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지식을 더하십시오
반석위에 집을 짓는 지혜(루가 6,43~49)
작년부터는 사제 수도자 신학생 피정에 종종 참여하고 있습니다. 공동체 영성과 마을 생활을 소개하고 대안의 삶을 모색하는 나눔의 차원입니다. 뭐 솔직히는 마을을 알려서 지망자를 초대하는데 도움을 받고 싶은 의도가 있는 거지요. 강의할 때는 자연스럽게 마을 생활을 예로 들게 됩니다.
*연설하는 모습. 영화 <킹스 스피치> 중에서
이야기 하다보면 마을 생활에서 실현되고 검증된 것만은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살고자 하는 것을 살고 있는 듯이 말하는 경우도 있고, 목표만 정해져 있는 것, 살려고 노력하는데 실제로는 잘 안 되는 것인데도 우리 삶처럼 말합니다. 그런가 하면 별로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공동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잘 되고 있는 놀라운 것들도 있는데 그것도 모두 우리가 노력해서 얻은 것처럼 말하곤 합니다.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안하는 것을 하는 것처럼 떠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생활의 실행으로는 충분치 않은 것을 일상처럼 말하는 게 종종 있어서 그런 때는 왠지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아야 할 삶과 목적의식에 대한 믿음을 한 번 더 확신하는 계기가 되어 성찰도 되고 그러니 나쁘지는 않습니다.
“너희가 들은 것을 실행하면 반석위에 집을 짓는 슬기로운 사람과 같다.” ‘들은 것을 실행하는 것’보다는 ‘자기 입으로 말한 것을 실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믿음처럼 말하는 것도 정작 자신은 살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많은 저서를 남기고 금과옥조의 설교를 하고 주목해야 할 강의와 논설과 시론을 쓰는 식자들도 그의 삶과 간극을 가진 외침이 너무 많은 시대입니다.
교양강좌 인생강좌 전문강좌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지식과 정보에 접근하는 길이 넓어졌고 그만큼 아는 것도 많아졌습니다. 모르는 것이 몇 가지 안될 정도니까요. 그런데 왜 우리 시대는 점차 퇴보하고 타락해 가고 있는 걸까요? 아는 것과 사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당신의 가르침조차도 사는 것으로 열매를 얻으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의 인생관을 설파하는 산상설교(마태복음 5~7장)는 루가복음에도 전해지고 있는데 그 가르침의 결론은 이런 겁니다. “실천하지 않으면 도루묵이다!” 듣기만 하고 실천이 없고 심지어 제 입으로 말하면서도 그렇게 살지 않은 것은 분양아파트의 모델하우스에 불과하다. 모델하우스는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고 장사를 위한 전시용이잖은가?
삶의 해답은 넘치도록 충분한 시대입니다. 지식에는 삶이 없어도 무방할 수 있고 지식 자체가 삶도 아니지만 삶이란 그 자체로 지식이며 깨우침입니다. 삶이 지식을 생산합니다. 설계도면이 집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집을 짓다보면 살려고 하는데 필요한 만큼의 요구가 생기고 문과 창이 달리고 불편하면 고치게 될 것입니다. 그대로 옮겨 그리면 그것이 설계도면이 됩니다. 삶에 지식을 더해야지 지식에 삶을 얹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온갖 지식을 갖추었는데 쓸 만한 것이라곤 쬐끔 밖에 안 되는 것보다는 필요한 지식을 조금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더 이상 알기 위해서 기웃거릴 필요가 없습니다. 현재 알고 있는 것만큼 먼저 실행하면 됩니다. 지식보다 삶을 우선하십시오.
(2014. 9. 13) *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