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를 쌓은 이집트인과 도로망을 깐 로마인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집트인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재가 있으면 멀리서라도 가져다가 사용한 반면, 로마인은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자재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피라미드는 단 한 사람의 내세를 위한 공사였지만, 가도는 많은 사람의 현세를 위한 공사였다는 것도 중요한 차이점이다. 로마의 공공사업이 좌우명으로 삼은 것은 내구성과 기능성, 그리고 아름다움이었다. 로마의 건축술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건축론』의 저자 비트루비우스의 말을 빌리면 '견고함, 편리함, 아름다움'이다. 이런 사고방식에는 로마인 자신도 상당한 자신감을 가졌는지, 『박물관』의 저자인 대(大)플리니우스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피라미드는 쓸모없고 어리석은 권력 과시에 불과하다." … 그래도 이들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로마인 대다수는 그리스 예술품을 수집하는 데 열중하고 이집트에도 떼지어 관광여행을 갔으니, 재미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로마처럼 인프라가 정비된 사회에서 살고, 미술관에 가기만 하면 그리스의 걸작을 감상할 수 있고, 이따금 이집트로 피라미드를 보러 갈 수 있다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당시의 일반 로마인과 비슷하다. <로마인 이야기 10 -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한길사) 중에서 |
↧
견고함, 편리함, 아름다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