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에서 구과스님
참선프로그램 지도교수를 맡을 박희승 교수와 함께한 구과 스님
엘리베이터에서 그를 본 보살들이 “스님, 참으로 고우십니다”고 인사를 한다. 절집에서 누군가 비구니 스님에게 그런 소리를 했다간 화자도 견책을 받고, 칭송을 들은 비구니 스님도 어른 스님으로부터 책망을 면치 못할 일이다. 그런데 구과 스님은 그런 책망을 한두번 들었을성 싶지 않다. 그가 조계사 경내에 들어서자 그토록 멋진 석탑의 어두운 색조와 대비될 정도로 환한 빛을 발한다.
종단 최초의 비구니 기관장인 조계종 한국문화연수원 원장 구과(57) 스님이 4일 서울 조계사 앞 템플스테이사업단 내 공양실 바루에서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태생적으로 고기는 커녕 오신채(마늘·파·부추·다래·흥거)를 입에 대지도 못했던 체질 때문일까. 그에겐 여린 풀꽃같은 싱그러움이 감돈다. 그러나 그 안에 단단한 강단이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가 비구니로서 종단 기관장에 임명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학 재학중 울산 석남사에 출가한 그는 강원을 마친 뒤 8년간 선방에 참선을 하러 다녔고, 수원 봉영사와 석남사에서 포교원장을 했다. 이어 울산 언양읍에 있는 석남사포교당의 불교교양대학을 맡아 9명이던 수강생을 3년만에 60명 정원으로 튼실하게 키워내기도 했다.
성철 스님(1912~93)으로부터 ‘구과’란 법명을 받고, ‘가지산 호랑이’로 불렸던 비구니 선승 인홍 스님(1908~97)을 시봉하며 각별한 사랑을 받았던 그가 지난해말 연수원장에 임명된 뒤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은 참선 입문프로그램이다. 조계종단의 대표적인 수행이면서도 일반인들이 어렵게 느끼고 쉽게 접근할 엄두를 내지못했던 화두선을 대중화해 대중들의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보급하는 전진기지로 연수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계종 원로의원인 고우 스님(봉화 금봉암주)의 가르침으로 화두를 참구하고 조계사 선림원에서 3년간 참선을 지도해온 박희승씨를 지도교수로 위촉했다. 다음달부터 고우 스님과 원택 스님을 증명법사로 모시고, 입문과정과 심화과정 3박4일씩의 참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구과 스님은 벌써 또 다른 구상에 바쁘다. 충남 공주 태화산의 연수원을 인근 세종시에 근무하는 중앙공무원들의 명실상부한 힐링센터로 이끌 계획이다. 하루 3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연간 3만명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프로그램으로만 힐링을 하는 게 아니죠. 먹는 것과 걷는 것 모든 것이 힐링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는 방문객들이 식사에서부터 힐링할 수 있도록 자신이 사찰음식을 가르쳐 키운 공양주들을 불러와 밥상을 일신시켰다.
스트레스가 많은 기업체 회사원들과 경쟁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힐링에도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그는 “매스 미디어와 컴퓨터, 핸드폰으로부터 떠나는 ‘미디어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며 ‘스트레스를 넘어설 푸른 꿈’을 펼쳐보였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