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100년 맞아 변혁 용틀임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사진 조현 기자
“오늘날 우리 사회가 죄를 지어도 감출 수 있고 피해 갈 수 있다는 생각들이 만연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않는 사회가 됐다.”
원불교 행정수반인 남궁성(65) 교정원장은 11일 서울 태평로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원불교의 핵심사상인 ‘불생불멸 인과보응’(不生不滅 因果報應·없는 게 생겨나지도 않고, 있는게 사라질 수도 없다. 모든 것은 자신이 행한대로 받는 것이다)의 이치를 다시 새롭게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밝혔다. 자신의 행동에 상응하는 처벌과 보상이 언젠가는 반드시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는 세상에 나온지 100년째로 ‘원기 100년’의 원불교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1916년 교조 소태산 박중빈의 대각으로 문을 연 원불교는 내년에 100주년 행사를 열지만, 올해 지난 100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용틀임을 시작한다.
남궁 원장은 “과거 100년을 창립기로 본다면 이후 500년까지는 성장기이며그 이후는 결복(結福·세상에 복락이 가득)가”라며 “사람으로 치면 지난 100년은 유년기였고 이후 500년까지는 청년기, 그 이후는 성인으로 5만년을 향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100년 전 소태산이 원불교를 열면서 외친 표어는 ‘물질이 개벽 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남궁 원장은 “이 표어는 지난 100년보다는 오히려 앞으로 100년의 지침을 던져준 것 같다”고 말했다. 물질적으로 대변혁을 거치면서 정신이 황폐화해지니, 정신이 물질의 노예가 되지않도록 정신을 차리는 마음공부가 다가올 시대에 더욱 절실하다는 말이다.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
이미 영산성지고와 화랑고, 원경고 등 대안학교 등에서 마음공부를 통한 인성개발로 효과를 입증한 원불교로선 청소년 인성교육의 필요에 따라 인성교육진흥법까지 국회에 입법됨에 따라 ‘마음공부법’을 널리 알릴 수 있는 호기를 맞고 있다.
남궁 원장은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를 통해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2017년 문을 열 영광 국제마음훈련원을 통해 마음공부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원다르마센터에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마음공부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마음공부의 확산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원다르마센터는 3년 전 홍라희 리움관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 홍씨일가가 미국 뉴욕주에 49만평의 부지를 기증하고 3개동의 건물을 지어 기부한 원불교 미주본부다.
원불교는 올해 11월 <원불교 텔레비전>을 개국하고, 2017년까지 서울 동작구 흑석동 한강가에 있는 서울회관을 헐고 지상 12층, 지하 5층의 ‘소태산 기념관’을 지어 원불교 교화본부를 현재 전라북도 익산에서 서울로 옮기고, 교정원장도 서울에 상주해 본격적인 서울시대를 열 계획이다.
변화는 하드웨어만이 아니다. 원불교가 내적 변화를 모색하는게 교단의 헌법인 교헌개정 작업이다. 50년 전 가톨릭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대변혁을 모색한 것처럼 교단의 제도를 현대에 맞게 고치겠다는 것이다.
남궁 원장은 “교단 최고의결기구인 수위단 35명 중 8명인 재가자수를 대폭 늘려 대중의 의견이 교단 운영에 반영되도록 하고, 남성출가자와 달리 독신을 의무로하는 여성교무의 결혼을 허락하는 개혁안 등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원불교는 또 원광대 부속병원 등과 함께 몽골과 중국(옌볜), 라오스, 캄보디아, 인도 등 10개국의 중증질환 어린이 100명을 무상으로 치료해주는 ‘세계 어린이 희망나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10~12월 원불교인인 판화가 이철수씨가 경전인 <대종경> 법문과 선화로 꾸민 판화전시회를 서울 등 6개 도시에서 연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