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어둠 거두는 마음으로 ‘오대산공동체’ 씨뿌리기 시작”
정념 월정사 주지 출간기념 간담회
일반인 수행공간 ‘명상마을’ 착공
“불교의 가르침은 단순히 아는 것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가슴이 청량하게 열리는 것이지요. 명월흉금(明月胸襟)이라고 합니다. ‘가슴을 열어서 밝은 달을 띄운다’는 뜻입니다. 육조 혜능 스님의 말씀처럼 하나의 등불을 밝혀 천년의 어둠을 없애는 것이지요.”
*강원도 평창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강원도 평창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59·사진)이 15일 서울 사간동 화쟁아카데미에서 불교 수행의 의미를 전했다. 그는 최근 <오대산 정념 스님이 들려주는 행복한 불교 이야기>(담앤북스)를 펴냈다. 첫 저술이다. ‘근현대 선지식’으로 손꼽히는 탄허 스님의 맏상좌인 희찬 스님에게 1980년 출가한 이래 오대산을 지켜온 그가 ‘산지기’나 ‘산신령’처럼 들려주는 오대산 이야기다.
그는 2004년 오대산 일대 백여개 사암을 이끄는 교구본사인 월정사 주지가 됐다. 94년 조계종단의 개혁 이래 40대 본사 주지로는 처음이었다. 그는 행정을 맡은 주지이면서도 여름과 겨울 3개월씩 꼬박 안거(집중참선)에 참여하는 수행자이기도 하다. 이판(수행)사판(행정)을 겸한 셈이다. 그는 그렇게 절집의 전통을 순수히 지킬만큼 예스러우면서도, 현대식 감각을 지녔다.
그는 월정사 주지에 부임하자마자 ‘단기출가학교’를 열었다. 일반인도 한달간 승려처럼 생활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잘 해봐야 서너차례 단발에 그칠 것이란 주위의 예상과 달리 단기출가학교는 매년 4기씩 지금까지 44기를 배출했고, 3천여명이 참여해 조계종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됐다.
그는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올라는 옛길인 선재길을 복원하고, ‘오대산 숲길걷기’ 행사도 시작했다. “한국불교는 좋은 자연환경과 사찰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너무 산중 중심이고 정적이지요. 그런데 지금 세상의 중심은 도시문명 아닙니까. 그래서 도시문명에 지친 현대인들이 산사에서 쉬며 상처를 치유하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길을 생각했지요.”
정념 스님은 출가 전 고교 1년 때 부터 수련을 쌓은 소림사 무술의 대가이기도 하다. 올해 열반한 허주 보은 스님으로부터 내려온 소림금강문의 3대 전인이다. 그래서 월정사 선원에서 선승들과 함께 매일 아침 요가를 할만큼 그는 몸 건강도 중요시한다.
그는 요즘 일반대중을 위해 200여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명상마을을 월정사 일주문 밖 3만여평에 짓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7년 완공 목표다. 참선뿐 아니라 종단과 종교를 벗어나 다양한 수행법과 몸 건강법을 운영할 참이다.
궁긍적으로 그가 꿈꾸는 마을은 오대산공동체다. 유럽을 보더라도 성당 중심의 문화는 퇴락하고 있는만큼, 사찰도 인근 마을 사람들과 생산물과 먹거리를 나누고 도농판매망도 개척해 함께 살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가 종교를 넘어서 개신교 목사, 가톨릭 신부들과 함께 강원도종교평화협의회를 만든 것도 더 큰틀의 공동체를 향한 꿈이 있어서였다.
오대산 산정에서 나오는 우통수는 한강의 발원지 중 하나다. 그가 마음을 담아 내보내는 장풍이 우통수처럼 강을 타고 수도권까지 치유의 바람을 전해줄지 궁금해진다.
글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