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계곡과 바다로 떠나보지 않으시렵니까
휴가·방학에 가볼만한 휴심 프로그램들
*‘영혼의 바캉스’를 떠난 이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①전북 부안 내소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내변산 숲길 트레킹을 하고 있다. ②경기도 여주 신륵사내 남한강 정자에서 참선하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③강원도 태백 예수원에서 기도중인 방문자. ④경북 단양 소백산에 있는 천주교 공동체 산위의마을의 야외 미사.
“입속에 말이 적고, 위에 음식이 적고, 마음에 생각이 적으면,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
옛사람은 누구나 인간의 길을 이렇게 완성해 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정글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그야말로 먼 나라 이야기다. 말을 해서 자신을 변호해야 하고, 일하기 위해 패스트푸드라도 먹어야 한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머리는 생각으로 가득 찬다. 그러나 살기 위한 그런 노력들이 몸과 마음을 옥죄어온다. 그래서 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여름방학과 여름휴가에 강과 바다, 계곡, 해외로 가는 물놀이가 아니라 영적 휴식을 원하는 이들은 수련, 명상, 치유 프로그램들에 참여해봄 직하다. 불교문화사업단이 소개한 템플스테이와 한국가톨릭주교회의가 안내한 피정들을 보면 현대인들의 고통 속으로 내려오는 종교의 모습이 감지된다. 현대인들의 수요에 따라 다양해지고 있어서, 각자에게 잘 맞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내면의 평화와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기있는 프로그램들은 조기에 마감된다. 올여름 프로그램들의 큰 특징이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해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들이다.
◆종교별 휴심 프로그램 일정표 보러가기 : http://well.hani.co.kr/617393
■불교■
①방학 때나마 책 없이 놀아보자
올여름 템플스테이는 아이들이 산사와 자연 속에서 마음껏 물놀이를 하거나 숲 속을 뛰놀면서 자연을 느끼고 명상을 하는 프로그램들이 부쩍 늘었다. 전남 영광 도갑사가 월출산 생태체험과 야외수영장 물놀이, 캠프파이어까지 하는 ‘너, 나, 우리 함께 놀자’(7월31일~8월2일, 8월4~6일)를 하는 것을 비롯해 해남 대흥사, 보성 대원사, 전북 완주 송광사, 인천 강화도 전등사, 세종시 영평사, 서울 화운사, 서울 금선사, 경기도 양평 용문사, 용인 법륜사, 경남 창원 대광사, 충남 예산 수덕사 등이 어린이들에게 산사를 연다.
②중고생들아, 방황을 쉬어보자
사춘기를 지나며 고민과 방황, 공부 압박에 시달리는 중·고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경북 봉화 축서사에서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 3학년을 위해 집중력을 키우는 미술놀이인 반딧불집중명상을 비롯해 선요가, 참선으로 마음을 다스리게 하는 프로그램을 초·중생과 고교생으로 나누어 진행하는 것을 비롯해 서울 금선사, 화운사, 세종시 영평사, 인천 강화도 전등사, 경남 산청 문수암, 전북 김제 금산사, 충북 영동 반야사, 충남 논산 지장정사, 공주 마곡사, 강원도 인제 백담사, 평창 월정사가 청소년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③놀면서 공부하자
놀면서 공부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들 중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게 전남 해남 미황사의 한문학당이다. 16년째다. 초등학교 4~6학년이 7월26일~8월2일, 8월5~12일 7박8일씩 열린다. 달마산 숲체험, 별자리 탐방 등을 하며 자연에 대한 감각을 깨우면서 사자소학과 법구경, 명심보감의 명구를 뽑아 엮은 한자를 공부한다. 충남 서산 부석사와 경남 하동 쌍계사도 한문학당을 운영한다.
영어를 배우면서 명상과 자연체험을 하는 프로그램도 늘었다. 서울 국제선센터(7월24~26일)와 경북 경주 골굴사(7월26일~8월22일), 전북 김제 금산사(7월27~29일), 경기도 양주 흥국사(8월7~10일), 충북 영동 반야사(7월25~29일) 국제선센터 등은 외국인 강사가 함께한다.
■천주교■
①피정과 여행을 함께
천주교에선 제주와 지리산 등에서 여행도 하며 묵상도 할 수 있는 피정이 있어 눈길을 끈다. 지리산 휴가피정은 7월18~19일 등 6차례, 제주도 한림읍에 목장을 가진 이시돌센터는 자연피정을 7월22~25일 등 6차례, 제주 서귀포 올레길에 있는 면형의 집은 7월20~22일 등 5차례 피정을 갖는다.
②치유와 건강을
효소단식으로 피정을 하는 곳이 4군데나 된다. 서울 베네딕도 피정의 집과 경기도 양평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세종시 정하상 교육회관, 강원도 횡성 도미니코 피정의 집에서 많게는 4차례씩 피정을 한다.
③세속에서 물러나 살아보기
소백산 산 위의 마을은 7월20~26일, 8월17~23일 6박7일씩 단기 입촌자들을 받는다. 박기호 신부와 함께 신앙공동체 생활을 체험하면서 귀농·귀촌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감옥 체험’으로 유명한 행복공장 홍천수련원은 8월17~21일 황지연 신부를 초청해 ‘에니어그램을 통한 나와 남 이해하기’를 진행한다. 경기도 양평 서울대교구 용문청소년수련장은 7월11~12일, 4~5킬로미터를 걸으며 습관에서 한발 물러서 성찰을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개신교■
◇내면의 빛 찾기= 중보기도 하는 수도공동체인 강원도 태백 예수원은 7~8월 두달간 2박3일씩(월~금 사이) 방문을 받는다. 방문 희망 1주일 전 전화예약을 해야 하고, 휴대폰과 카메라, 노트북 등을 사용할 수 없다. 서울 삼각지 파인트리 게스트하우스에선 김진 목사가 매주 월, 수, 금에 ‘렉시오 디비나를 통한 하나님 음성 듣기 수련’을 이끈다. 인천 강화도 심도학사는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가 7월10~12일 ‘신은 존재하는가?’, 17~19일 ‘삶과 죽음’을 주제로 공부모임을 진행한다.
■원불교■
실제적인 마음 대조 공부로 유명하다. 경기도 남양주 오덕훈련원은 7월16~19일 좌산 이광정 상사가 이끄는 여름 훈증 정기훈련을, 전북 진안 만덕산훈련원은 7월24~26일, 8월28~30일 ‘휴 그리고 깨달음’ 프로그램을, 충남 논산 삼동원은 8월2~7일 정기훈련을 실시한다.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 유스호스텔에선 8월7~9일 30~40대 부부들이 자녀와 함께 참여하는 희망숲가족캠프가 열린다.
■천도교■
성령을 깨닫는 시천주 주문수련을 한다. 경기도 파주 법원수도원(19~26일, 26일~8월1일, 2~8일, 9~15일)은 신의 존재를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한 수련을 하는 것을 비롯해, 경주 용담수도원(7월13일~8월30일)과 전북 부안 호암수도원(8월24~30일), 경북 영덕 명동산수도원(7월27일~8월30일)이 수련자를 받는다. 강원도 강릉수도원(8월3~9일, 10~16일)은 인근 동해안 해수욕장에서 가족, 소모임 캠핑을 겸한 수련을 이끈다.
■휴센터■
충남 공주 휴센터에선 7월23~26일, 8월13~16일 해독단식캠프를, 7월31일~8월2일엔 숙면캠프를, 같은 시간에 경남 산청에서 지리산가족캠프를 각각 연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