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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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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이 법문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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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4-.jpg» 생전에 해인사에서 법문하는 성철 스님


 ‘수행자들이여! 참으로 대선지식이라아만 비로소 감히 부처와 조사를 비방하고, 천하의 선지식을 옳다 그르다 비판하며, 경·율·론 삼장의 가르침을 배척하고, 촐싹거리며 우왕좌왕 몰려다니는 소견머리 없는 무리들을 꾸짖고 욕하며, 어려운 경계와 순응하는 경계를 활용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험하여 참된 수행인을 찾고자 하였다.

 그래서 나는 12년 동안 한 개의 될성부른 소질을 가진 업성이라도 찾고자 했지만 겨자씨만큼도 얻을 수 없었다. 

 시어머니를 무서워하는 새색시 같은 선사라면 절에서 쫓겨나 밥도 얻어먹지 못할가봐 불안하고 즐겁지도 않을 것이다. 예로부터 위대한 선의 거장들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믿지 아니하여 쫓겨나곤 했으나, 그가 떠난 뒤에야 비로소 귀하고 훌륭한 선승인 줄 깨닫곤 했다.

 만약 가는 곳마다에서 비위를 맞춰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인정해준다면 이런 사람이 무슨 쓸모가 있겠느냐? 그러므로 “사자의 포효 한 번에 들여우의 뇌가 찢어진다”고 했던 것이다.’ 


 (道流·도류야 夫大善知識·부대선지식이 始敢毁佛毁祖·시감훼불훼조하며 是非天下·시비천하하며 排斥三藏敎·배척삼장교하며 罵辱諸小兒·매욕제소아하야 向逆順中覓人·향역순중멱인하나니 所以·소이로 我於十二年中·아어십이년중은 求一箇業性·구일개업성을 如芥子許·여개자호도 不可得·불가득이니라 

 若似新婦子禪師·약사신부자선사하면 便卽怕趁出院·변즉파진출원하야 不與飯喫·불여반끽하야 不安不樂·불안불락이어니와 自古先輩·자고선배가 到處人不信·도처인불신하고 被趁出·피진출하야 始知是貴·시지시귀하나니 若到處人盡肯·약도처인진긍하면 堪作什麽·감작십마오 所以·소이로 師子一吼·사자일후에 野干·야간이 腦裂·뇌렬이니라)


성철5-.jpg» 해인사에서 안거중에 선승들의 참선을 독려하는 해인사 방장 성철 스님


 이처럼 활발발한 법문으로 대중을 깨운 이는 바로 당나라말기 대선사 임제의현(?~867) 이다. 임제는 한국 불교에도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선사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전신이 바로 임제선사의 이름을 딴 임제종이었다. 임제는 달마-혜가-승찬-도신-홍인-혜능-남악-마조-백장-황벽에 이은 법맥을 이어받아 동아시아 선종의 황금시대를 여는데 큰 기여한 인물이다.


 선어록 가운데 가장 많이 회자되는 살불살조(殺佛殺祖·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와 무위진인(無位眞人·일체의 속박에서 벗어나 아무런 장애나 막힘이 없는 경지에 오른 참사람),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立處皆眞· 어디든지 주인이 되면, 그곳이 바로 불국토)라는 말들이 <임제록>에서 나왔다.


  그 임제록이 성철 스님(1912~1993)의 입을 통해 새롭게 전해졌다. 조계종 6~7대 종정을 지낸 성철 스님이 해인사 방장으로 있던 1974년  하안거(여름 3개월 참선정진 기간)에서 이듬해인 1975년 하안거까지 보름마다 <임제록>을 가지고 강설한 법문 <임제록>(장경각 펴냄)이 출간됐다.

 성철 스님을 시봉했던 상좌로 성철 스님의 선사상을 선양하는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인 원택 스님이 자신의 상좌들의 힘을 빌어 법문녹음테이프를 풀어 정리 보완해 출간했다. 


  <임제록>은 임제의현스님의 말씀을 제자 삼성혜연이 기록한 법문집으로, 흔히 불교계에선 ‘선어록의 왕’이라 지칭한다. 성철 스님도 이 책에서 <임제록>에 대해 “세계 4대 귀서(貴書)”라고 평했다. 일본 교토학파의 창시자 니시타 기타로도 일본이 전쟁으로 모든 책이 불타더라도 <임제록> 한권만 있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극찬한 책이다.


성철3-.jpg» 성철스님과 제자인 원택 스님(왼쪽 뒷모습)


성철2-.jpg» 해인사를 포행중인 가야산호랑이 성철스님


 성철 스님은 옛조사들의 선문답을 상세히 풀어 해설해줌으로써 오히려 간화선의 핵심인 의심-의정-의단을 향해 일로매진하는데 해가 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이 법문에서도 “본분사로만 대중을 대할 뿐이지 절대로 근기를 살펴 설파하거나 해설하거나 하지 않는다는 바로 이 점이 우리 선불교의 근본 생명이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중생의 근기가 너무나 하열해 부처님이 성문·연각·보살의 법문을 차례로 말씀한 것을 비유하며 “오늘부터는 방침을 좀 고치려 한다”며 나름대로 쉽게 법문해준 것이다.


 성철 스님은 임제록 평석을 마치면서 법문을 듣던 스님들에게 1.애기하지 마라. 2. 잠 많이 자지 마라. 3. 책 보지 마라. 4.음식에 조심하여 적게 먹어라. 5.돌아다니지 마라는 다섯가지 지침을 강조했다. 이 지침은 성철 스님이 선승들에게 책을 보지말라고 해서 선가에 무식한 풍토를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성철 스님은 안거중인 이들에게 안거중에 화두일심에 방해가 되는 장애를 제거하기 위해 지침을 내린 것이지, 안거가 끝난 뒤에도 책을 보지 말라고 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원택 스님은 “이 책이 기존에 나온 <임제록>과 차이가 있다”면서 “선어록과 선을 보는 성철 스님의 관점이 분명히 드러나있다” 고 밝혔다. 원택 스님은 “이 책에서 선종은 ‘스스로의 힘으로 스스로를 제도한다’는 자성자도(自性自度)와 ‘절대로 화두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불설파(不設破)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원칙을 분명히 지키면서 <임제록>의 역사적·문화적·사상적 배경을 누구보다 자세히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택 스님은 “성철스님이 <임제록> 전체가 아닌 앞부분의 중요한 대목만 평석했고, 마지막엔 학자가 아닌 선사로서 서에 대한 안목과 관점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며 “이 책을 단순히 이해한다는 심정으로 읽지말고, 마치 스승을 옆에 모시고 있듯이 대하고, 또 책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한다면 선과 선종 그리고 선학에 대한 독자 자신의 관점을 확립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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