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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 대선 부정 면죄부 돼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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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 대선부정 면죄부 돼선 안돼”

‘행동하는 예수’ 펴낸 김근수씨


남미서 해방신학 접한 뒤 귀국
10여년 연구해 복음해설서 내
정교분리 주장 보수교인에 일침
“가르침 행동옮겨야 진정한 예수”
염수정 추기경도 ‘빈자곁에 살길’


김근수.jpg

*<행동하는 예수>의 저자 김근수


“예수는 가르치는 것을 반드시 행동으로 보여줬다. 이것이야말로 예수의 진정한 정신이다.” <행동하는 예수>의 저자 김근수(54·사진)씨를 지난 2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내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사제가 되고자 광주가톨릭대에 입학했다가 2학년 때 접고,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독일에서 ‘성서의 내용’을 공부한 그는 그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아 발길을 남미로 돌렸다. 군사독재에 반대하다 암살당한 오스카 로메로의 땅 엘살바도르였다. 그는 그곳 중앙아메리카대학(UCA)에서 ‘해방신학의 대가’ 혼 소브리노에게 ‘예수와 빈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웠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 한 그는 오랜 은둔의 세월을 보냈다. 7개국어를 하는 그는 가장의 책임을 다하고자 제주도청 앞에 외국어학원을 내 생활하면서 10여년간 홀로 신학을 다졌다. 그가 ‘세상’으로 나온 것은 지난해 남미 출신의 교황 프란치스코가 등장한 이후다. 지난해 6월 마르코폴로 복음 해설서인 <슬픈 예수>를 펴낸 데 이어 이번엔 마태오복음 해설서 <행동하는 예수>를 냈다.


그가 보여준 예수는 결코 ‘윤리교사 예수’가 아니다. “그리스도교는 철학이나 심리학이 아니다. 역사다. 예수는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 즉 구조악을 보고 그 악에 도전했기에 정치권력과 갈등을 빚은 것이다.”
그는 “예수가 로마 군대와 투쟁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 로마는 예루살렘 성전의 유대교 종교 지도자들을 하수인으로 삼았기 때문에 그 성전에서 환전하거나 장사하는 이들의 책상을 뒤엎은 것은 로마 식민지 총독에 대한 저항이자 정교유착 연합체에 대한 저항”이라며 “당시 정치범에게만 적용되는 십자가형을 받은데서도 이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대선 때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개입에 대한 종교계의 비판을 ‘정교 분리’를 내세워 외면하는 여권과 보수 종교인들의 주장을 ‘반그리스도적’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삶의 현장을 외면하기는 커녕 빈자와 약자 편에 섰던 게 `최초의 해방신학자'예수의 삶이라는게 그의 관점이다.


그는 빈자·약자와 함께 하는 사제들을 격려하기는 커녕 그들을 비판하는 게 ‘주교가 되는 지름길’로 여기는 가톨릭 내부의 풍조를 개탄한다. “지난 주 <가난한 자를 위한 가난-교회의 임무> 출간기념회를 연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루드비히 뮐러 추기경이 ‘어두운 시대 줄을 타서 출세한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해방신학의 선구자 구티에레스 신부를 초청 연사로 모신 자리였다. 삶과 구원을 분리시키지 않은 예수의 정신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등장으로 더 확고히 뿌리내리는 제3차 바티칸공의회로 이어지길 바란다.”


오는 8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그는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을 신군부가 광주학살과 쿠데타를 용서받고 정권을 용인해준 것으로 악용한 것처럼, 박근혜 정권의 대선 부정에 면죄부를 주는 쪽으로 악용돼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 대신 강압적인 정권에 의해 희생된 약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제주 강정마을을 방문해 평화를 되새기고, 북한을 방문해 남북 평화의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고, 민주주의 저항정신이 깃든 광화문에서 미사를 집전해줄 것을 고대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염수정 추기경에 대한 바람도 잊지 않았다. 추기경의 두 동생 신부를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인 송파·강남의 성당 주임에 임명하고, 약자보다는 권력자와 부자를 주로 만나고, 그들의 편에서 얘기한다면 예수의 삶과 교황의 사목에도 배치될 수 밖에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보수적인 신학을 고수하다가 예수회 사제의 죽음을 목도한 뒤 회개해 13평집에서 빈민들의 벗으로 살다 간 로메로 주교와 같은 회심을 염 추기경에게도 기대한다고 했다.


요즘 에스엔에스(SNS)에서 스타로 떠오르며 여기저기 강의 요청을 받고 있는 그는 일체 강의료를 받지 않고, 인세와 원고료는 모두 기부한다. 가난한 자와 함께 한다는 자신의 신학이 돈으로부터 영향 받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2014.3.3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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