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중항쟁 33주년 성명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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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 (미카 4,3) 오늘 우리는 광주민중항쟁 33주년을 맞이하면서 33세에 인류 구원을 위해 죽음을 당하셨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의 삶을 묵상합니다. 동시에 민주화를 위해서 무고하게 희생하신 수많은 분들을 기억합니다. 1980년 5월 신군부 세력은 광주를 소요지역으로, 광주 시민들을 폭도로 규정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참하게 진압작전을 벌였습니다. 언론까지 가세한 국가권력의 무차별한 폭력 앞에서 민주화와 평화를 외치는 광주 시민들의 염원은 물거품처럼 스러졌습니다. 절해의 고도에 버려진 것 같은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도 광주 시민들은 목숨으로 공동체를 지키고 평화를 이룩했으며 그 평화를 온 누리에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근래에 5.18 기념행사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접하면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함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5.18 정신을 희석, 왜곡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5.18 정신을 우리 안에 새롭게 뿌리내려야 함을 절실히 깨닫습니다. 정전 60년, 참혹한 전쟁은 멈추었습니다. 그동안 우리 민족은 수많은 노력과 희생으로 남북 공동 성명과 정상회담,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건설 등 남북 화해와 협력의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간의 성과가 이명박 정부에서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현 정부 역시 남북 관계에 대한 불확실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한반도에 위기 상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가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남북한 정치지도자와 군부 세력은 한 치의 양보와 타협 없이 긴장과 갈등의 강도를 높여감으로써 평화를 갈망하는 민족의 염원이 짓밟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긴장과 갈등의 끝은 전쟁이고, 전쟁은 인간이 삶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의미와 가치, 나아가 인간 자체를 파괴하고, 우리 민족을 깊은 절망 속에 빠뜨릴 것입니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전쟁을 암시하는 그 어떤 일도 단호히 거부합니다. 또한 7.4, 6.15, 10.4 남북공동선언을 통해 남북한 정부가 합의해 온 남북화해와 민족대단결, 자주 평화 통일 정신의 회복과 실천만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디딤돌임을 확신합니다. 따라서 남북이 합의한 내용을 충실히 실천하기 위해 아무런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 줄 것을 남북 정부에 민족의 이름으로 호소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동북아의 평화질서를 깨뜨리고, 한반도 평화에 위협이 되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에 대한 일련의 폭력 및 인권탄압의 중단을 촉구합니다.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깨면서 평화를 외치는 것은 위선이며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군사력을 바탕으로 구축한 평화는 폭력을 낳고 그 결과는 폐허일 뿐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첨단 무기는 군사력이 아니라 신뢰구축과 화해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5.18 정신인 함께 사는 공동체, 민주화를 위한 헌신, 평화를 위한 투신을 새롭게 다짐하며 다음의 사항이 이루어지도록 촉구합니다. 1. 5.18 광주민중항쟁의 역사를 왜곡하고 그 정신을 희석하려는 움직임을 중단하고 올바른 진상규명과 책임자 사과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1. 남북한 정부는 지금의 대결국면으로 인해 고통 받는 남북한 민중들의 아픔을 먼저 헤아리고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대화의 자리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1. 남북한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대결정책을 중단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합니다. 1. 동북아의 평화질서를 위협하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즉각 중단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려는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2013. 5. 20. 광주민중항쟁 33주년에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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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중항쟁 33주년 기념 미사 봉헌
김희중 대주교 “광주항쟁, 가장 처절한 상황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 보여줘”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막은 보훈처 비판
광주 정평위, 남북간 평화협정 요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한상봉 기자 | isu@catholicnews.co.kr
5.18 광주민중항쟁 33주년 기념 미사가 광주대교구 남동 5.18기념성당에서 5월 20일 봉헌됐다.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가 주례한 이 미사는 옥현진 보좌 주교와 80여 명의 교구 사제들, 성당을 가득 메운 신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입당성가로 부르면서 시작됐다.
김희중 대주교는 미사를 시작하며 “5월 영령들과 유가족, 아직 생사를 모르는 실종자들과 한을 못 풀고 있는 가족들과 부상자 가족들, 그리고 민주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과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김희중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광주항쟁을 과거에 일어난 비극으로 묻어둘 것이 아니라 “미래의 희망을 위한 징검다리”로 삼아야 한다면서, 남북의 화해와 일치를 통한 평화를 기원했다.
김 대주교는 “80년 5월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며, 이보다 더 큰 아픔은 5.18 광주민중항쟁은 민주화운동으로 국가가 공식 기념하고 있는데도 “몰지각한 사람들이 북한에서 내려온 무리들의 사주를 받아 일으킨 폭동으로 왜곡 비방하고, 일부 언론들이 이 땅의 민주주의와 인권과 정의평화를 위해 희생한 5월의 숭고한 뜻을 무참히 짓밟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5.18 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통합과 국민행복의 시대를 약속하며 “5.18 국립묘지를 방문할 때마다 가족들과 광주의 아픔을 느낀다”고 말했음에도, 보훈처 등 행정 실무자들이 과잉 행동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지역민들의 제창으로 부르지 못하게 한 것은 “대통령의 광주 첫 방문의 의미를 격하시킨 것”이며 “지역민들의 소박한 열망을 외면함으로써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민주화와 인권과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죽음은 5월 정신으로 부활했다면서, 예수의 부활 이후 첫 인사가 “평화”였음을 강조하고, “우리가 진정으로 평화를 원하려면 우리 스스로 평화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무고한 희생자들의 숭고한 생명으로 지켜온 평화를 더욱 발전시켜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나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항쟁 당시 시민들이 주먹밥을 나눠먹으며 경험한 ‘진실한 사랑’을 상기시키며 “가장 처절한 상황에서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경험하였다”고 말했다.
▲ 김희중 대주교는 광주항쟁을 과거에 일어난 비극으로 묻어둘 것이 아니라 “미래의 희망을 위한 징검다리”로 삼아야 한다며 남북의 화해와 일치를 기원했다.
ⓒ한상봉 기자
김 대주교는 이 사랑과 평화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녘 동포들과도 나누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전 60년을 맞이해 “남북으로 갈라진 한반도를 두고 참 평화를 이야기하기 어렵다”면서, 남북이 군비증강이라는 악순환을 중단하고 “멈춘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끊어진 금강산 길도, 개성공단 문도 다시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강정마을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면서 문제 삼았다. 그리고 5월 광주에서 시민들이 “가장 절박하고 처절한 때에 피를 나누고 밥을 나누었듯이, 지금 남북이, 그리고 내가 먼저 참 평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주교는 광주항쟁 당시에 숱하게 불렀던 노래가 바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었다고 소개했다.
미사 중에 치러진 기념식에서는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위)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평위는 광주항쟁 33주년을 맞이해 33세에 인류 구원을 위해 죽고 부활한 예수의 삶을 묵상하자면서 “남북한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대결정책을 중단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평위는 “긴장과 갈등의 끝은 전쟁이고, 전쟁은 인간의 삶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의미와 가치, 나아가 인간 자체를 파괴하고, 우리 민족을 깊은 절망 속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7.4, 6.15, 10.4 남북공동선언을 통해 합의한 내용을 실천하기 위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라고 말했다.
▲ 5.18기념재단이 발간한 증언록 ‘5.18의 기억과 역사―천주교 편’을 받아들고 있는 김희중 대주교. 오른쪽은 오재일 5.18기념재단 이사장이다.
ⓒ한상봉 기자
이어 광주인권평화재단의 사업 보고를 듣고, 5.18기념재단에서 발간한 <5.18의 기억과 역사―천주교 편> 전달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오재일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최근 보수단체들이 광주항쟁을 왜곡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이 증언록이 광주항쟁의 실체적 진실을 보여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광주대교구의 노고에 감사했다.
이에 김희중 대주교는 “이 책에 나오는 김수환 추기경과 윤공희 대주교의 증언만으로도 광주항쟁의 진실을 밝히기에 충분할 것”이라며 “광주항쟁 희생자들이 지금은 국가유공자가 되었는데도 진실을 왜곡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도 부르지 못하게 하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우리가 민족과 역사 앞에서 진실만을 증언하면서, 포위된 상태에서도 모든 것을 나누었던 그때의 체험을 기억하는 것만이 광주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증언록이 광주대교구가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주교는 참석자들에게 “용서하자. 그러나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자”고 호소했다.
ⓒ한상봉 기자
*이 글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