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 필리핀 성 판크라씨오 성당 옆 빈민촌에서 불이 났습니다. 안타깝게도 한 명이 사망하고 400여채 집이 타버렸습니다. 천여 가구 4,000명이 이재민이 되었습니다. 일부 이재민이 성당 한켠에 자리잡았습니다. 170여 가구. 780여명입니다. 민들레국수집이 이 분들 때문에 이곳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가장 필요한 것이 슬리퍼, 손톱깍기, 머리 가위 등이었습니다. 급히 슬리퍼 2,300 켤레를 구입해서 나눠드리고, 본당 신부님께 일만 페소를 이재민을 위해 써 달라고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재민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주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입주하면서 장학생과 피딩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밥을 먹을 아이들을 성당에서 선정해 달라고 부탁해 명단을 받았습니다. 거의 화재 이재민 아이들입니다. 급히 계획을 바꿨습니다. 장학생도 식사를 하게 했습니다. 식사만 제공하였던 아이들은 전부 장학생이 되게 했습니다. 그리고 6살 미만의 언니 오빠 따라오는 꼬마들도 밥을 먹게 했습니다. 장학생 101명. 식사인원 101명에 꼬마들 35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이재민 가구가 성당에는 이제 다섯 가구 남았습니다. 그 다섯 가구 중에 지나네 가족이 있습니다. 지나는 생후 석달된 여자아이입니다. 엄마 아빠 그리고 자녀 일곱입니다. 지나 아빠는 35세입니다. 길에서 장난감을 팝니다. 하루 400페소 벌어서 아홉 식구 살았답니다. 우리 돈으로 겨우 만원입니다.
불이 난 후 다른 곳으로 갈 형편이 안됩니다. 골조만 남은 집을 어떻게라도 고쳐서 살아보려고 아침과 저녁에는 장사하고 틈틈이 혼자서 집을 고쳤습니다. 그런데 방법이 없습니다. 어제 집에 가 봤습니다. 30,000페소 정도면 아홉 가족이 몸 누일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1페소는 25원 정도입니다. 지나네 가족에게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주십시오(시티 427-12081-265-01 서영남). 어제 태국에 사시는 고마운 분께서 10,000페소 도움주셨습니다.
지나네 보다 더 가난한 사람이 많아요. 좀 더 이 나라를 알아본 다음에 돕는 것이 옳지않을까요? 한국에도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필리핀보다 더 가난한 나라도 많아요. 공평하게 도와주어야지요. 그렇게 다음을 생각하지 않고 마구 도와주다가 나중에 어찌 하려구요. 왜???
어려운 이웃을 도울 때 자신이 하느님이라 착각하기가 참 쉽습니다. 하느님 자리를 넘보지 않기. 가난한 사람을 의심하면 안 됩니다. 의심한 그대로 이루어집니다. 나는 몸으로 존재합니다. 제한적이기에 내 주변에서 어려운 이웃을 잘 살펴보고 사랑을 즉시 실천하기. 내가 상대를 바꾸려들면 안됩니다. 스스로 바꿀 수 있도록 보조성의 원리를 지켜야 합니다.
질리안의 안내로 집을 다시 찾아가는데도 잘 모르겠습니다. 질리안은 지나 언니랍니다. 지나네를 위해 모은 돈의 일부를 전해드렸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