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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일째 단식 “학생 무시 슬퍼” 통곡…들릴 듯 말 듯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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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총장 반대’ 김건중 동국대 부총학생장
교수도 스님도 동조단식 “한 생명이 죽어가는 것을 그냥 볼 수 없어”
몸무게 30㎏ 빠지고 심한 저혈압…온몸 붉은 반점에 근육 허물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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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모기소리만큼 들릴 듯 말 듯하다
육신의 힘듬은 이미 한계를 넘었다. 누워 있어도 심한 어지럼증에 괴롭다. 몸의 독소가 피부로 빠져나온 탓인지 온몸에 붉은 반점이다. 냄새에 극히 민감해져서 누구도 가까이 오는 것을 싫어한다. 이미 온몸의 근육은 허물어졌다. 혈당도 정상치의 반으로 떨어졌고, 심한 저혈압이다. 몸 군데군데 통증이 심하다. 모두 단식의 후유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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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장인 일면 스님과 총장인 보광 스님의 동반 퇴진을 요구하며 1일로 48일째 단식 중인 김건중(25·정외과3) 동국대 부총학생장은 이미 시선에 초점이 흐릿했다. 물과 효소만 먹다가 이틀 전부터는 꿀물을 간신히 마시고 있다. 대변을 본지 오래됐다. 하루 몇 차례 부축을 받아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본다. 90㎏의 몸무게는 이미 30㎏가 빠진 상태이다. 그를 진찰한 의사는 단식을 현상태에서 중단해도 심한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야말로 죽기를 각오하고 하는 단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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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옳다고 생각하고 하는 것 말릴 수 없어”

  비운동권 출신으로 총학생회 간부가 된 김건중씨는 재단이 파행운영하자 자신의 전자 학적부부터 고쳤다. 가족들의 연락처를 틀리게 적었다. 학교 쪽이 가족들을 동원해서 자신을 설득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단식에 들어가자, 학교 쪽은 부모를 찾아가 자식을 설득해줄 것을 부탁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내 아들이지만 부모 마음대로 살라고 할 수 없다”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고통을 받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고생하고 있는 아들이 가족을 보면 마음이 약해진다”며 단식하는 아들을 한 번도 찾아보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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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 한 달째인 보름 전, 교수들은 그를 억지로 응급실로 데려갔다. 강제 입원시켜려고 했으나 그는 한 시간만에 병원을 탈출해 단식하는 천막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그를 대신해 단식을 시작했다가 그가 포기하지 않는 바람에 동조단식 22일째인 한만수 교수(국어국문과)는 그에게 그때 왜 그리 심하게 울었냐고 물었다. 평소 밝은 성격에 낙천적인 그는 단식의 고통 속에서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기에 통곡하는 그가 생소했다고 한다. 김씨는 “이사장과 총장이 학생들을 너무 무시하는 것이 슬프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단국대 이사직을 사임하고 단식 이틀째인 미산 스님은 “한 생명이 죽어가는 것을 그냥 볼 수 없어 동조단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역시 동조단식에 들어간 법인, 금강 스님은 “그 어떤 것보다 생명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단식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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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벼슬보다 못한 중벼슬’, ‘자비는 경전에만 있나’…

  이미 45일간 교내 조명탑에서 고공농성을 했다가 내려온 최장훈(30) 대학원학생회장은 “3일 이사회에서 일면, 보광 스님의 이사직 해임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일말의 여지없이 투신자살하겠다”고 호소문을 발표했다.
 대학 본관 담벼락에는 ‘자비는 경전에만 있는 건가요’, ‘김건중을 살립시다’ 등의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 농성장 주변엔 ‘닭벼슬보다도 못한 중벼슬에 집착하는…’ 등의 항의문도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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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대 학내 사태는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이 지난해 12월 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다수표를 받은 김희옥 총장을 사퇴시키고, 자신의 총무원장 선거 대책위원장이었던 보광 스님을 총장으로 밀면서 시작됐다. 지난 5월 총장으로 임명된 보광 스님의 논문 표절 시비에, 이사장인 일면 스님이 사찰에서 문화재인 탱화를 절도한 의혹이 겹쳐지면서 총학생회는 재단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한때 두 명의 총장이 법정다툼을 하기도 했던 동국대 분규는 종단의 뿌리깊은 재단 운영 간섭을 거부하고, 도덕성의 결여된 지도자를 거부하는 학생들의 순수함이 현실에 부딪치며 깊어졌다. 여기에 정치적 성향이 강한 자승 총무원장의 독선도 사태 악화에 한 몫을 했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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