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랜턴 모자와 아펜젤러, 언더우드 한국선교130돌
(왼쪽부터)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헨리 아펜젤러, 메리 스크랜턴, 윌리엄 스크랜턴
올해는 장로회의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1859~1916)와 감리교의 헨리 아펜젤러(1858∼1902)와 메리 스크랜턴(1832∼1909)·윌리엄 스크랜턴(1856∼1922) 모자가 선교를 위해 한국에 입국한 지 130돌이 되는 해다.
이들은 대부분 선교사가 군대를 태운 상선을 타고 입국해 허락 없이 선교를 시도하던 당시, 고종으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고 선교활동을 펼친 최초의 선교사였다.
언더우드와 아펜젤러는 1885년 4월2일 부산항에 입항해 이틀을 머문 뒤 4월5일 오후3시 제물포항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그들이 도착일은 올해 부활절과 정확히 일치한다.
언더우드는 새문안교회와 기독교서회를 설립하고, 한국기독교청년회(YMCA)를 조직하고 연세대 전신인 연희전문학교를 키워냈다. 아펜젤러는 배재학당을 세워 인재를 양성하는데 기여했다. 메리 스크랜턴은 이화학당을 세웠다. 그의 아들로 목사이자 의사였던 윌리엄 스크랜턴은 주로 하층민이 살던 지역에 동대문교회와 상동교회, 아현교회를 설립하고, 이화여대부속병원의 전신인 보구병원을 세웠다. 우리나라 근대 교육기관과 병원 등이 자리잡은데는 초기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던 셈이다.
이들의 선교 130돌을 맞아 기독교와 교단 차원의 행사가 펼쳐진다. 특히 아펜젤로와 스크랜턴 모자의 소속인 감리교는 아펜젤러가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저들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누리는 빛과 자유를 허락하여 주소서”라고 한 기도를 기념해 130명에게 각막이식수술비를 지원해 수술해주고, 각막기증서약 캠페인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또 의료사역을 한 윌리엄 스크랜턴의 뜻을 이어받는 차원에서 미국 비정부기구인 ‘러브 원 코리아’ 재단을 통해 북한 황해도에 2개의 진료소를 건립해 의약품을 지원하고, 나진지역에 1만~2만 그루의 나무심기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감리교는 4월5일엔 인천항 선교 100주년 기념탑에서 130년 전 입항 모습을 재현하고, 국내 최초의 감리교회인 인천 내리교회에서 130돌 기념연합예배를 드린다.
130돌 행사를 준비하는 조경렬 아현교회 목사는 “선교사들의 내한은 단순한 선교가 아니라 한국 근대화의 초석을 놓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서철 상동교회 목사는 “주로 하층 백성들을 돌본 스크랜턴 목사가 담임한 상동교회는 그의 수제자인 전덕기 목사의 주도로 신민회, 한글학회 등이 만들어져 독립운동의 산실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유성종 목사는 "일본의 감독회장 헤리스 목사가 한국에 왔을 때 정부관리와 친일파들만 만나고 간데 윌리엄 스크랜튼 목사가 분개해 문제를 제기했다가 미운털이 박혀 1907년 목사직 사직서를 제출하고 운산 금광등을 거쳐 조선인 징용자들이 많던 일본 고베에 가서 성공회 신부로 일하다 숨을 거뒀다"며 "이번에 스크랜튼 목사의 감리교 목사직 복권을 감리교 본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감리교단 전용재 감독회장은 “초기 선교의 역사적 의미를 되살려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교회로 나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