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를 부르는 소비의 끝은?
하나를 사면 그에 따라 또 필요한 것이 생겨, 사지 않는 것이 해결방법!
예전에 다양한 머리모양을 해보는 것에 한창 빠져있을 때의 일이다. 머리를 해주던 담당 선생님의 권유로 7가지의 다양한 톤을 넣은 갈색 머리로 염색을 하고, 굵은 웨이브를 주는 펌까지 같이했다. 가격은 비쌌지만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머리에 한껏 힘을 준, 나름 세련되고 멋진 헤어스타일이 나왔다.
그런데 멋진 머리모양을 만들고 나서 보니, 기초화장 정도만 하는 얼굴이 너무 밋밋하게 보이는 거였다. 머리모양이 화려하게 변하다보니, 평범한 얼굴은 머리모양과 비교가 되면서 평범이 아닌 추레한 모습이 된 것이다. 그래서 얼굴에 색조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마스카라도 바르고, 볼터치도 하고. 그제서야 머리모양과 얼굴 분위기가 어울렸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화려하게 치장한 머리 부분과 비교돼 옷차림이 또 추레해 보이는 게 아닌가. 스타일리시한 원피스를 샀다. 그런대로 어울렸다. 그런데 이어서 낡은 가방이 추레해 보이고, 옷과 가방에 어울리는 구두가 또 필요해졌다.
머리모양 바꾸는 것에 시작한 소비는,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연달아 이어졌고 엄청난 돈을 쓰고 나서야, 매일 화장에 신경 쓰는 것이 피곤해져서야 그 끝을 보고 말았다.
그때 깨달았다. 소비는 소비를 부른다고. 마스카라 광고를 보고 마스카라를 사서 바르면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눈이 강조되니, 볼과 입술도 강조돼야 어울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볼터치 색조화장품과 립스틱, 립글로스를 사게 된다. 이런 것들을 사게 되면 이어서 클렌징 제품도 추가로 사야하고, 화장을 할수록 피부가 건조해지거나 트러블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여러 가지 추가 관리 기초화장품을 사야하고, 피부과에 가야할지도 모른다.
수많은 제조업체들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서 이런저런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나를 사면 다른 것들이 또 필요해지니까. 새로운 제품을 내놔서 그로 인해 새로운 소비를 부추겨야 물건이 계속 팔리고, 계속 생산을 하며 이윤을 추구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는데 돈을 쓰고, 그런 물건을 생산하고 소비하는데 자원을 쓰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소비의 연쇄고리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첫 소비를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하나를 사면 연쇄적으로 5개, 10개의 소비가 필요하지만, 첫 하나를 안사면 그 다음 따라오는 소비도 불필요하게 된다.
색조화장품을 잔뜩 사서 얼굴을 꾸며 예쁘게 하려고 하기보다, 잠 충분히 자고, 피부와 주변 환경을 청결하게 관리하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는 기본에 충실하게 해 피부를 밝고 예쁘게 하는 것도, 얼굴을 예뻐 보이게 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
물건을 한번 사기 시작하면 그 끝이 없지만, 물건을 사지 않기 시작하면 살 것이 참 없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