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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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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깨달은 선불교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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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사상과 힌두교, 선불교, 깨달음에 대한 잡스의 관심은 단순히 열아홉 청춘이 잠시 보인 객기 같은 것이 아니었다. 이후 평생에 걸쳐 그는 동양 사상의 많은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실천하려고 애쓴다. 그런 개념들 중 하나가 반야(般若)로서, 이는 정신의 집중을 통해 직관적으로 경험하는 근원적 지혜를 의미한다. 세월이 흐른 후 그는 팰러앨토의 정원에 앉아서 인도 순례 경험이 자신의 삶에 미친 영향에 대해 이렇게 술회했다.


인도에 갔을 때보다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훨씬 더 커다란 문화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인도 사람들은 우리와 달리 지력을 사용하지 않지요. 그 대신 그들은 직관력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직관력은 세계 어느 곳의 사람들보다 훨씬 수준이 높습니다. 제가 보기에 직관에는 대단히 강력한 힘이 있으며 지력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이 깨달음은 제가 일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구에서 중시하는 이성적 사고는 인간의 본연적인 특성이 아닙니다. 그것은 후천적으로 학습하는 것이며 서구 문명이 이루어낸 훌륭한 성취이기도 합니다. 인도 사람들은 이성적인 사고를 학습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다른 무언가를 터득했는데,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이성 못지않게 가치가 있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직관과 경험적 지혜의 힘입니다.


인도에서 7개월을 보내고 돌아온 후 저는 서구 사회의 광기와 이성적 사고가 지닌 한계를 목격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마음이 불안하고 산란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것을 잠재우려 애쓰면 더욱더 산란해질 뿐이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마음속 불안의 파도는 점차 잦아들고, 그러면 보다 미묘한 무언가를 감지할 수 있는 여백이 생겨납니다. 바로 이때 우리의 직관이 깨어나기 시작하고 세상을 좀 더 명료하게 바라보며 현재에 보다 충실하게 됩니다. 마음에 평온이 찾아오고 현재의 순간이 한없이 확장되는 게 느껴집니다. 또 전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보는 밝은 눈이 생겨납니다. 이것이 바로 마음의 수양이며, 지속적으로 훈련해야 하는 것입니다.


인도에서 돌아온 이후 선불교는 제 삶에 깊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한번은 일본의 영평사(永平寺)에 가 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내 영적 스승이 그냥 이곳에 있으라고 조언했습니다. 여기서 구할 수 없는 거라면 그곳에 가도 역시 구할 수 없을 거라면서 말입니다. 그의 말이 옳았죠. 저는 선불교의 진리를 깨우쳤습니다. "스승을 만나고자 세계를 돌아다니려 하지 말라. 당신의 스승은 지금 당신 곁에 있으니."


<스티브 잡스>(월터 아이작슨§안진환 옮김, 민음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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