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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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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도 40년 설적운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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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은 호흡으로, 몸과 마음을 하나로

[건강과 삶] 선무도의 문주 설적운 스님


 어릴 적 익힌 태권도 바탕으로
 선무도에 입문해 40년 갈고 닦아
 일곱 동물 동작 본뜬 선체조 수련
 짧은 들숨, 긴 날숨으로 평안 유지
“맑은 육체에 맑은 정신 깃드는 법”


선무도1.jpg
*설적운 굴사 주지스님. 위 동작은 수행할 때의 손동작인 활연 합장인(活蓮合掌印).

 
‘부웅’. 바람이 거칠게 갈라지는 소리다. 야구방망이를 힘있게 휘두를 때나 들을 수 있는 소리다.
바로 그 소리였다. 스님의 다리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다. 부드럽게 움직이던 육체는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낸다. 마치 마른하늘에 번개가 치고 천지를 가르는 천둥소리가 나는 형국이다. 스님의 팔과 다리는 천지사방을 향해 자유롭게 유영을 한다. 때로는 힘있게, 때로는 연체동물처럼 부드럽게.


그러나 호흡은 한결같다. 조금의 거친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다만 바람을 가르는 육체의 빠름만 느껴질 뿐이다. 가부좌를 틀어 앉아 있다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양발을 벌려 차는 동작은 태산 같은 내공이 없이는 불가능한 동작이다. 생각에 따라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신법(身法)의 극치이다.
부처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대들이여, 그대들을 깨끗이 하기 위해, 근심을 없애기 위해, 괴로움을 없애기 위해, 열반에 이를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 유일한 법을 여기에 가르쳐 주노라.”(대념처경)


부처가 가르친 깨달음의 ‘비법’은 몸과 마음의 조화로운 수행이었다. 그래서 불교 수행은 정신뿐 아니라 몸 수행을 중시한다. 오래전 인도에서 전해진 불교 수행의 전통이 오늘날 ‘선무도’(禪武道)로 이어지고 있다.


선무도page.jpg


설적운(60) 스님은 태권도 사범이었다. 10살 때부터 동네 도장에 가서 태권도를 익혔다. 무술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20살(1975년)에 부산 범어사에서 출가하여 사미계를 받고 선무도를 복원한 양익 스님을 만났다. 2006년 앉은 채 입적하는 좌탈입망(坐脫入忘)의 열반 경지를 보여준 양익 스님은 1960년대부터 선무도의 복원을 위해 전국의 노스님을 찾아다녔다. 선무도는 고려, 조선시대의 승병들이 널리 익혔으나, 1894년 갑오경장 당시 승병제도가 사라지며 산속으로 스며들었다. 일제 강점기에 항일운동에 앞장섰던 스님 가운데는 선무도의 고수가 많았다고 한다. 적운 스님은 이미 익힌 태권도를 바탕으로 선무도를 익히며 양익 스님의 수제자가 됐다. 전통불교에서 불교금강영관(佛敎金剛靈觀)이라는 수행법을 선무도라는 이름으로 되살린 것이다. 그러곤 1984년부터 선무도의 세속 포교를 위해 도장을 열었다.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설씨입니다. 전 그 원효대사의 46대 직계 후손입니다. 아마도 제 전생이 승병 대장이었을 것입니다.” 원효대사는 경북 경주 근처의 혈사(穴寺·동굴 사찰)에서 입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적운 스님이 주지로 있는 경주 골굴사는 이 지역 유일한 혈사다. 그러기에 적운 스님은 불교적 인연이 자신을 골굴사 주지로 자리잡게 한 것으로 믿는다.


선무도page2.jpg

 
불교 무술 하면 흔히 소림 무술을 꼽는다. 달마대사가 면벽수련을 하는 승려들의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5가지 동물의 움직임을 본떠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소림 무술처럼 선무도 역시 호랑이·원숭이·용·곰·거북이·학·사슴의 일곱 동물 동작을 본떠 기(氣)의 흐름을 원활히 하는 12개의 동작으로 만들었다. 동작을 하기 전에는 선요가와 기공으로 기초를 다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 적운 스님은 “몸과 마음을 조화롭게 하는 것이 수행의 목표인데, 몸과 마음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호흡”이라고 강조한다.


“일반인들은 길게 들이쉬고 짧게 내쉽니다. 명상 상태에 들어가 들이쉰 것보다 길게 내쉬는 것을 수련합니다. 들숨과 날숨의 비율을 1 대 2까지 늘리면 부교감 신경이 자극돼 지극히 편안한 상태인 입정(入靜)에 들어가기 쉬워요. 일반인들은 평균 1분에 15차례 호흡을 하지만 수련을 하면 3차례까지 줄일 수 있고, 더 깊은 명상 상태로 들어가면 숨을 쉬는 것인지 멈춘 것인지 모르게 됩니다.”


선무도는 앉아서 하는 좌관(坐觀), 서서하는 입관(立觀), 움직이면서 하는 행관(行觀)으로 수행법을 나눈다. 이런 수행을 하기 위해선 몸을 부드럽게 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오체유법(五體柔法)으로 불리는 선체조다. 팔·다리·머리·배·등의 다섯 부위를 부드럽게 풀어 심신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요가적 명상체조인 셈이다.

적운 스님은 “이전엔 법사나 은사 스님으로부터 호흡법이나 몸을 고르는 법을 지도받지 못하고, 큰스님을 찾아가 화두를 받아 좌선에 몰두해 좌골신경통 등 여러 질병에 시달리는 스님들이 많았다”고 말한다. 이 유연공에는 발가락, 발목, 무릎을 돌리고, 척추를 펴주는 등 다양한 동작이 있다.


선무도의 체조는 동물의 뛰어난 신체적 특징을 그대로 본뜨고 있다. 우선 호랑이 자세. 두 발을 벌리고 상체를 숙여 양손을 마치 호랑이 발톱처럼 손가락을 크게 벌려 양발 앞에 붙인 채 호흡을 천천히 한다. 용의 자세는 상체를 구부린 상태에서 상체를 틀어 한 손을 공중으로 뻗는다. 곰의 자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양 발꿈치를 들어 항문을 수축하고 양 손바닥으로 좌우를 강렬하게 밀쳐낸다. 학의 자세는 두 발의 뒤꿈치를 밖으로 틀어 새끼발가락으로 지탱해 선 채, 양손은 끝을 모아 손목을 강하게 안으로 꺾는다. 이런 자세를 통해 각종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고 척추 등의 뼈와 근육을 강화시킨다고 한다. 대부분의 무예가 공격과 방어의 개념으로 구성돼 있다면, 선무도는 신체의 유연성과 균형을 바탕으로 불교의 이상세계를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선무도9.jpg


적운 스님은 “정신과 육신의 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하고, 이는 맑은 육체에 맑은 정신이 깃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지(地)·수(水)·풍(風)·화(火)의 네가지 조화가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바람은 숨결입니다. 불은 체온입니다. 물은 신체의 70%를 이루는 수분입니다. 땅은 신체를 이루는 뼈와 살이 갈 곳입니다. 이 네가지를 호흡을 기본으로 쉬지 않고 육체를 움직여 줘야 질병 없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적운 스님은 묻는다. “자신의 몸속에 흘러 다니는 생명의 기운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맑고 깨끗한, 어쩌면 청량하고 신선한 환희의 감로(甘露)를 맛본 적 있나요?”
그러곤 속세의 인간들에게 경고한다. “파거불행(破車不行·망가진 수레는 움직일 수 없고), 노인불수(老人不修·사람도 늙으면 수행도 할 수 없다).”


경주/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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