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의 아주 큰 전환> 책에서 물리학자 프리초프 카프라와
토마스 매터스 신부와 대담을 나눈데이비드 슈타인들 라스트 수사
슈타인들 라스트 수사와 이병남 LG인화원 원장, 프리초프 카프라 박사(왼쪽부터)
참선과 수도, 명상이 무엇에 쓰는 약인가. 이른바 이런 수행들이 개인적 치유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과연 그 이상의 기능을 하는지에 대해선 솔직히 의문과 회의가 생기곤 한다. 특히 두 가지 점에서다. 하나는 그것이 전인격적 변화를 수반하는가이고, 또 하나는 그것이 세상에 도움이 되느냐다.
전자의 경우는 견성이니 거듭났느니 하며 우주의 이치를 다 꿰뚫는 듯이 말해도, 실제 마음을 쓰며 행동하는 것을 보면 장삼이사에 미치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후자에 회의를 갖는 건 그 체험을 주장하는 이들의 태도가 시쳇말로 출세해 대우받고 타인들 위에 군림해보겠다는 세인과 다름없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문에 응답해주는 책이 나왔다. 신과학의 고전인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의 저자인 세계적인 물리학자 프리초프 카프라와 오스트리아 출신의 가톨릭 베네딕트회 다비트 슈타인들라스트 수사, 가톨릭 가말돌리회의 토머스 매터스 수사신부 등 3명이 대담한 <그리스도교의 아주 큰 전환>(김재희 옮김, 대화문화아카데미 펴냄)이다.
이 책의 원제(Belonging to the Universe)는 ‘우주로의 귀속’이나 ‘귀향’, ‘귀일’ 등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책은 애초 1997년 <신과학과 영성의 시대>란 이름으로 출간되었다가 절판되었다. 그런데 2년 전 미국에서 열린 ‘깨어 있는 자본주의 콘클라베’에 참석했던 엘지(LG))인화원 이병남 원장이 강사로 초청된 슈타인들라스트 수사와 카프라 박사를 만나고 그 감격을 잊지 못해 추천사를 써서 출간을 도왔다.
이 책에서 슈타인들라스트 수사는 “강렬한 체험을 했다 하더라도 그냥 잊어버리고 옛날하고 똑같이 살아간다면 그건 영성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세상이 온통 새로워져 버리는 영성 체험이나 깨달음이란 음식을 먹는 일, 글을 쓰는 일, 손톱을 깎는 일까지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즉 견성하거나 신비 체험을 하게 되면 인격적으로 변화하지 않을 수 없고, 이는 도덕적 의무와 책무를 통해 세상의 변혁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는 쪽으로 가게 된다는 것이다.
일거에 의문을 해소해주는 명답이 아닐 수 없다. 슈타인들라스트와 매터스는 가톨릭 수도자지만 오히려 불교 등 동양 수행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만한 지혜와 통찰을 보여준다.
영성 체험을 하면 권위를 내세워 기득권이나 누리려 하기보다는 봉사하고 헌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슈타인들라스트 수사의 말은 지난해에야 나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첫문서 <복음의 기쁨>에서 그리스도를 체험한 기쁨으로 세상을 바꾸고 구원하도록 견인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슈타인들라스트 수사는 예수를 비롯해 절정 체험자들은 이렇게 권위를 세우기보다 헌신하기에, 종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나 그런 권위를 발판으로 다른 이들을 눌러놓고 있던 사람들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고도 했다. 수행자들의 주장이 무엇이든지 간에 약자에 대한 행동, 자신에 대한 권위적인 태도에서 가짜와 진짜는 쉽게 구별될 수 있는 셈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