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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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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사리지 않으면서 무리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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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사린 것과 무리한 것의 차이



포살은 “수행자로서 부처님의 삶을 닮아가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40계본을 두고 스스로를 뉘우치며 대중 앞에 발로 참회하는” 승가의 전통 의식입니다.

40계본이란, 1.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 2. 주지 않는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 3. 삿된 음행을 하지 말라. 4. 거짓말을 하지 말라. 5. 술, 담배, 마약 등 중독성 물질을 섭취하지 말라 등 부처님께서 주신 계율을 정토회 수행 원칙에 맞게 현대식으로 다시 구성한 것입니다.

대중은 계를 어긴 것에 대해 3배로서 발로 참회하게 됩니다. 40계본을 다 지켜야 마땅하지만 잘 못 지키는 계율이 많다보니, 그 중에서도 ‘이번 달엔 이것만은 반드시 지켜보자’ 하는 것을 공동실천과제로 삼습니다.

 

평소에는 포살을 담당하는 팀에서 공동실천과제로 계본 하나를 정하는데, 오늘은 지도법사님께서 특별히 그 계본에 대한 법문을 해주셨습니다. 이번 달 집중실천과제는 ‘28번. 일에 집착하여 몸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입니다. 그런데 이 계본은 ‘27번 몸에 집착하여 몸을 사리지 않는다’라는 계본과 쌍을 이룹니다. 그래서 오늘 스님께서는 이 두 계본을 연관 지어 설명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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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번 몸에 집착하여 몸을 사리지 않는다. 28번. 일에 집착하여 몸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27번과 28번이 서로 치우치는 양극단에 속합니다. 몸에 집착해서 몸을 사리는 것이 제1의 길이라면, 일에 집착해서 몸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제2의 길입니다. 중도는 몸에 집착해서 일을 두려워해서도 안 되고 일에 집착해서 몸을 함부로 사용해도 안 됩니다. 이것이 중도의 길입니다. 그런데 대다수 사람들은 자기 몸을 사리죠. ‘아프면 어떡하나.’하면서 꾀를 부립니다. 마음속에 이런저런 핑계가 생기면서 자꾸 몸을 사리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몸에 너무 집착하지 마라.’고 한 것입니다.

 

몸에 집착한다는 것은 싫은 마음에 사로잡힌다는 뜻입니다. 수행이라는 것은 좋고 싫고를 놓아버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싫은 마음에 사로잡혀서 몸을 사리는 것이 제1의 길이라면, 좋아하는 마음으로 일에 집착해서 몸에 무리가 가도록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치우침입니다. 몸에 집착해도 치우침이고 일에 집착해도 치우침이 됩니다. 몸에 집착하면 일을 꺼리거나 두려워하게 되고, 일에 집착하면 몸을 자기도 모르게 무리하게 쓰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에 집착했는지 안했는지의 기준을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요? 몸을 약간 사려서 몸을 조심한 게 잘 한 건지, 아니면 약간 몸의 거부반응이 오더라도, 오히려 그것을 싫은 마음에 사로잡히지 않고 넘어버림으로 해서 자기 업식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가야할지 우리는 늘 헷갈립니다. 중도라는 것은 현실 속에서 풀기가 어렵습니다. 늘 자기도 모르게 이리 치우치고 저리 치우치게 되죠. 그래서 자기가 자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드러난 것이 핵심이 아니라, 그 뿌리가 까르마로부터 일어난 욕구, 욕망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좋고 싫고는 나의 까르마로부터 일어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몸은 더 써도 괜찮은데 하기 싫은 마음이 있어서 어떤 핑계를 대고, 싫은 마음에 사로잡혀서 일에서 물러난다면, 그것은 몸을 사리는 것입니다. 반대로 좋아하는 마음에 사로잡혀서 몸의 상태를 넘어서도록 일하다가 건강이 나빠진다면, 그건 몸을 함부로 사용한 것이 됩니다.

 

바깥으로 드러난 것으로만 보면,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냐, 여전히 혼란스러울 겁니다. 그러나 자기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내가 지금 약간 싫어하는 마음을 갖고 있구나, 그러다보니까 마음에서 자꾸 핑계를 대면서, 몸을 사리고 있구나’ 발견하게 됩니다. 표현은 몸이지만 뿌리는 마음이기 때문에 안으로 돌이켜서 살펴보면서 ‘아 싫어하고 있구나’ 알아차리게 되면, 그냥 해버리는 게 좋습니다. 이래야 까르마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어떤 좋아하는 마음이 일어나면,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도 몸은 그만 먹으라고 하는데, 몸은 생각하지 않고 더 먹고 싶은 욕망에 따라 음식을 더 먹고 나중에 과식을 해서 힘들거나 몸에 무리가 가지 않습니까? 그럴 때 몸을 함부로 쓰는 것입니다. 꼭 일할 때만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어떤 일, 해야 한다는 어떤 생각에 사로잡혀서 몸에 무리가 가도록 일하면 그렇습니다.

 

오늘도 일하면 몸에 무리가 가죠. 그럴 땐 또 몸에 집착해서 “내가 과했나? 괜히 했네? 이렇게 후회하는 마음으로 가면 욕망에 끄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일의 필요에 의해 몸에 무리가 가더라도 자기가 기꺼이 한 것이면, 지금 내 몸이 피로하더라도, 몸의 상태가 아픈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겁니다. 처음부터 예상한 문제이므로, 몸은 피곤하거나 아프지만 그것으로 괴로워하지는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그럴 때는 다시 말하면 몸에 약간 무리가 가도, 몸을 함부로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몸을 함부로 사용했다는 것은 뭐냐면, 약간 후회하는 마음이 들 때입니다. 그것은 일에 집착해서, 그때 상황에 집착해서 함부로 사용한 것이 됩니다.

 

인생이라는 것은 컨디션이 좋을 때만 일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아픈 상태에서도 일할 수 있고, 졸리는 상태에서도 일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자기 상태에 대해서 잘 알고, 까르마, 욕망에 끄달려 가지 않아야 합니다.

 

아픈 몸을 가지고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습니다. 아픈 게 나아야 일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픈 게 나아야 일을 할 수 있다면 아마 저는 평생 아무 일도 못할 겁니다. 그러니까 아픈 것은 아픈 거고, 일은 일하는 건데, 아픈 것을 무시하고 일을 하면 어때요? 몸을 망쳐서 앞으로 일을 못합니다. 다 나아야 일을 하면 몸뚱이를 가지고 있는 한 안 아플 수가 없기 때문에 일을 못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아픈 건 아픈 건데 그 아픈 것이 논다고 꼭 낫는 건 아니거든요. 일과 적절하게 배합이 되어야 합니다. 늘 심리적으로 욕망에 끄달리다보면 스트레스로 몸이 아프거든요. 그래서 그 마음을 잘 살피면 아픈 몸으로도 일을 할 수가 있습니다.

 

아프니까 쉬어도 되고 아프지만 일할 수도 있는 그것을 늘 자기가 주인이 돼서 아픈 것마저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서 조율해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27, 28번 계율, 중도에 대한 것입니다. 치우치지 말자 이런 얘기죠. 여러분들이 같이 경험도 나눠보면서, ‘아 이런데서 내가 약간 집착했구나, 그래서 문제다’가 아니라, 치우치는 자기를 보면서 적절하게 다시 해보고, 다시 해본다면, 여러분들은 건강도 회복할 수 있고 일도 할 수 있습니다. 즉 건강을 회복한다는 것이 안 아프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다리가 없는 사람은 다리가 없이 일하고, 팔이 없는 사람은 팔 없이 일하는 거지, 팔이 있어야 일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아픈 거는 아픈거고 없는 거는 없는 거고, 그 안에서 일을 하는데, 팔이 하나 없는 사람이 팔이 두 개 있는 것처럼 일을 하려고 하면 열등의식이 생깁니다. 그 수준에 맞게끔 적절하게 일을 하면 돼요. 그리고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팔이 두 개 있는 사람의 잣대로 보면 안 되고, ‘저 사람이 팔이 하나 없는데도, 적절하게 저 일을 하고 있구나’ 이렇게 고맙게 받아들이는 게 필요합니다. 네 그렇게 한 번 해보면서 중도를 배워 나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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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사리는 것과 몸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의 차이를 잘 몰랐는데, 오늘 상세히 풀어주셔서 새로운 앎이 생겼습니다. 드러난 현상을 보지 말고, 자기의 마음을 들여다보라는 말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드러난 현상으로 보면 둘이 헷갈리는데,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마음이 일을 하기 싫은 마음인가, 일에 집착하는 마음인가, 싫고 좋음에 갇혀있는 것인가 아닌가. 앞으로는 좀 더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중들은 포살이 끝난 후 조별 나누기에서 지도법사님의 법문을 통해 자기의 사례와 경험들을 나누며, “몸이나 일에 집착해서 문제라고 할 것이 아니라, 집착했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놓아버리는 연습을 가볍게 해보자”고 다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글은 정토회 '스님의 하루'에 실린 것입니다.

http://www.jungto.org/buddhist/budd8.html?sm=v&b_no=67197&page=1&p_no=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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