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한국 찾은 세계적 명상지도자 틱낫한 스님
“감정 다스리는 법 몰라서 자살
천천히 걸으며 자신 관찰하길…
불교 위기는 변화와 섬김 부족 탓”
“강렬하게 일어나는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마는 것이다.”
틱낫한(틱녓하인·86) 스님이 10년 만에 한국에 왔다. 베트남 출신으로 프랑스 플럼빌리지에 자리잡고 명상을 통해 평화로운 삶으로 이끄는 그는 2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최고일 만큼 심각하다’는 한국의 현실을 듣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하나의 감정은 감정일 뿐이다. 우리는 그 감정보다 훨씬 큰 존재다. 왔다가는 사라지는 그 감정에 따라 왜 우리 자신을 죽여야 하나?”
그는 “단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과 천천히 걸으며 자신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화나 두려움 대신 숨 쉬는 그 자체의 기쁨과 평화를 만끽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성공과 경쟁에 내몰려 지친 한국인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돈만으로 행복해질 수는 없다. 정신적 행복이 함께해야 한다. 돈과 명예, 권력이 아니라 이해와 사랑,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더 깊은 삶을 살 수 있고 더 행복하게 된다.”
그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로서 ‘불교의 위기’를 누차 강조했다. “불교는 화나 두려움, 의심을 화해로 바꾸며 고통받는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치유할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고통받는 젊은이들이 승려를 찾기보다는 정신과 의사나 심리치료사를 찾아갈 만큼 더이상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는 그 원인으로 변화와 섬김의 부재를 들었다. 과학과 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이론과 발견들이 쏟아지는데 불교는 수백년 전의 행자교육 교재를 그대로 쓸 정도로 머물러 있을 뿐 새로워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개인과 사회와 세계의 고통을 치유하고 보다 잘 섬기기 위해 불교가 어떻게 새로워져야 하는지를 스스로 물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10년 전 방문 때 휴전선에서 한반도 평화의 기도를 이끌기도 했던 그는 남북간 긴장을 완화하는 명상가식 처방을 제시했다. 먼저 남한 안에서 이해와 연민의 에너지가 일어나 스스로 치유된 뒤 이런 치유 방식이 북에까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남한사회에서 가장 고통을 겪는 분들을 초대해 어려움을 들어주어야 한다. 그렇게 경청하다 보면 치유와 변화가 일어난다.”
그는 정치 지도자나 교육자, 언론인들이 먼저 마음챙김 훈련을 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표했다. 마음이 고요해져야 원인을 깊게 성찰할 수 있고, 치유와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틱낫한 스님은 3~7일 강원도 평창 오대산 월정사에서 4박5일간 명상을 지도하고, 10일 오후 3시 부산 범어사와 13일 저녁 7시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대중강연을 한다. 혜민 스님이 통역한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