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핑턴 회장 “과로로 쓰러진뒤 삶의 방식 성찰”
법륜 스님 “새로운 길을 발견했으니 축복이죠”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출범을 기념해 2월28일 오후 서울 충정로1가 엔에이치아트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법륜 스님(왼쪽)과 아리아나 허핑턴 회장(오른쪽)이 손미나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인의 사회로 대담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허핑턴 한국판 기념 토크콘서트
관객 400여명 ‘행복의 정의’ 경청
“30년차 주부가 남편이 생활비를 적게 줘서 그래서 이혼하겠다는 거예요. 여자와 남자가 평균수명이 7년 차이가 난답니다. 남편 죽으면 그 돈 다 누구 것입니까? 그렇게 아껴봐야 너 죽으면 내 것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되죠.”
법륜 스님의 말에 관중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한겨레>와 <허핑턴포스트>의 합작법인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서울 서대문구 엔에이치(NH)아트홀에서 연 ‘아리아나 허핑턴과 법륜 스님의 토크콘서트’에서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출범을 기념해 마련된 이날 콘서트에서 400여명의 관객은 ‘즉문즉설’로 유명한 법륜 스님과 아리아나 허핑턴 허핑턴미디어그룹 회장의 한마디 한마디에 숨을 죽였고, 간간이 폭소를 터뜨렸다. 카메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한 참석자는 스마트폰에 강연자의 말을 받아적기도 했다.
아리아나 허핑턴 회장은 누구보다 성공했다고 자신하면서도 ‘사고’를 겪고 생각을 바꾸게 된 경험을 담담한 어조로 털어놨다. 2006년의 일이다. “당시 과로로 쓰러졌어요. 머리를 책상에 부딪혀 광대뼈를 다치고 눈 밑이 찢어져 4㎝를 꿰맸어요. 저는 성공한 사람이었지만 다른 잣대로 보면 바닥에 쓰러진 제가 무슨 행복입니까. 저는 그때 삶의 방식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당시의 경험은 최근 펴낸 책 <제3의 성공>에 담겼다.
앞서 마이크를 잡은 법륜 스님은 “한평생 행복을 추구하지만, 정작 행복하다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물통의 물을 절반이나 쏟았다고 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절반은 남았네 하고 기뻐하는 아이가 있어요. 이런 아이는 다시 절반의 물을 채우기 위해 한발 더 나아갈 수밖에 없어요. 어떤 삶의 조건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데, 삶을 부정적으로 보면 아무리 개선돼도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어요.”
아리아나 허핑턴 회장은 행복을 이렇게 정의했다. “돈 없고, 애인도 없고, 친구도 없어 인생을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게 행복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요.” 법륜 스님은 온화한 표정으로 한마디 보탰다. “선생님도 안 아프셨으면 그냥 일만 하면서 사셨겠지요? 실패가 꼭 나쁜 게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재앙인데, 새로운 길을 발견한다는 측면에서는 축복이죠. 재앙이 복이라는 걸 알아채면 인생의 모든 것은 축복이에요.”
이날부터 누리집(huffingtonpost.kr)을 통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특종 경쟁에 매몰된 기존 언론과 달리 이웃의 삶을 먼저 돌아보겠다는 매체다. “인생은 뉴스로 가득하다”는 허핑턴포스트의 슬로건도 그렇게 탄생했다. 권태선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대표이사는 “일방적인 뉴스가 아니라 삶과 인생에 대해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