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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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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못가니 집이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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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사소한 것에 있어 




글의 주인공 청소년들은 살레시오 남녀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마자렐로센터>와 <살레시오 청소년센터>에 현재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법원에서 ‘6호처분’이라는 재판을 받았습니다. '6호 처분’이란 소년법 제32조에 의한 보호처분을 말합니다. 비행성이 다소 심화되어 재비행의 우려가 있는 청소년을 교육을 통해 개선하기 위한 법입니다. 센터에 머무는 법정기간은 6개월이며 퇴소 후 집으로 돌아갑니다.


주인공 청소년들 가슴에는 대부분 아픈 가정사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린 나이에 인생의 산전수전을 참 많이 겪었습니다. 이 글은 유혹과 열정, 막무가내 용기로 살았던 자신들의 경험을 진솔하게 들려주면서 그것을 통해 같은 청소년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을 전하는 또래 멘토들의 이야기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청소년 센터 관장님 방 오른쪽 벽에는 큰 액자가 걸려 있는데, 그 안에는 성제가 쓴 글이 들어 있다. 그 아이는 퇴소했지만 지금 내 나이, 그러니까 중 3때 여기 들어왔던 것이다. 액자 속 성제의 글은 현재 내 심정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




제 40회 글짓기 및 그림그리기 대회 입상


                                                                 중3 김성제 


제목 : 기억에 남은 꿈


지금까지 나는 살아오면서 기억에 남은 꿈이 두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엄마와 누나들이랑 함께 밥을 먹는 꿈이었다.

가족이랑 밥을 먹는 꿈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나에게는 소중하고 행복한 꿈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죄를 지어 이곳 청소년 센터에 들어오게 되었고, 그래서 가족들과 밥을 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밖에서 생활했을 때는 가족들이랑 같이 밥을 먹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으며, 매일 엄마가 밥 먹으라고 할 때에도 난 엄마랑 먹으면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함께 밥을 먹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후회스럽기 그지없다. 이곳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고, 늘 가까이 있어서 소중한 줄 몰랐던 가족들을 이제는 두 주일에 한 번, 그것도 딱 한 시간 밖에 만날 수가 없다. 밖에서는 가족들이랑 이야기를 하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밖에서 지내고 있는 친구들과 동생들에게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가족과 함께하는 그 모든 것이 행복하고 소중하다고……. 나는 잠들기 전에 기도를 드린다. 가족과 함께 있는 꿈을 다시 꾸게 해달라고. 꿈에서만이라도 가족과 함께 있으면 정말 소원이 없겠고 나는 자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지을 것 같다.


두 번째 꿈은 밖에 있을 때 꾸었던 꿈이다. 나는 집에서 누나들이랑 많이 싸웠다. 그래서 누나들이 집을 나가거나 죽었으면 하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그런 생각을 하니까 어느 날 밤, 진짜 꿈에서 누나가 죽어서 장례식장에 있었다. 나는 그때 누나가 죽었는데도 슬퍼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꿈을 꾼 이후에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나는 정말 나쁜 동생이었던 것 같다. 우리 누나들은 내가 여기 있으니까 주말마다 면회를 와 주고 걱정도 해 주는데 나는 그런 누나들에게 정말 해서는 안 되는 나쁜 생각들을 했던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던 내 자신이 정말 한심하게 느껴지고 후회가 된다. 그래도 과거의 잘못했던 생각들을 지금부터라도 바르게 할 것이다. 나는 센터를 퇴소하게 되면 친구들에게 꼭 이 말을 전해 줄 것이다. 가족, 시간이 정말 소중한 것이라고……. 내가 이렇게 말을 해 줘도 내 친구들은 예전의 나처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며 무시할 테지만 나는 다시는 어리석은 일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가족과 함께 있는 꿈을 꾸게 해 달라고 기도드린다. 
 


나는 성제 마음에 충분히 공감하고도 넘친다. 여기 있는 많은 아이들은 ‘집밥’이 먹고 싶고, 가족을 그리워한다. 밖에 있을 때는 그렇게 집에 안 들어가고, 가족이 밉고, 싫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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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걸어가고 있는 청소년. 영화 <완득이> 중에서



우리 엄마는 김치찌개를 많이 해 주었다. 스팸을 넣거나 참치를 넣을 때도 있는데 짜지 않게 해 주었다. 밥도 그냥 밥은 영양가가 떨어진다고 현미밥을 해 주었다. 엄마는 아침마다 나를 깨워 학교를 보내고 일을 나가셔서 밤 9시에 들어오셨다. 일찍 오시는 날은 월, 금요일이다. 그때는 장을 봐서 음식을 맛있게, 푸짐하게 해 주었다. 내가 고기를 좋아하니까, 갈비 아니면 돼지고기 찜 등을 요리했다. 나는 여기서 나가면 당장 닭볶음탕을 먹겠다. 엄마의 닭볶음탕 요리는 살짝 매콤하고 고기가 푸석푸석하지 않다. 난 고기 종류도 좋아하지만 콩나물 같은 것도 잘 먹는데 엄마가 살짝 데쳐서 무친 콩나물은 씹으면 아삭아삭 소리가 났다. 

엄마 음식과 여기 음식의 차이는 나에게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엄마 음식은 간을 딱딱 맞춰서 해 주신다. 여기서는 많은 종류가 나와도 김치찌개 하나가 올라온 밥상이 나에게는 익숙하고 그 맛에 정든 음식이다.


밖에 있을 때 나는 엄마가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하면 더 했다. 그러나 엄마랑 떨어져 있으니까 엄마 잔소리도 듣고 싶다. 자고 있으면 학교 가라고 깨우는 소리, 안 일어나면 또 흔들면서 깨우는 그런 것. 그때는 엄마가 날 깨우는 게 너무 싫었는데……. 작년 6월 즈음이 안 좋은 아이들이랑 어울려 다녔던 시기였다. 사고를 치고 다니면서도 엄마가 평상시 나에게 했던
  “아들, 오늘 나쁜 짓 안 했지? 뭐, 사고 친 것 없지?”
하는 말이 계속 들렸다. 사람에게는 똑바로 제대로 생활하게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재제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더 심해지고 심해져서 끝까지 가게 된다. 재제하는 사람이 있으면 멈추는 선이 있다. 잔소리는 있어야 철이 들고 그러는 것 같다. 엄마의 그런 잔소리가 어느 순간에 생각 날 수 있으니까.
 
내가 아는 서진이는 집에서 아빠한테 막 학대받고 그래서 집을 나왔는데 나를 포함하여 친구들이 계속 집에 들어가라 했다. 지금 그 아이는 괜찮아 졌다. 그래서 한 번의 용기가 중요하다. 나쁜 일은 뭐든지 오래 끌면 더 안 좋아진다. 집을 나왔으면 며칠 있다 바로 들어가는 게 좋다. 계속 나가면 또 반복한다. 물론 가정환경이 좋아야 하지만 내가 집에 익숙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있어야 한다.


정말 나도 가족이 싫을 때가 있었는데 중학교 때다. 당시에는 그냥 엄마가 꾸중하면 싫고, 귀찮고, 또 형이 시비 걸면 그것 때문에 집에 있기 싫었다. 또 나한테 계속 반복되는 일이 있는데 그것은 형이나 엄마랑 내가 말다툼을 하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 다 같이 나를 나무랄 때다. 그러면 나는 2대 1, 3대 1로 싸우는 기분이 들어 분하고 억울해서 더 반항했다.


한 번은 내가 엄마랑 싸우고 있는데 할머니가 그 상황에 끼어들어 같이 나를 야단을 쳤다. 그래서 내가 할머니한테 뭐라고 대드니까 형도 같이 나한테 뭐라 했다. 그 사건으로 할머니가 내려가셨다. 정말 서글프고 가족이 싫었다. 그날 밤, 나는 생각하길. 가족들이 다 나를 싫어하는구나, 여기서 나만 없으면 되겠구나. 어떻게 없어지지? 하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3개월 뒤, 내가 할머니한테 먼저 전화 드려서 죄송하다 했고, 이번에 할머니가 그렇게 했던 것 다 푸시고 다시 올라오기로 했다. 가족이란 평생 같이 사는 사람들이니까. 그런 것들도 그냥 참아 넘기고 하면 괜찮아졌다. 가족이라서……. 지금은 집으로 가는 길도 그립다. 





큰 것만 바라는 너에게


친구야!
일단 나는 너뿐만 아니라 모든 청소년들에게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라고 말하고 싶어. 그러니까 학교 다니는 것도 사소한 행복인 거고, 부모님이 챙겨준 것도 사소한 행복이고, 먹는 것도 사소한 행복, 친구들이랑 만나서 노는 것도 행복이야. 또 집에서 부모님이랑 그냥 있는 것도 사소한 거고, 같이 밥 먹는 것도 사소한 것이야. 그러나 난 지금 그런 사소한 것을 할 수 없어. 지금은 집에서 하던 평범한 것들을 하고 싶어. 여기서는 똑같은 시간에 딱, 일어나고 그러는데 집에서는 편안하게 자고, 편안하게 일어나서 세수하고 씻고 그러잖아?


친구야!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껴봐.
이런 생각을 정말 크게 느낀 일이 있었어. 지난봄에 난 여기 센터에서 감기로 심하게 아픈 적이 있었어. 그런데 여기 선생님들은 다른 아이들도 많으니까 나만 신경 써 줄 수 없었어. 집이라면 엄마나 아빠, 그 누군가가 챙겨주고 했을 텐데.

정말 그때 집이 그리웠어. 그리고 어느 때는 여기 아이들하고 사이가 멀어지고, 안 좋을 때가 있어. 그럴 때 가족이랑 있었으면, 집에 붙어 있었으면 여기까지 안 왔을 텐데 하면서 평범한 생활을 못 누린 게 너무 후회되고 아쉬워. 


친구야!
여기서도 밖에 놀러 나갈 때가 있어. 다 함께 갈 때도 있고, 몇 명만 갈 때도 있는데 가서 보면 가족이랑 놀러 나온 사람들이 있어. 그러면 난 속으로 아, 나도 우리 가족이랑 오고 싶다. 같이 어디든 가는 것도 사소한 행복이구나. 생각해. 집에 있을 때 엄마가 나에게 어디 함께 가자하면 싫다하면서 재미없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어디든 함께 가고 싶어. 그래서 퇴소하여 집에 가면 엄마가 어디든 가자 부르면 난 얼른 따라 갈 거야.


친구야!
난 아빠보다 엄마랑 친했어. 엄마랑 장난하고 사소한 얘기도 하고 그랬어. 하지만 싸움도 막 했어. 중학교 1학년 때 엄마랑 엄청 싸운 적이 있었는데 지금도 생각나. 그때 엄마가 홧김에
  “내가 네 같은 자식을 왜 낳았을까.” 
했는데 나도 화가 나서
  “그럼, 낳지 말지 왜 낳았어?”
그랬어. 그러면서 나, 엄마 자식 안 하면 될 것 아니야. 고아원에 보내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했어.


친구야!
난 현재 고 1, 재학 중이야.
내 친구들은 학교에 잘 다녀. 친구들 중, 이런 곳에 온 것은 내가 처음이야. 여기 들어가는 걸 본 친구들은 겁이 나서 잘 살고 있어. 중학교 유예, 자퇴한 아이들도 다시 입학하여 잘 다니고 있어. 난 이번에 외출 나가는데 엄마랑 교복사기로 했어.


친구야!
우리는 너무 큰 거에만 신경 쓰고, 자꾸 바라고 사는 것 같아.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껴봐. 집에서 가족이랑 살고, 학교 다니는 평범한 것들. 그때는 그게 행복이라 안 느껴서 계속 밖에서 뭔가를 하다가 난 여기까지 왔어. 그래서 너에게 사소한 것이 소중한 행복이라고 말해주고 싶어.


친구야!
또 하나 더 있어. 밖에 있을 때 난 내가 좀 힘들다. 우리집이 경제적으로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까 나보다 더 안 좋은 환경의 친구들이 많았어. 이것도 배운 거야.
친구야! 내가 훌쩍 커 버린 느낌이야, 마음이.   

 




사랑을 보고, 듣고 말할 수 있음에 감사를!


남민영 수녀님


매일 보는 얼굴이라 고운 줄 몰랐는데
이렇게 몇날 며칠 보지 못하니
세상에서 가장 보고픈 아름다운 얼굴이 되고


매일 듣는 잔소리라 귀찮기만 했었는데
이렇게 몇날 며칠 듣지 못하니
너무나 그리운 목소리가 되고


‘언제든지 할 수 있겠지’싶어 아껴두고 아껴둔 말


어머니 사랑합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형 고마워! 동생아 미안해!


주님,
곁에 있을 때 깨닫지 못했던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감사하게 하소서.
두 팔 벌려 꼭 끌어안을 수 있을 때 사랑하게 하소서.
사랑을 보고, 사랑을 듣고, 사랑을 말하라고 주신
제가 누리는 소소한 일상에 대해 감사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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