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족(갈리아인)이나 게르만족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졌던 로마인이 이들 민족보다 뛰어난 점은 무엇보다도 그들이 가지고 있던 개방적인 성향이 아닐까. 로마인의 진정한 자기정체성을 찾는다면, 그것은 바로 이 개방성이 아닐까. 군사력이나 건설에서의 업적은 개방성을 확실히 하기 위한 구체적인 현상이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로마 전사의 군화 소리도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지고 빛나는 백악의 건축물도 폐허로 변해버린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먼 옛날의 로마를 동경과 경의의 눈빛으로 바라보는게 아닐까. 고대 로마인이 후세에 남긴 진정한 유산은 광대한 제국도 아니고, 2천 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서 있는 유적도 아니며, 민족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인종이 다르고 피부색이 다른 상대를 포용하여 자신에게 동화시켜버린 그들의 개방성이 아닐까. 우리 현대인은 어떠한가. 그로부터 2천 년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종교적으로는 관용을 베풀 줄 모르고, 통치에서는 능력보다 이념에 얽매이고, 다른 민족이나 다른 인종을 배척하는 일에 여전히 매달리고 있다. '로마는 아득히 멀다'고 말하는 것도 시간적으로 멀다는 뜻만은 아니다. <로마인 이야기1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한길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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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란데도 뛰어날 수 있었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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