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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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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권하는 사회, ‘나’조차도 먹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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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8338_P_0.jpg» KBS <개콘> 뚱뚱이 개그맨 5인방이 18일 오후 공덕동 한 음식점에 먹방토크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불교에서 공양을 시작하기에 앞서 외우는 게송인 오관게(五觀偈)는 음식에 대한 고마움을 식사 때마다 일깨움으로써 자신에게 꼭 필요한 음식만을 취하며 버리는 음식 없이 모두 먹고 그 힘을 자신과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쓰자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요즘 같이 먹방(먹는 방송)이 유행하는 시기에 각종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서로 경쟁하듯 음식을 만들고 먹고 즐기는 방송을 많이 내보냅니다. 현실에 지친 현대인들의 허한 마음을 채워준다는 허울로 과도한 음식을 섭취하게 하고, 각종 성인병을 만들어내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통계에서도 보여주듯이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음식물을 만드는 데 4조원이 들어가고 남은 음식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또한 1조원 이상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더불어 과도한 음식문화로 인한 수질오염과 토지오염 등은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시간이 흐른 후 그 문제는 다시금 우리의 삶에 그 모습을 나타내는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사회가 열광하는 먹방, 야식 문화는 현대인들의 심리적 불안감과 자신감에 대한 상실이 화려하고 맛있는 음식을 통해 마음의 위안과 욕구 해소를 이루고자 투영되어 사회적으로 집단적인 집착현상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상황에서 스스로 주체적으로 음식을 대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첫째, 간소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평균적인 사람의 식사량이 아닌 스스로 한 끼 식사에 먹을 수 있는 만큼 음식의 양을 조절하여 과도한 음식 섭취를 줄이며 본인의 몸 상태를 살펴서 하루 세 번의 정해진 식사가 아닌 스스로에게 적합한 식사 횟수와 양을 찾아가는 방법입니다.
 둘째, 식사 전 음식에 대한 명상을 하는 것입니다. 식사시간 허겁지겁 눈앞에 놓인 음식을 그저 내 입속으로 넣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을 바라봅니다. 이 음식이 여기에 오기까지 걸린 시간과 그 속에 담긴 여러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해 이 음식을 통해 나의 몸을 건강히 하고 음식을 통해 얻은 에너지를 나와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써야겠다는 짧은 다짐을 하는 시간입니다. 음식에 대한 명상이 어렵다면 위에 쓰인 공양게를 외우거나 혹은 눈으로 음식을 하나씩 바라보며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을까’를 떠올려 보는 방법으로 시작하셔도 됩니다.
 먹지 않으면 죽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먹는 행위를 통하여 ‘음식’과 ‘자연’, 그리고 ‘몸의 물질’과 ‘마음’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기왕이면 마음을 살찌우는 식사 습관을 갖는다면 좋겠습니다.
마가 스님/ 자비명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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