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반도독립선언서 발표 계획을 밝힌 다종교인들
백년전 종교인이 주축이던 3·1운동 때처럼 여러종교인들이 하나가 되어 오는 28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반도 독립선언서’를 발표한다.
3·1운동백주년종교개혁연대가 25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개신교 대표인 이정배 전감신대 교수는 “백년 전과 다른게 있다면 당시는 대부분 성직자였지만 이번엔 평신도가 주축이 되었고, 또 당시는 33인이 모두 남성이었지만 이번엔 여성들이 대거 동참해 선언문 초안 작성과 같은 주요 역할을 맡았다”고 말했다.
불교개혁연대 대표인 박광서 전 서강대 교수는 “백년전 선열들의 뜻을 좆아 펼치기보다 물신주의와 탐욕으로 타락헤 성스러움과 빛과 소금의 역할을 상실한 종교인의 현실을 성찰하며 적폐에서 벗어나 사람이 살만한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선언을 한다”고 밝혔다.
종교인 33인 이름으로 발표한 이 선언문은 ‘종교인이라면서도 자기가족 이기주의, 종교 패거리주의와 폐쇄적인 국가주의와 인간중심적인 반생태적 삶을 회개하며 좀 더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며, 고난과 인내와 상생의 한반도 역사에서 배우면서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이번 선언문엔 3·1운동을 이끈 천도교·개신교·불교 외에도 33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가톨릭에서 가톨릭개혁연대 대표 김항섭 한신대 교수 등이, 유교에서 황상희 성균관대 박사 등이 함께 했다. 천도교 대표인 김춘성 부산예술대교수는 “매번 모임이 깊은 동지애를 느낄 수 있는 여정이었다”고 고백했다.
3·1운동백주년종교개혁연대는 2년 전 원효탄생 1400주년과 루터의 종교개혁 500년을 돌아보며 각 종교의 개혁문제를 논한 것을 시작으로 함께 모여 10여차례의 세미나를 통해 선언문을 준비하고, 3·1정신 탐구서인 <3·1운동 백주년과, 한국 종교개혁>이란 공동 저술서를 발간했다.
» 100년전 3.1운동 당시 태화관. 여러종교 소속으로 자리를 함께한 민족대표들
이 책에서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는 일제 치하에서 한국 불교의 일본화 고장과 실태를 밝혔고, 옥복연 여성과젠더연구소장은 일제 시대 애국운동을 전개한 여성불자들의 사례를 발굴 소개했다. 유교의 황상희 박사는 심산 김창숙 선생의 저항의식을 시기별로 분석했다. 가톨릭의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 소장은 3·1운동 당시 프랑스 주교들의 영향력 탓에 정치적으로 보수화된 가톨릭의 실상을 비판적으로 기술하면서, 가톨릭 성직자들과 달리 이 땅의 신자들이 교회 방침을 어기면서까지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경우를 여럿 소개했다. 개신교의 장신대 손은실 교수는 억압받던 식민지 백성들에게 공감하면서 일본 제국주의의 불의에 침묵하지 않았던 선교사들의 역할과 역사의 주체로 우뚝 섰던 개신교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리더쉽에 초점을 맞추었다. 박길수 천도교 중앙도서관장은 3·1운동은 종교인들의 예지력과 순교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종교운동이라는 관점을 제시하고, 특히 천도교의 개벽 사상이 그 생명력의 원천이라고 주장했다.
선언문을 기초하기도 한 전 여신학자협의회장 이은선 전 세종대 교수는 이 책 말미에서 “3·1 정신을 저마다 주장하듯 특정 종교의 표현으로 보지 않고 유학, 천도교, 대종교 그리고 불교, 기독교의 정신사가 합류된 통합적 영성의 틀에서 풀어냈다.
2019 한반도 독립선언서
만물이 새롭게 움트는 2019년의 봄, 오늘 우리는 지금부터 백 년 전 우리 집 지구의 한반도에 울려 퍼졌던 3·1독립선언의 포효를 기억합니다. 그 함성과 항거를 되새기며 우리도 오늘 새롭게 우리의 독립과 자주, 민주와 평화를 선포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 일에서 우주의 대 기운과 세계 개조의 큰 뜻을 품고 일어섰던 3·1독립선언의 권위가 우리를 이끌고, 만세로 이어질 우리 염원과 신앙이 그 길잡이입니다.
1919년 3월, 2천만 대한의 민중은 남녀노소, 원근각처와 직업과 신분을 불문하고 분연히 일어섰습니다. 일제의 잔혹한 탄압과 총칼 앞에서도 크게 일어나 대한민국의 독립과 자주를 외쳤습니다. 동양의 평화를 염려하며 도덕과 인의로 나아가는 인류 새 문명의 물결에 크게 화답하여 온 세상에 그 기상을 떨쳤습니다. 하지만 백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이곳에서 또 다른 식민과 억압, 비주체와 비인간의 현실을 목도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가 아직 표류하고 있듯이, 지난 식민지 시기의 악은 여전히 우리 삶을 옥죄고 있습니다. 오랜 분단 속에서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갔던 남북관계가 급진전되어 평화와 통일 이야기가 한껏 무르익기도 했지만, 이웃 강국들의 사욕과 간섭으로 언제 다시 전쟁과 식민의 이야기로 반전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런 가운데 남한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정치이념과 계급과 성, 세대와 종교와 역사적 신념 등의 차이로 갈등과 분쟁이 심각합니다. 종교마저 화해와 통합의 일군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분쟁을 부추기고, 왜곡된 이데올로기와 거짓뉴스의 진원지로까지 추락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떨치고서 다시 일어서고자 합니다. 백 년 전 이 땅의 종교 지도자들이 서로 화합하며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분연히 일어섰던 것처럼, 우리도 다시 일어서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남과 북은 갈라서 누구보다도 서로를 심하게 학대해 왔고, 외세에 매달리며 한편으로 패권적 민족주의에 빠져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뼛속까지 근대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쫓아왔던 경제 제일의 신자유주의 제국은 한반도 삶의 모든 영역을 점령하여 우리로 하여금 끝없는 물질적 탐욕에 빠지게 했고, 여기서 종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지금 한반도의 제 종교는 예전 3·1독립운동에서 ‘민족이 의지할 곳은 오직 종교밖에 없다’는 신뢰의 자리로부터 오히려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스스로가 물신주의에 빠져서 시대의 염려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모든 형국을 딛고서 다시 시작하고자 합니다.
이제 우리 종교인들은 이 땅의 모든 사람이 어떠한 인간적인 조건에 종속됨이 없이 모두가 스스로 하늘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것을 선포합니다. 그래서 각자는 국적이나 외모, 성(性)의 구별이나 학벌, 재산의 여부에 상관없이 자신의 방식으로 이 땅 위에서 인간답게 살 권리를 가지며, 일과 노동을 통해 자신의 존엄을 훼손 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자격과 의무가 있음을 선언합니다.
종교와 국가와 직업과 학식과 신체의 건강 여부도 바로 이 인간다운 삶과 관련해서만 의미가 있고, 그 위에 어떤 형식적인 권위로 무소불위의 힘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밝힙니다. 따라서 오늘 현실의 종교적 삶을 위해서 각 종교가 두고 있는 성직제도는 그 자체로 절대적일 수 없고, 직분의 의미로 이해되어야 하며, 그런 뜻에서 오늘 많은 종교 부패의 원인이 되는 성직의 타락과 오용은 지양되어야 하고, 보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구성되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몸의 존재입니다. 몸과 거룩(聖/神)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을 통해 거룩이 현현되고, 몸이라는 한정이 곧 거룩의 장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몸이 단순히 생명 없는 물질로 치부되거나 돈벌이 수단이나 쾌락의 도구와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지금 한반도의 삶에서 우리 몸이 당하는 고통이 하늘을 찌릅니다. 수많은 노동자의 몸이 피로에 절어있으며, 열악한 식사와 주거로 심각한 병에 노출되어 있고, 성(性)의 상품화로 크게 병들고 있습니다. 거기서 여성과 아동과 청년은 차별당하고, 건강하게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기회를 잃고서 권력가와 자본가의 소모품처럼 착취당하고 있습니다.
예전 이 땅의 독립운동가들은 한 나라에 ‘국토’와 ‘인민’이 있으니 독립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자신하며 일어섰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바로 그 국토와 인민이 심각하게 병들어 있으니 위기는 더욱 중하다고 하겠습니다. 이에 우리 모두는 과감히 떨치고 일어나야겠습니다. 우리의 노동이 인간다운 노동이 되고, 우리 의식주가 다시 정도를 찾아서 생명을 살리고 삶을 살찌우는 영적 토대가 되어야겠습니다. 이 일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우리 국토인 한반도의 토지가 보다 정의롭고 공평하게 나누어지는 일이 긴요합니다. 이 땅에 몸으로 사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공평하게 자신의 땀의 대가를 얻을 수 있도록 한반도 땅의 문제가 바로잡혀지는 일이 요청됩니다. 종교인으로서 지금까지 이 일에 힘쓰지 못하고 오히려 불의와 탐욕에 가담해 왔던 시간들을 반성하며, 이제부터라도 우리 신앙이 참으로 몸적이고, 구체적이며, 실질적으로 실천될 수 있도록 몸의 필요물들을 함께 나누고, 생산하고, 창조하는 일에 같이 할 것을 선언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참으로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삶을 살아왔습니다. 종교인이라고 말로는 되뇌지만 자기가족 이기주의와 지역 연고주의, 종교 패거리주의와 폐쇄적인 국가주의와 인간중심적인 반생태적 삶을 살아왔습니다. 이 모든 것을 회개하며 앞으로는 좀 더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을 살겠습니다. 물질적 성취만을 강조하며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라나는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자유와 자발성을 억누르고 죽여온 것을 반성합니다. 자신만이 옳다는 아집과 편견에 사로잡혀서 그 외의 ‘다른 것’들을 용납하지 못하고, 차별하며 혐오하고 소외시켜온 것을 회개합니다.
이 모든 일을 반성하며 3·1독립의 선언이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의’(正義)와 ‘인도’(人道)의 정신으로 신뢰를 저버린 일본을 탓하는 대신에 그 앞날까지도 걱정하면서 ‘세계대동’(世界大同)의 이상을 펼친 것을 기억합니다. 우리도 다시 그 이상을 우리 것으로 하면서 인류 공동체 집에서 우리의 선한 역할을 담당하고자 합니다. 오늘 절체절명의 위기 가운데 놓여 있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바로 그 길로 가는 첫걸음임을 선언합니다. 3·1운동의 선인들이 잘 간파했듯이 오늘 한반도의 평화가 세계평화의 갈림길이 되는 것을 더욱 깊이 인지하면서 우리 종교인들이 밑거름이 되어서 큰 화합과 통일과 배려의 새 날을 열어가겠습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거룩한 분노가 우리를 다시 일깨우고, 1919년 3·1독립선언과 상해임시정부수립의 결사가 새롭게 우리 귀에 울리고 있으며, 1960년 4.19혁명의 함성과 더불어 1980년 5.18광주항쟁의 자유와 용기가 우리로 하여금 더욱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1987년 민주항쟁을 이어서 2017년 촛불시민혁명의 환한 빛과 진리가 우리를 계속 인도하니 여기서 멈출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결단코 지금과 같이 사악한 물신주의에 빠져 있지 않겠습니다. 우리 자신을 잔혹한 이기주의의 먹이로 내어줄 수 없으며, 삶의 용기와 의지와 선함을 무(無)로 돌리는 소외와 외로움과 자기 멸시에 빠져 살지 않겠습니다. 과감히 그 질곡과 노예성을 끊고서 더욱 인간답게, 이 세상이 다시 사람이 살 만한 세상, 모든 생명이 자신의 자리를 얻는 세상이 되도록 힘을 모으겠습니다. 지금 온 인류 문명이 새롭게 찾고 있는 포스트휴먼의 길을 위해서 고난과 인내와 상생의 한반도 역사에서 배우면서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온 세상을 위한 책임과 주인의식으로 이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한반도 종교인 공약 삼장을 선포합니다.
- 물질과 정신이 둘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신으로 되어가는 물질이 있을 뿐이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서 선하고 귀하며,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은 어떤 처지에도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고, 존엄과 자유과 사랑의 담지자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 우리 몸은 거룩하다. 어느 경우에도 권력자의 폭력과 쾌락과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없다. 몸에 대한 어떠한 속박과 폭력도 용납되어서는 안 되고, 우리 몸의 안녕과 건강과 생명감과 창조력이 보호받고 배려 받을 수 있도록 국가를 비롯한 이 땅의 모든 공동체들은 서로 힘을 합해야 한다.
- 이 일을 위해서 우리는 지금 여기 우리가 서 있는 장소에서부터 시작한다. 바로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가 날마다 더 선해지도록, 더 진실하고 아름다워지도록 결심하고 행위하는 그 지점으로부터 세계 평화와 인류 개조가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이 시대 종교인들의 참된 믿음(信)이며 신념이어야 한다. 그 한 걸음(一步, 日步)씩 나가는 일에서 어떤 개인이나 단체도 홀로 절대화될 수 없고, 모두의 앞에 놓인 목표가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서로 손잡아 주고 격려하고 돕는 일이야말로 오늘 이 땅의 모든 종교 공동체가 주력하는 일이어야 한다.
2019년 2월 28일
3·1운동백주년종교개혁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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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용,민정희,박광서,박길수,박병기,박순희,배병태,선병삼,손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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