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 성당에 계세요? ”
“ 가좌동 성당인데요. ”
“ 어, 그 동네 재개발하지 않나요? ”
“ 그렇지요. ”
“ 아하, 신부님은 욕망의 중심부에 사시는군요. 힘드시겠어요. ”
“……? ”
가좌동 성당(현, 가재울 성당) 주변은 재개발로 인한 철거작업으로 마치 폭격을 당한 곳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신자들은 불안해하고, 하나둘 이사를 떠나 미사에 참례하는 인원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철거업체가 빈 집들을 불도저로 밀어서 무너뜨려버립니다. 용역들은 무너진 집의 유리창을 깨어 부수어서 여기 저기 뿌리고 돌아다닙니다. 빈 집에 불을 놓기도 하고 쓰레기들도 산더미처럼 쌓아놓습니다. 이사 가지 않고 여전히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어 제 발로 나가도록 하려는 것이지요. 사는 곳이 쓰레기더미가 되면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게 마련입니다.
흩어진 유리조각이며, 불에 탄 집이며, 산더미 같은 쓰레기며 난장판이 된 동네에서 나는 열심히 청소를 합니다. 매일 아침 본당 주변을 깨끗이 비질하고 마당의 꽃도 정성 들여 가꿉니다. 깨끗한 곳, 잘 정돈된 곳, 아름다운 곳에는 힘이 있습니다. 청소를 하면서 청소도 투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사제관 주변의 집들이 모두 헐려서 창밖을 내다보면 동네가 훤합니다. 매일 불도저가 웅웅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시야는 탁 트여서 아주 시원합니다. 낮에는 훤해도 밤이면 유령 마을처럼 을씨년스러워지지요. 어느 밤인가는 술에 취해 인적이라곤 없는 골목길을 올라오면서 하늘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 왜 하필 접니까? ”
대답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늘에 대고 삿대질을 하며 다시 한 번 외쳤습니다.
“ 왜 하필 가좌동 성당입니까? ”
하늘에 삿대질을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얼마나 그러고 서 있었을까요. 문득 언덕 위에 서 있는 사제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제관 주변의 집들이 거의 다 헐려서 아랫동네에서도 이제는 훤히 보이는 사제관. 공포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건물 몇 채가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그중에 가운데 건물이 사제관인데, 불 꺼진 사제관은 마치 폐가처럼 보였습니다. 그날 이후로 매일 밤 사제관에 불을 켜둡니다. 바닷가의 등대처럼 밤길 가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라고 말이지요.
본당에도 불을 켜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신자들이 새벽에 기도하러 올 때 무섭다고 해서 켜둘 참이었지요. 그랬더니 어느 신자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 신부님, 요즘 동네 사람들이 성당이 고맙다고 합니다. ”
“ 왜요? ”
“ 세든 사람들이 다들 이사를 가서 4층 집에 부부만 달랑 사는 세대가 있어요. 그 집 부부가 말하길 사방이 컴컴해서 너무 무서웠는데 성당에서 밤새도록 불을 켜두어, 그래도 사람 사는 동네 같다고 합니다. ”
이후로 전기요금 많이 나올 각오를 하고 더 열심히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성당을 보면서 무서움을 달랜 사람들이 언젠가는 주님을 찾아오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어느 새벽, 잠결에도 밖에서 성당의 철문을 흔드는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새벽 기도 오신 할머니인가 하고 빠끔히 내다보니 웬 아저씨가 술이 떡이 된 채 문을 잡고 흔들어대고 있었습니다.
‘ 아니 저 자식이! ’ 하고 내려가려는데 그 아저씨가 하는 말에 발걸음이 멈춰졌습니다,
“ 아, 한동네 사람끼리 이러지 맙시다. ”
성당 마당에 서 있는 예수님 상을 보고 주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왜 기도하는 소리로 들리던지. 모르는 척, 그냥 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