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는 것이 정의’인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큰 의미도 없는 건강기구나 화장품을 어떻게 꾸며놓아야 대량으로 팔 수 있을지 궁리하는 기업들의 의지만이 뜨거울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개인에게 필요한 것은, 물건을 사지 않을 줄 아는 센스, 물건을 구입하기보다 버리는 기술, 정보 수집 능력이 아닌 정보 차단 능력이다. ... 물건이라는 것의 속성이 원래 그렇다. 선인들로부터 지식을 이어받아 시간을 들여 만들든, 돈을 모아 사든 빌리든 간에, 한 번 갖게 되면 소유하고 나서도 도둑맞지 않을 장소를 확보하고 관리 및 사용 방법을 익혀야 하며 적절한 시기와 용도에 맞게 주의하고 때로는 수리하거나 세금을 내야 한다. 처음과는 달리 나중에는 마음대로 버리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결국 물건에는 보이지 않는 함정이 있는 것이다. 소유한 물건만큼 그에 상응하는 자금과 노력이 필요하고, 그 물건들이 우리 곁에 존재하는 이상 우리는 그것을 소유하고 지배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물건이 인간의 행동양식을 지배하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 나는 종종 배낭 하나로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생각한다. 그저 배낭 안에 적당히 필요한 것들을 넣고 아무 속박 없이 여행하듯 살고 싶다는 생각이 언제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