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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정치 참여-실제 가톨릭교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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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사회교리, 사제의 ‘현실 참여’ 보장

 

 사제직무지침 3대 금지사항은
 공직 참여·정당가입·노조가입
 이마저도 공동선 증진땐 예외
“교회 사명은 인류 공동선 실현”
사목헌장에 못박고 현실개입 보장
 신부들 “독재 매섭게 질타했던
 김수환 추기경마저 부정한 셈”


 

천주교사회참여.jpg

1974년 7월23일 옛 중앙정보부로부터 소환을 통보받은 당시 천주교 원주대교구장 지학순 주교(맨 왼쪽)가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옛 성모병원) 앞마당에서 김수환 추기경(가운데)을 비롯한 성직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심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가톨릭 서울대교구장 염수정(70) 대주교는 지난 24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신앙의 해 폐막 미사’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치참여는 일종의 의무지만, 사제가 직접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사제단) 전주교구의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미사’를 겨냥한 발언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렇다면 전주교구 사제단의 시국미사와 발언을 ‘직접적인 정치참여’로 볼 수 있을까. 염 대주교의 발언은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근거로 하고 있다. 교리서의 ‘사제직무 생활지침’ 285조는 ‘성직자들은 국가 권력의 행사에 참여하는 공직을 맡는 것이 금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287조는 ‘정당이나 노동조합 지도층에서 능동적 역할을 맡지 말아야 한다’고 돼 있다. 직접 개입이란 이렇듯 △공직을 맡는 것 △정당 가입 △노조 가입 등 3가지에 대한 금지다. 이조차도 287조는 ‘다만 교회의 관할권자의 판단에 따라 교회의 권리 수호나 공동선 증진을 위하여 요구되면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해 교회 권리 수호나 공동선 증진을 위하는 것이라고 교구장이 판단하면 정당이나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염 대주교가 이날 봉헌한 미사에서 기념한 ‘신앙의 해’는 그의 언급대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돌이 되는 날인 동시에 ‘가톨릭교회 교리서’가 반포된 지 20돌인 2012년 10월11일을 시작일로 삼았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의 사명을 ‘인간의 존엄성을 증진하고, 인류 공동선을 실현하는 것’이라는 점을 사목 헌장에 못박았다. 사목 헌장은 국가의 헌법처럼 가톨릭에서 최상의 권위를 가진 문헌이다. 인권과 정의·평등·평화 등의 가치가 가정과 사회, 국가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가 반포한 사회교리 408항은 ‘교회는 민주주의를 높이 평가하는데, 이 체제는 시민들에게 정치적 결정에 참여할 중요한 결정을 부여하며, 피지배자들에게는 지배자들을 선택하거나 통제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평화적으로 대치할 가능성을 보장해준다’고 돼 있다. 이처럼 가톨릭 사회교리는 사제나 평신도가 공동선인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반민주적 정권에 비폭력 방식으로 저항하는 등 현실에 적극 개입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 신부는 “한국 가톨릭이 일제에 굴종해 ‘현실 정치 참여 금지’라는 명목으로 전국민이 참석하는 3·1운동에 사제와 신자들을 참여할 수 없게 해 시위에 가담한 신학생들을 퇴학시키고, 이토 히로부미를 심판한 안중근 의사의 신자 자격을 박탈하고, 일본의 전쟁을 돕기 위해 종탑을 전쟁 무기공장에 헌납하고, 독재정권에 아부하고 침묵한 것이 잘못인가, 무서운 정치권력에 맞서 자신의 희생을 각오하고 양심의 소리를 낸 것이 잘못인가”라고 물었다.

또다른 신부는 “염 대주교의 발언은 시국발언과 시국미사를 통해 독재를 매섭게 질타한 선임자 김수환 추기경을 부정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1971년 성탄 메시지에서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려는 박정희 정권을 향해 “이 법은 북괴의 남침을 막기 위해서입니까, 아니면 국민의 양심적인 외침을 막기 위해서입니까”라고 물었다. 또 전두환 정권 말기 박종철군이 고문으로 숨진 사건이 발생하자 “이 정권에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고 묻고 싶습니다. 이 정권의 뿌리에 양심과 도덕이라는 게 있습니까. 총칼의 힘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성토했다.
다른 교구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선 가능하면 언급을 삼가는 가톨릭의 전통에 비춰 서울교구만을 관할하는 염 대주교의 발언이 이례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가톨릭의 조직을 보면 각 교구는 로마 교황청의 직계 조직이다. 한국 내 가톨릭 16개 교구는 ‘주교회의’라는 협의체로만 존재한다. 여기서 협의해 ‘주교회의 의장’ 명의로 발표되는 것이 한국 가톨릭의 공식 의견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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