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쾌락'주기 나는 종종 ‘나를 위한 규칙’을 만든다. 최근의 내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소한 반성 뒤에 오는 규칙들이다. 거기엔 원칙이 있다. 지키기 만만한(!) 규칙을 만드는 거다. 이번 주부터의 규칙은 ‘하루 중 가장 느긋한 시간에 커피 마시기’와 ‘저녁 산책 후 셰익스피어 읽기’이다. 첫째는 그간 2000장 분량의 원고와 씨름하느라 커피를 ‘온전히 즐기기’보다 카페인 ‘흡입’용으로 소비했다는 자각이 든 때문이고, 둘째는 셰익스피어적 대사 연구에 흥미가 발동했기 때문이다. 충분히 지킬 수 있는 만만한 규칙을 만들어놓고 그걸 지키는 게 무슨 의미냐 할지 모르지만, 생이라는 울퉁불퉁한 긴 여행길에서 지치지 않으려면 가능한 한 가벼운 신발이 좋다. 사유는 치열하되 일상은 간소할수록 좋고, 생각은 가능한 한 실천으로 연결되어야 좋다. 대한민국이라는 총체적 난경 속에선 까닥 잘못하면 우울증과 분노조절장애를 일으키기 쉬우니, ‘나를 잘 돌보고 있다’는 성취감을 스스로에게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냉소와 무기력에 빠지지 않고 ‘그래도 삶을 사랑할 수 있기’ 위해 일상의 작은 규칙들로 생활의 리듬 만들어주기. 자잘한 잔가지들이 고물고물 허공에 길을 내며 나무 한 그루를 만들어가듯이 ‘나의 삶’이라는 나무 한 그루도 그렇게 소소하게 성장해 가는 것. 세상이 엉망진창일수록 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더 절실해진다. 스스로를 ‘쾌락’하게 대접하자. 실현 가능한 소소한 계획의 성취는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주는 쾌락의 첫 단추다. *김선우 시인·소설가/'김선우의 빨강'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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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쾌락'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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