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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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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더호프 한국인소년의 매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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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난해 방문했던 미국 브루더호프 메이폴리치 마을에 사는 한국인 박성훈씨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그가 들려주는 브루더호프 아이들의 소식은 주로 스포츠와 농사, 캠핑 등 몸과 관련한 이야기들입니다. 한국의 아이들이라면 주로 학교, 학원, 핸드폰, 인터넷, 게인, 아이들 이런 이야기들일텐데요.

 

그의 아들 하빈이가 요즘 산과 들을 누비며 사냥을 다닌다는 소식 흥미롭습니다. 야생 매를 잡아 훈련을 시켜서 그 매를 이용해 사냥을 한다는군요.

 

한국의 아이들과는 많이 다른 브루더호프 아이들의 소식을 들으며, 우리의 아이들도 이렇게 산과 들을 누비며 뛰놀며 호연지기를 기르기를 소망해봅니다.

 

다음은 박성훈씨의 편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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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빈2-.jpg» 매와 함께 사냥 가는 하빈이



벌써 12월이 코앞에 있네요.

 

이곳은 11월이 되도 날씨가 따뜻하다가 갑자기 2주전부터 기온이 떨어졌습니다.

샛노랐던 은행나무잎이 기온이 영하로 내려 가면서 하루아침에 모두 떨어져 버렸어요.

올망졸망한 어린 아이들이 떨어진 샛노란 은행잎을 모아 더미를 만들어 그 속에 숨고 뛰어노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네요.

 

그동안 광화문 네거리와 저희 처가 집 앞에 은행나무가 있었어도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면 은행나무잎이 한순간에 떨어진다는 것을 모르고 지냈었는데 이곳에 오니 그냥 스쳐갔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되네요.

 

지난주에는 저희 마운트 고등학교 축구팀이 뉴욕주 준 결승전에 올라 하빈과 유빈이와 응원차 구경하고 왔습니다.

날씨가 영상1-2도 정도 되는 추운 날씨라 뜨거운 코코아를 보온병에 넣고 점심에 먹을 쏘세지를 호일로 싸고 수건까지 덮어 갔는데 날씨가 워낙 추워 쏘세지는 아주 차가워 버렸네요. 그래도 코코아는 따뜻해 그것으로 몸을 데우고 축구경기를 관람했습니다.

 

저도 말로 들어봤지 우리 아이들이 하는 축구경기는 처음 관람하는 거였는데 아이들이 상대방을 피해 공을 이리 저리 패스 해서 정확하게 골대를 향하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조직력이 어찌나 탄탄하든지.

 

한국에서 온 guest 분하고 같이 갔는데 이건 고등학교 축구경기가 아니라 어느 슈퍼 리그를 보는 것 같다며 놀라워 하더군요.. 결국 6-0으로 이겨 결승전에 올라갔습니다.

결승전에는 다음날 열렸는데 날씨는 여전히 추웠지만 여기저기 공동체에서 응원차 온 형제, 자매들로 열기가 가득했습니다. 이번 팀은 만만치 않아 1-1로 동점이 되어 2번의 연장전까지 갔지만 결국 동점이 되어 상대방 팀과 함께 공동으로 뉴욕 참피온이 되었습니다. 몸은 꽁꽁 얼어 추웠지만 우리의 마음은 아주 뜨거웠어요..

 

오는 길에 마운트 고등하교 육상팀이 뉴욕주 참피온이 되었다는 뉴스를 들으며 흐믓하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축구감독은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우드크레스트에 있던 변호사인 존 훌리엣과 그의 아버지 톰이 맡았는데, 존의 아들 톰(할아버지와 이름이 똑같아요)이 얼마나 공을 잘 다루던지

 

요즈음 하빈이는 Redtail Hawk을 훈련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매로 1년된 어린 놈을 덫으로 잡아다가 하빈이가 먹이를 주며 길들이는 거예요. 하빈이가 매사냥을 위해 재 작년부터 공부해서 hunting license를 딴 후 매가 살 수 있는 큰 집을 지은 후 작년에 매 한 마리를 잡아 훈련했어요. 그런데 훈련 도중 몇 주 후에 문이 열리자 이놈이 문을 박차고 도망가 버렸습니다. .

 

하빈3-.jpg» 자기가 잡아 훈련시킨 매와 함께 한 하빈이


그때가 1월이었는에 이곳은 9월에서 1월까지만 매 사냥이 허락되기때문에 더 이상 다른 매를 잡을 수 없어 모두 안타까워하며 다음 해를 기약해야만 했지요. 올해 9월이 되자 다시 시도해 몇 주 후에 1년된 암 컷을 잡았습니다. 이름은 판도라로 작년 것 보다 더 크고 품위가 당당한 아름다운 매예요. 발 톱이 날카롭기 때문에 하빈이는 손에 가죽으로 된 장갑을 끼고 매를 올려 놓으면 하빈이가 주는 먹이를 받아 먹으면서 길들여집니다.

 

이제는 제가 등을 쓰다듬어도 물지 않아요. 손에서 먹이 먹는 것이 점점 익숙해 지면 매 발목에 줄을 매서 멀리 놓게 되는데 점점 먼 거리에서 하빈이 손으로 날아와 먹어요. 2주가 넘자 줄이 없이도 달아나지 않고 하빈이에게 날라와 먹었습니다. (사실 엄청 빠르게 진행된 것지요.) 이제는 하빈이를 쫓아 가며 이 나무, 저 나무로 날라 다닙니다. 날면서 땅에 있는 쥐나, 다람쥐, 청솔모를 사냥해서 먹어요.

 

요즈음 하빈이는 매일 학교에 다녀오면 매일 한시간씩 매를 데리고 숲으로 여기 저기 다니면서 사냥하지요. 참고로 이곳에 쥐, 다람쥐, 청솔모가 너무 많기 때문에 자연의 균형을 위해 매사냥을 합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얼마전 저희 공동체 한국어 웹사트가 오픈되었습니다.

공동체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보실 수 있구요, 블로그를 클릭하시면 형제, 자매들이 쓴 번역 글들이 있습니다.

https://www.bruderhof.com/ko

 

환절기에 감기조심하세요.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메이폴릿지에서 박성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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