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밤 연등행렬을 끝내고 광화문에서 열린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중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 사진 김봉규 기자.
무차대회에 참석한 불자들. 사진 김봉규 기자.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부처의 지혜와 자비로 한반도 통일과 세계 평화를 위한 염불과 염원이 허공 속으로 퍼져나갔다.
16일 오후 6시 오색 연등이 화려하게 수놓은 광화문에는 31만명(주최측 추산)이 운집한 가운데,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중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가 열렸다. 무차대회는 아무런 조건이나 보답을 바라지 않고 남에게 베푸는 보시의 정신에 입각해 승려나 속인, 빈부·노소·귀천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 법문을 듣는 불교의 전통 대중 법회다. 이날 대회는 조계종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광복 70주년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 기원대회’라는 주제하에 세계 최고의 수행력을 갖춘 200여 명의 고승 대덕을 한 자리에 모아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기원하고, 한국불교의 전통 수행법인 간화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
이 대회는 동국대학교에서 출발한 오색의 연등행렬이 동대문과 종로를 거쳐 행사장으로 속속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광화문 앞에 마련된 무대에서 울려 퍼지는 법고소리가 본 대회의 시작을 알리자 조계종 종정인 진제 스님이 동자승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고, 조계사 범종각에서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5번의 타종이 화면으로 생중계됐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은 이날 ‘공존과 상생, 합심으로 통일의 길을 열어나가자’는 요지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2015 불교 통일선언문’을 발표했다.
자승 스님은 “진정한 통일은 ‘땅의 통일’과 함께 ‘마음의 통일’을 이뤄내는 것”이라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나만 옳다’는 자기중심적 마음을 내려놓고 상대방과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 비로소 공존, 상생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진제 스님의 법어에 앞서 모든 참석자가 5분간 선정에 들었다. ‘탁, 탁, 탁’ 세 번의 죽비 소리가 울리자 행사장에 모인 세계 각국의 고승과 불자들은 침묵 속에서 마음을 하나로 모아 한반도 통일과 세계 평화를 기원했다.
이날 20여분간 법어를 한 진제 스님은 인류의 참된 평화와 한반도 통일을 이룰 수 있는 마음의 평화를 이루는 방법으로 화두 참선을 통해 참나를 깨닫는 ‘간화선’ 수행법을 제시했다.
진제 스님은 “마음을 깨달아 참나를 찾아 세상의 주인이 되면 영원한 행복과 대지혜를 누릴 수 있다”며 “사람이 곧 부처임을 깨달아 서로 존중하고 상생하는 삶을 사는 일이 우리가 이루어야 할 서원”이라고 강조했다.
진제 스님의 법어에 이어 해외 종교지도자 4명이 앞서 열린 ‘세계종교인회의’에서 채택된 ‘세계 종교지도자 평화기원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이 시대 마지막 분단의 아픔을 품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고 지구촌의 모든 갈등과 대립을 종식해 인류의 행복과 세계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하는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과 총무원장 자승스님 사진 김봉규 기자
광화문 행사에 참여한 승려와 불자들. 사진 조계종 제공.
이날 본 행사에 앞서 진제 스님과 자승 스님은 해외 종교지도자 10명과 함께 세월호 분향소를 방문해 고인의 넋을 위로하고, 전명선 세월호 피해자가족대책위원장과 유병근 가족대책위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진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로 단원고등학교 어린 학생들이 희생됐다”며 “아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종정 스님이 함께 해 달라”고 요청했고, 진제 스님은 “어린 학생들의 영혼이 극락왕생하도록 기도하겠다”고 답했다.
또 식전행사에서 네팔 지진 모금 영상이 상영되자 참석자 군중들은 너나할 것 없이 핸드폰을 꺼내 자동응답시스템(ARS) 성금 모금에 동참해 네팔의 피해자들을 위해 보시 행렬에 함께 했다.
이 본 행사에 앞서 열린 식전 행사에서는 러시아의 텔로 툴쿠 린포체 스님, 방글라데시의 우빤야조타 스님, 스리랑카의 니얀고다 스님 등 세 명의 스님이 무대에 올라수행법과 한국인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전하는 달마토크가 있었고, 세계평화를 위해 힘쓰다 넋을 달리한 영혼들을 달래는 진혼제가 펼쳐졌다.
한국과 외국의 스님들은 17일엔 서울 조계사에서 한국전쟁 희생자를 위한 수륙무차대재가 봉행했다.
한편 15~17일 3일 일정으로 열린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의 첫날인 지난 1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각국 스님과 종교계 대표 20명이 참여하는 ‘세계종교인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선 진제 스님, 수뜨아모 호주불교연합회 회장, 캄보디아 승왕인 텝봉 스님 등 각국 스님들과 미국 세인트 존 더 디방인 대성당의 제임스 코왈스키 수석사제, 앤토니 세네라 종교간이해센터 회장, 바와 제인 세계종교지도자 협의회 사무총장 등 종교계 대표자들이 참석해 “이 시대 마지막 분단의 아픔을 품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고 지구촌의 모든 갈등과 대립을 종식해 인류의 행복과 세계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협력할 것”을 다짐하면서 다섯 가지 실천항목을 담은 ‘세계평화 기원문’을 발표했다.
참석자들은 기원문에서 “내면의 평화를 통해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함이 세계평화로 가는 출발점임을 자각하며 인성을 도야하고 마음을 닦는 수행에 힘쓰자”고 다짐했다.
이들은 또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어떤 폭력이나 배타적인 행위도 반대하며, 종교 간 대화와 교류에 적극 협조해 종교화합과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진정한 세계평화는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며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존을 위한 다양한 실천에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마지막 분단국인 한반도의 통일과 지구촌의 모든 테러와 전쟁이 종식되기를 염원하며, 온 인류가 자비와 사랑의 심성을 계발하도록 힘써 노력하자”며 “온 인류가 한가족임을 깨달아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며, 지구촌의 모든 소외되고 고통받는 형제들을 지원하는 인도적 활동에 적극 참여하자”고 당부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