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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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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창조해 가는 피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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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사상은 그 사람이 어떻게 인간을 이해하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적으로 좌우된다. 정치 사상이든 경제 이론, 문명 사관, 문학과 예술이든, 심지어 자연과학적 패러다임에 이르기까지 그것을 연구하는 학자의 인간 이해는'해석학적 전이해'로서 그의 사상 형성과 이론 전개 속에 암묵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칼 마르크스 『자본론』과 유물사관의 밑바탕에도 역시 그의 인간 이해가 깔려 있으며, 프로이트의『꿈의 해석』의 이론 밑바탕도 그의 기계론적·생물학적 인간 이해가 전제되어 있다. … 하물며 종교 사상, 신학적 이해 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면 김재준은 인간을 어떻게 이해했던가? … 그의 나이 48세 때(1948년) 쓴 「인간성의 한계와 복음」이라는 짧은 글 속에서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선 인간은 자존자가 아니고 의존자라는 것, 창조주가 아니고 피조물이라는 것을 솔직히 인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자기 교만은 꺾입니다. 겸손한 인간은 피조물임을 자인하고 창조주와의 정상 관계를 모색하게 되는 것입니다. 동시에 인간은 단순한 피조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피조물이라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인간은 창조해 가는 피조물입니다. 폐쇄 완료된 제작품이 아니라 미완성의 '오픈 엔드(open end)'를 가진 자유하는 인격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은 하나님과 통하는 '종교'를 원합니다. 인간의 모든 사위(事爲)는 하나님 관계에서 평가되어야 한다고 결론 짓습니다. ……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다른 모든 종교인들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최후의 원수인 죽음의 권세를 이기고 부활의 영원한 생명을 체험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무량애입니다. 이 무량의 사랑 안에서 우리도 범우주적 사랑의 공동체를 이룹니다. 여기서 우리 인간성이 좁디좁은 한계선은 철거되고, 하늘과 땅 어디서도 구애됨 없는 무애(無涯)의 자유인이 됩니다.


<김재준 평전 - 성육신 신앙과 대승 기독교>(김경재 지음, 삼인) 중에서

 

김재준

장공 김재준 목사(1901~1987)는 한국 진보적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신학자, 교육자, 문필가, 사회윤리학자였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역사 변혁의 촉매 기능을 강조한 그는 성경 문자무오설과 경직된 교리적 신앙을 비판하고 신앙은 삶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는 '생활 신앙'을 강조했다. 한신대학교의 전신인 조선신학교 설립과 한국기독교장로회 창립에 중심인물로 참여했으며, 1970~1980년대에는 민주화 운동과 인권 운동에 크게 공헌했다. 복음이 주는 자유혼과 성육신적 영성을 중시하는 김재준은 열린 신앙을 가지고 21세기에 걸맞은 대승적 기독교 시대를 열고 간 기독교사의 거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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