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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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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은 종교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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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을 해야 할 또 다른이유

- 배보다 배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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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의 야채 진열대. 한겨레 윤운식 기자

 

별로 신통하지 않은 책 한권을 우송하는데, 우송료가 책값보다 더 클 경우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한다. 어떤 목적을 위해 애쓰는데, 그 목적이 이루어졌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보다 그 일을 이루는 과정에 더 큰 희생이 요구될 때 이런 말을 쓰는 것 같다. 

요즘 한국에서는 ‘건강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금연운동이 한창이고 이와 함께 채식바람이 대단하다. 심지어는 우유마저도 육식으로 취급되어 끊는 사람이 늘어난다.

 

내 주위에도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가만히 보면 채식을 강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의 건강에 지극히 관심이 많은 이들이다. 육식이 몸에 좋지 않다는 여러 가지 영양학적 이론들 다 꿰고 있고, 그 외에 요즘에는 공해 문제까지 더해져서, 육류는 대부분 사료를 통한 호르몬이나 농약에 의한 화약물질을 함유하는 고기이므로 건강식품이 될 수 없다거나 생선도 바다의 오염이나 양식어장의 열악한 조건 때문에 안전한 식품일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 더러 종교적인 이유로 육식을 피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들도 하느님의 전인 내 몸을 잘 가꾸는 것이 하느님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 하는 것이라고 하여 결국 채식의 이유가 내 몸의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낙착하는 것을 본다.

 

육식을 피하고 채식을 하는 것이 이렇게 내 한 몸의 건강만을 위한 것인가? 채식하는 이유를 좀 더 넓게,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수는 없을까? 육식을 피하고 채식을 해야 하는 주된 이유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어처구니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풀이나 채소나 곡물을 사료로 하여 소를 키우고, 소고기를 얻어 내는데, 거기에 따르는 희생이 소고기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채식.png

 

최근 한국말로 번역된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책 『육식의 종말』(Beyond Beef)에서도 잘 지적된 것과 같이 인간이 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육용을 목적으로 하는 소의 숫자가 급격히 불어나, 소를 사육하기 위해 사용되는 토지는 세계 토지의 24%를 차지하고, 미국에서 사용되는 잡초 제거 화학약품의 80%가 소가 먹는 옥수수와 콩을 재배하는데 뿌려지는 것이다. 또 이런 소가 먹어치우는 곡물은 세계 곡물생산량의 3분의 1이 되는데, 이는 곡물을 7킬로그램을 사용하여 1킬로그램의 소고기를 얻는 셈이라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또 소와 기타 가축의 배설물에서 나오는 가스가, 모든 교통수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보다 더 큰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고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육식을 피하고 채식을 하는 것은 지구상에 한정된 자원 낭비를 막고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 방지에 협조하는 것이라는 말에 실감이 간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은 더 깊은 ‘종교적’ 이유이다. 내 몸에 좋기 때문에 육식을 금한다는 자못 인간 중심, 나 중심적 생각이 아니라 동물에게 괴로움을 줄 수 없다고 하는 생각 때문에 육식을 거부하는 태도이다. 이런 태도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종교는 인도에서 생긴 자이나교(Jainism)이다. 붓다와 동시대의 인물 마하비라에 의해 창시된 자이나교는 아힘사[不殺生]의 가르침을 가장 철저하게 실천하고 있다. 육식을 금하는 것은 물론 길을 갈 때도 길에 있는 곤충을 밟지 않도록 길을 쓸고 지나고, 공기에 있는 곤충을 마시는 일이 없도록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간디가 채식을 한 것도 근본적으로 이런 아힘사의 원칙에 입각한 것이었다.

 

사실 잡아먹는 것도 문제지만, 동물들에게 그 좁은 사육장 안에서 자기 식성과 관계도 없는 것을 강제로 먹게 하고, 자기 선호와도 관계없이 생식을 하도록 강요하므로 심지어 ‘미치게’까지 하는 인간의 행위는 윤리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물론 모두가 당장 다 채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내가 아는 캐나다 밴쿠버 거주 영양학 전문가는 체질에 따라 육식을 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고 주장한다. 체질 뿐 아니라 습관이나 기호에 따라 육식하는 사람을 나무라거나 비웃어도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로 육식을 하게 되더라도 그럴 때마다 내가 먹는 고기 때문에 희생하는 쪽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황공한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화에 지장을 주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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