또 내가 공부를 잘 해야 되겠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어서 공부 잘 하는 친구에게 시기나 질투 그런 것은 없었다. 또 가정환경이 안 좋다는 걸로 왕따시키거나 때리진 않았다. 요즘에는 부모님 중 한 분만 계시는 집들이 참 많지 않는가. 중1 때는 나도 친구들이랑 고루고루 잘 놀았다. 그러다가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마음에 안 든 애들이 한두 명씩 생기다보니 왕따를 시켰다.


내가 왕따 시킨 지애는 엄마, 아빠가 다 계셨다. 지애는 초딩 때부터 왕따 소문이 있었는데 그 얘만 따로 우리 학교에 떨어졌다. 학교에서는 같은 반이고 또 같은 동네에 살다 보니 그런 소문이 다 들려 왔지만 처음부터 선입견으로 지애를 나쁘게 보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난 내가 보는 눈이 중요해. 내가 보기엔 그런 애 아닌 것 같은데? 니네가 뭘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


학교에서 지애는 나처럼 노는 아이들 사이에 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전따(전교에서 따돌림 당하는 아이) 같은 애들이랑 놀기보다는 나처럼 학교에서 놀고, 사고도 치고 부모들도 방관하는 아이들과 친구를 하고 싶어 했다. 이처럼 끼고 싶은 아이들은 처음에는 아부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허세를 부린다. 또 평소에도 좀 튀어 보이려고 쓸데없이 나댄다. 


지애도 그랬다. 자기가 돈이 있다면서 괜히 먹을 것을 사준다고 했다. 나는 돈이야 나도 있으니까 됐다고, 내 돈으로 사 먹을 수 있어, 하면서 같이 사먹곤 했다. 다른 아이들이 지애를 싫어해도 난 어울려 놀고 내 친구들도 소개시켜 주곤 했다. 이렇게 내가 자기랑 좀 놀아주니까 지애는 그때부터 허세를 부렸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허세가 점점 심해졌다.


지애는 인터넷 게임으로 친구를 사귀는 아이었는데 학교에 와서 막 자랑을 늘어놓았다. 내 친구가 200명인데 내일 40명 만나서 파티하고 놀기로 했다는 등. 솔직히 중학교 2학년이 몇 십 명을 데리고 파티를 하면 그 돈이 얼마며 한 사람 앞에 십 만원 씩 걷는다고 해도……. 그런데 지가 다 쏘기로 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그 돈을 지가 어디서 벌 수 있는지 진짜 말도 안 되는 그런 거짓말을 지애는 했다. 그러니까 당연히 아이들이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었다.


angrymom1.jpg

*학교폭력을 다룬 MBC 드라마 <앵그리 맘> 중에서


그런 거짓말 때문에 지애를 싫어하고 싫어하다 결정적으로 딱 싫어진 사건이 일어났다. 거의 8일간 지애가 학교를 안 나오다가 9일째 되는 날 나타났다. 난 물었다. 
  “어디 갔다 왔어?”
  “어, 남자 친구랑 해외여행 다녀왔어.”
  “어디로?”
  “일본으로.”
  “왜 하필이면 일본?”
  “남자친구 누나가 일본에 있어서…….”
  “아 그래, 아, 그렇구나.”
그러면서 처음에는 믿어주기로 했다.
  “일본 가서 뭐 했어? 뭐 봤어? 일본에는 뭐가 있어?”
하고 나는 슬쩍슬쩍 계속 떠봤다. 지애는 입을 열고 말을 하면 할수록 하나하나 앞뒤가 안 맞았다. 뭔가 거짓말을 짜내고 짜낸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
지애는 끝까지 아니라면서 자기 남자친구한테 물어봐도 된다고 우겼다. 
  “알겠어. 그럼 남자친구 전화번호 대봐. 직접 물어볼 게.” 
  “번호 못 외워.”
  “남자친구 번호도 안 외우고 다녀?”
  “어, 어, 핸드폰 찾아봐야 해. 찾아볼게.”
  “그런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지애는 한참을 찾더니 남자친구 핸드폰 번호가 지워졌다고 했다. 난 그때부터 정이 팍 떨어졌다. 나는 나한테 잘못을 안 하면 이유 없이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다. 친구들이 어떤 아이가 싫다 하여도 내가 괜찮으면 다른 아이들이 그 앨 다 싫어해도 나는 잘 해 줬다. 그러나 난 내가 한 번 싫어하면 그 아이를 죽어도 싫어하는 성격이다. 다음날 교실에서 지애를 봤는데 정말 꼴도 보기 싫었다.
  “뭘 쳐다봐, 쳐다보지 마.”


그때부터 계속 우리 둘은 사이가 틀어지고 난 지애를 왕따로 만들기 시작했다. 아, 또 생각난다. 이런 일도 있었다.

지애 그 얘는 수업이 끝나면 저가 화장품 가게에 가서 화장을 하고 그랬다. 그러면서도 한다는 말이 지네 엄마가 몇 백만 원짜리 화장품을 사 줬다며 무슨 비싼 화장품 이름을 대면서 아까워서 안 쓴다는 둥 솔직히 그런 거 사다주면 안 쓴 사람이 어디 있는가. 좋은 거면 다 쓰지.

언젠가는 또 남자친구가 길거리에서 자기한테 사랑한다고 고백했다는 그런 소리나 하고.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진짜 잘 해서 있던 친구들마저 다 떨어져 나가게 했다.


우리 동네에는 ‘자일’이라는 커피숍이 있었다. 거기 들어가면 완전 깜깜하고 실내 디자인이 꼭 감옥 같이 생긴 지하커피숍인데 원래 청소년들이 가는 카페였다. 커피 한 잔에 3000원. 앉아서 커피 마시면 재떨이 하나씩을 준다. 나는 만날 거기서 담배 피우고 친구들이랑 수다 떨면서 지애 욕을 친구들에게 엄청 했다.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부모님이랑 여행 갔다 하면 말을 안 하지. 남자친구랑 해외여행을 가? 돈이 어디 있어서?”
나는 지애를 말로만 흉보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도 괴롭혔다. 일부러 지애 옆을 지나가면서 어깨를 친다. 그러고선 도리어 지애에게  
  “야, 너 뭐야. 사과해.”
  “왜? 내가 사괄 해?”
  “사과하라니까.”
어느 때는 지애 옆을 지나치면서 시비를 건다.
  “의자 치워.”
  “왜 그래?”
  “니가 길을 막고 있으니까 비키라고?”
지애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중3 때다. 담배를 피우러 골목길을 갔는데 하필 왕따 친구 지애가 지나갔다. 나는 가까이가서
  “너 왜 내 눈에 띄어. 제발 사라지라구.”
친구들도 시비를 걸었다.
  “야, 너 돈 있어?”
  “없는데?”
  “있는 거 다 알아. 빨리 내놔.”


그날 우리는 지애 돈 4만원을 빼앗아 한참을 놀다가 노래방을 갔는데 거기서 또 지애랑 마주쳤다. 우리들 중 한 명이 재수 없다고, 기분이 안 좋다고 지애를 때렸다. 나는 노래를 부르고 놀다가 그날도 친구네 집에서 자고 다음날 학교를 갔다. 그러니까 일주일 정도 학교에 가지 않다가 등교를 한 것이다. 난 교복이 없어서 사복을 입고 갔다. 그런데 지애는 내가 당연히 학교에 안 올 줄 알고 네이트온으로 우리 반 해인이한테 내 욕을 막 하고 있었다. 지애는 노래방에서 우리한테 맞은 그날 밤부터 해인이랑 네이트온으로 내 얘길 계속 한 거다.


  “해인아, 너 민정이 알지? 그 패거리들을 노래방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기분 안 좋다고 날 때렸어. 난 얼굴이 퉁퉁 부어 집에 왔는데 다행히 엄마한테 안 걸리고 내 방에 들어갔어…….”
해인이는 “앗싸” 하면서 다음 날 학교에 와서 생지부 선생님께 이 사실을 일러 바쳤다. 해인이 그 얘도 우리 반에서 좀 왕따 당한 아이다. 허세 때문에 아니라 말을 기분 나쁘게 했다. 친구들이
  “니 이거 숙제했어?”
물어보면
  “니가 무슨 상관이야. 나한테 말 걸지 마.”
이런 식으로 싸가지 없게 말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다 싫어했다. 왕따는 아니지만 은따 정도?(학교나 교실에서 몇몇 아이들이 은근히 따돌리는 아이) 말하고 싶지 않는 상대라 나도 은근 씹었다. 그날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있는데 나를 향해 해인이 왈
  “내가 너 일렀다.”
하고 깐죽깐죽 하는 거다. 화가 난 나는 친구들이랑 몰려가 교실에서 해인이를 엄청 때렸다. 나중에는 선생님들이 몰려와 너네 왜 그러냐하면서 말리고 결국 생지부에 가서 우리는 엄청 혼났다. 그날 저녁 나랑 함께 때린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해인이네 집에 가서 사과드렸다. 담임은 나에게 말하길
  “너는 학교에서 너무 사고치고 애들 데리고 가출이나 하고 싸우고 때리고…….”
들어보니 니가 주범이고 다 너 때문이다, 그러니 학교 나오지 마라 이런 투였다. 따지고 보면 내가 아이들한테 가출하자고 선동한 것도 아닌데 선생님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 나는 그 다음날부터 아예 학교에 가지 않았다.



왕따 당한 너에게


지애야!
알다시피 나는 학교를 그만 두고 너도 결국 송파 쪽으로 전학을 갔어. 너는 왜 그렇게 허세를 부렸을까?
중학교 때는 누구누구가 학교 일진이다 그러면서 서열 정하고 많이 그러고 놀고  남중은 싸우고 그랬어. 너는 내가 잘 노니까 나처럼 노는 아이들이랑 놀아야지 한 것 같아. 너 자신을 우월하게 보이려는 하나의 방법이었다고나 할까? 난 그게 안타까워.


친구야!
지금도 학교에서는 나처럼 친구를 따돌리는 누군가가 있을 거야. 그래서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면 일단 있는 그대로 생활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 의외로 가만히 있는 아이는 심성이 착해서 굳이 왕따 시킬 이유가 없어. 그런 조용한 아이들은 지들끼리 잘 다녀. 걔네는 학교생활은 잘 해. 단지 말이 별로 없을 뿐이야. 오히려 그런 아이들은 학교에서 사고 많이 치는 아이들이랑 친하게 지내. 활발하게 장난치면서 지내고 밖에서 만나면 서로 인사하는 정도야. 다만 노는 사이에 끼어 놀지 않을 뿐이야.


친구야!
넌 학교에 올 때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때 난 괴롭히는 입장이랑 그런 걸 못 느꼈어. 지가 행동을 똑바로 못하니까 당하는 거라고 생각했어. 학교에서 날 건드리는 애들은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난 학교생활을 못했잖아? 점심시간 쯤 되어 등교하여 난 교실로 향하는 게 아니라 해피스쿨 쪽으로 갔어. 너도 알지? 학교 안에 있는 해피스쿨. 나처럼 결석 많이 하고 수업 부적응 애들만 따로 공간을 만들어 공부시키는 곳이야. 학교마다 부르는 명칭은 다양한데 목적은 같아.


친구야!

너도 알다시피 우리 학교 규정이 엄청 쌨잖아? 머리가 귀밑으로 15센티 이상 길면 안 되고 한 달에 한 번 두발 검사해서 걸리면 자르고 오라 했어. 머리염색도 파마도 안 되었어. 무조건 검정 생머리에 귀걸이, 반지, 목걸이 등 액세서리 일체 안 되고 교복도 무릎 반 이상 가려야 하고 와이셔츠도 줄이면 안 됐어. 진짜 규칙이 많아서 너무 싫었어.


난 교복을 줄이고 치마도 엄청 짧게 입고 실내화 신고 등교하거나 사복을 입고 등교했지. 머리도 염색하고 파마하고 귀걸이, 팔지, 목걸이에……. 그 심리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고, 학교에서 안 된다는 거 꼭 해보고 싶었어. 친구들이랑 만날 그렇게 학교에 갔어. 벌점 하나에 3점인데 하루에도 20점을 넘어 200점까지 올라가 학교에서 정학 먹고 그랬어. 솔직히 말하면 나도 뭔가 특별해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 요즘도 내가 중학교 때 그런 것처럼 뭔가 돌출해 보고 싶어 실내화 신고 담요로 교복 치마를 두르고 다니는 친구들을 봤어. 그런데 진짜 거지같더라. 진짜 옷 사주고 싶었어.


친구 지애야.
그러고 보면 나도 왕따 생활을 한 거야. 내 스스로 왕따 생활을 한 거지. 너희들이 교실에서 공부할 때 나는 혼자 떨어져서 해피스쿨 생활을 했잖아? 그게 아주 특별한 것처럼 말이야. 난 또 그런 방식으로 허세를 부렸던 거야.


친구야!
우리의 허세는 너에게, 나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이제야 그런 생각이 드네.

 



자유로움의 날개를 달고
                                             

                                                   남민영 수녀님


나무는 늘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계절의 변화와 함께 옷을 갈아입고 자유롭다.
푸르르면 푸르른대로
벌거벗으면 벌거벗은대로……


오늘도 나는 내 초라함이 들킬까 두려워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감기에 걸린다.


공격적인 말 속에 가리워진 떨림
진한 화장속에 숨긴 슬픈 표정
허세와 허풍속에 감추어진 나의 상처


주님,
있는 그대로의 부족하고 연약한 ‘나’를 사랑하게 하소서.
가면 속에서 두려워 떨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는 그대로 사랑받기 충분하고
세상에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희망하며
자유로움의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오를 수 있도록 용기를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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