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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첫 호스피스병원 문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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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마을 이사장 능행스님
30여만명한테 십시일반 도움
사업 11년만에 새달 환자받아
승려와 빈곤층엔 병원비 지원
“병원이 고통 건널 다리될 것”

불교계 최초의 ‘완화의료’(호스피스) 전문병원이 다음달부터 환자들을 받는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양등리에 들어선 자재병원에서다.

9000여평에 지하 1층·지상 3층, 108개 병상 규모의 이 병원은 완화의료 병동과 각종 암 질환 등 성인병 중증환자 재활 병동, 승가요양전문 병동으로 이뤄져 있다. 몸뿐 아니라 정서적 치유와 돌봄서비스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정토마을 이사장인 비구니 능행(53) 스님에게 100억원대에 이른 이 병원 건립비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돈이었다. 1997년 한 병원에서 평생 선방 참선만 해왔다는 선승을 만날 때까지만 해도 그는 수행 원력을 세운 보통의 승려였다. 그런데 “스님들이 편히 죽어갈 병원 하나 지어달라”며 ‘약속을 받기 전엔 눈을 감을 수 없다’고 애원하는 선승에게 “그러마”라고 덜컥 대답하고 말았다. “감당 못할 일을 감당해야 하는 숙명”이 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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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울산 자제병원.
1999년 모금을 통해 충북 청원군 미원면 대신리 구녀산에 ‘정토마을’이란 15개 병상의 호스피스 병원을 조립식으로 지었다. 당시 문을 연 병원에는 말기 암환자들이 줄지어 찾아왔고, 애타게 입원 순서를 기다리다가 환자들이 세상을 등지는 일도 속속 발생했다. 무엇보다 정신적인 안정 속에서 죽음을 맞고 싶어하는 말기 환자들이 많았다. 장기 환자 한 명이 발생하면 환자를 돌보다가 가정이 파탄나고 마는 상황에서 가족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호스피스 병원에 대한 갈증이 크다는 증거였다.

제대로 된 호스피스 병원의 필요성을 절감한 능행 스님은 2002년 병원 건립을 위한 본격적인 모금 운동에 나서 2006년 병원터를 마련했다. 2011년 5월엔 병원 기공식을 감행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1999년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그는 충남 계룡산 동학사 어귀의 수많은 불자들이 오가는 길에서 첫 모금을 위해 세 시간 동안 목탁을 두드리며 절을 했다. 그 결과 모금된 돈은 ‘50원’이었다고 한다. 불교계의 불사가 대부분 대시주자의 ‘큰돈’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자재병원은 매달 1만~3만원을 내는 7000명가량의 후원자가 절대다수다. 그렇게 30여만명이 한 푼 두 푼을 보탰다.

그가 모금을 위해 지난 10여년간 차로 이동한 거리는 매년 15만㎞다. 달나라를 3번 왕복한 거리다.

능행 스님은 병원을 짓기 시작한 뒤부터 “이 일을 어찌해야 할꼬?”가 화두가 됐다고 했다. 작년에도 공사비가 없어 공사를 중단해야 할 상황에서 제주도에 사는 노부부가 자신들의 집을 판 돈을 후원해 한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아직도 마무리 공정이 남아 병원이 완공되려면 20억원 정도가 더 필요한 상태다. 우선 환자부터 받고 정식 개원은 올해 9월이나 내년 초로 잡은 것도 아직 공정이 덜 끝난 때문이다.

자재병원 터에는 이미 2008년부터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이 개설돼 있다. 호스피스 임상에 필요한 30여명의 석박사를 비롯해 지금까지 1600여명의 호스피스 전문인력을 양성했다. 이곳에서 양성된 전문인력과 봉사자들이 환자들의 치유를 돕게 된다.

앞으로 청원 정토마을은 암 환자들을 살리는 전인치유센터로, 울주 자제병원은 말기암 환자의 완화치료와 재활치료 병원으로 각기 운영된다. 자재병원에선 승려와 빈곤층 환자들에게 모금을 통해 병원비를 지원한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환자들이 좀더 많은 비용을 치러 빈곤한 이들과 나눌 수 있는 ‘공생’ 시스템을 지향한다.

능행 스님은 “아무리 병에 걸렸더라도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고, 죽을 때도 편안하게 생을 마칠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 자제병원이 고통을 건너갈 다리가 되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jungtoh.org. 080-255-8588.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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