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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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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삶이 천국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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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남 교수의 아하!

율법주의 굴레로부터 해방 
 
2014.03.04  오강남 ‘종교너머, 아하!’ 이사장
 


서울 길거리에서, 심지어 인천공항에서까지, 어깨띠나 푯말에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 써서 붙이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명동 한복판에서는 아주 진을 치고 확성기를 사용해서 외치기도 한다. 예수를 믿으면 그 대가로 죽어서 천국에 가고 믿지 않으면 그 벌로 지옥에 갈 수밖에 없다는 그들 나름대로의 믿음을 사람들의 머리에 각인시키려는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볼 일이다. 예수를 믿든, 어느 종교를 신봉하든, 그 궁극 목표가 지금은 수고스럽더라도 잘 믿으면 죽어서 보상을 받는다는 생각이 건전한 종교생활을 위해 바람직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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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들 중에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그 옆에 같이 십자가에 달려 있던 강도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평소 강도질 등 제 마음대로 살다가 마지막 순간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기억하소서” 하는 한마디로 예수님으로부터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는 보장을 받은 강도. 그 강도처럼 나도 내 마음대로 살다가 마지막 순간에 예수를 믿었으면 지금처럼 고생을 하지 않고 살 수도 있었을 터인데 하는 생각이다.


예수님의 비유 중에 어느 포도원 주인이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고 품삯을 주는데, 오전부터 일한 사람이나 저녁때 와서 일한 사람이나 다 같이 ‘한 데나리온’씩 똑같이 주자 오전부터 일한 사람들이 불만을 표시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오후부터 일한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이렇게 종교 생활을 의무나 희생에 따른 보상으로 생각하고 이생에서 고생스럽지만 죽을힘을 다해 종교가 가르치는 율법을 꼬박꼬박 지키면 사후 그 값으로 잘 살게 된다고 믿는 것은 율법주의적 종교관에서 나온 발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십자가의 강도는 마땅히 형벌을 받아야 하고 오후 늦게부터 일한 사람들은 그만큼 품삯을 적게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관점에서 벗어나서 보면 이들은 그동안 마음대로 잘 산 것이 아니라 종교가 주는 참된 복과 쉼을 모르고 산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왜 그런가? 포도원 비유를 예로 들면, 오전부터 일한 사람들은 일찌감치 일거리를 얻어 마음 편하게 하루 종일 지낼 수 있었고, 오후부터 일한 사람들은 일거리가 없을까 하루 종일 노심초사하느라 힘든 하루를 보낸 셈이다. 일찍부터 일한 사람들은 불평할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편한 마음으로 지낸 자기들의 행운을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건전한 종교일 경우, 종교 생활을 오래 했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더 행복한 삶을 오래 살았다고 하는 뜻이다.


예수님도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고 하면서 이 삶에서의 쉼을 약속했다. 부처님도 그가 제시한 ‘여덟 겹의 바른 길’을 따르면 지금 겪고 있는 아픔과 괴로움(苦)에서 벗어나는 삶을 살게 되리라고 가르쳤다. 둘 다 율법주의적 종교의 굴레로부터의

해방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종교는 죽어서 가는 천국이나 지옥의 문제라기보다 우선 지금 여기서의 일상적 삶이 천국이 되도록 안내하는 나침반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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