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꿈, 세월호의 기적 ⑧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을 쓰고 있는 시민. 사진 김경호 선임기자
친구야, 오늘은 세월호가 일으킨 기적, ‘5.18 엄마가 4.16 아들에게’라는 최봉희 할머니의 시를 줄여 함께 읽는 것으로 시작할까 하네.
“사랑하는 아들아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 보라 하면
쏟아낼 엄마의 눈물은 말라 버렸다
1980년 5월 18일 엄마는 젊었고
세 아이를 낳아 기를, 35년이 흘러
2014년 4월 16일 엄마의 아들은 아빠가 되었다
엄마는 열일곱 너의 행방을 찾으러
광주 금남로 길을 헤맸다
…
엄마는 먼 길을 홀로 걸으며
‘임을 위한 행진곡’ 한번 불러보지 못하고
오직 기도하며 침묵했다.
…
사랑하는 아들아
…
4.16 아들 곁에
5.18 살아서 죽지 않은 엄마가 있다”
팔순이 다 된 할머니께서 1년 동안 50여편의 시를 썼으니 매주 한편 정도를 쓰신 셈이네. 할머니의 시집을 읽으며 ‘기적은 절로 오는 것이 아니구나. 애써 기도하는 마음과 노력으로 삶을 가꾸어야 기적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깨달았네.
친구야,
문득 1년 전에 있었던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가 생각나네. 더 나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피 흘렸던 모든 역사의 현장마다 한이 풀리지 않고 수북수북 쌓이고 있음을 보았네. 저 한을 그냥 놔둔 채 과연 새로운 미래가 가능할까? 국민의 한이 된 세월호마저 또다시 한이 풀리지 않고 더 쌓이면 어찌 될까 하고 생각하니 천길 낭떠러지로 내몰리는 느낌이 들었네. 순례를 마치고 한을 풀어내는 길을 열기 위해 마련한 ‘대한민국 야단법석 제안문’의 한 대목을 함께 음미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옮기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지금… 나름의 명분을 내세운 진영 논리의 철조망에 걸려 피투성이가 되고 있습니다. 진영논리로 접근하는 순간 그 어떤 진실도 짓밟히고 파묻힙니다… 진실이 짓밟히고 파묻히는데 어디에서 희망을 논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우리 사회의 제일 화두는… 진실을 억압·왜곡하면서 서로 편갈라 싸우는 진영의 철조망을 녹여내는 일입니다. 세월호 참사, 그 안타까운 희생을 헛되이 않으려면 진영의 민심을 넘어 진실에 토대한 국민의 보편적 민심이 공론이 되도록 크게 전환해야 합니다. 그 길을 열기 위해 국민적 지혜와 마음을 모아내야 합니다. …”
친구야,
세월호의 기적을 가꾸는 현장의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오늘 이 야기를 끝내야 하겠네.
조계사 한편에 조그마한 생명평화 법당이 있네. 매주 화요일 12시가 되면 그 법당 앞에 사람들이 원형으로 둘러서서 ‘세월호의 기적’을 꿈꾸는 생명평화 걷기명상을 하네. 지난 화요일이 110회째였네. 적을 때는 5~6명, 많을 때는 100여명이 함께하네. 언제나 침묵으로 ‘세월호 1년,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달라져야 합니다’, ‘한이 풀리는 세월호를 희망하는 이유는 바로 나와 그대가 좀 더 인간다워지기 위함입니다’, ‘세월호, 온 국민이 아픔을 함께한 그 기적의 첫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하는 등의 기도문을 들고 조계사 주위를 한 바퀴 걷는 것이네. 시간은 한 50분 정도 걸리네.
109회째는 총무원장 스님을 비롯해 사부대중 70여명이 함께했네. 곳곳에서 국민의 한이 풀리는 세월호가 되도록 하기 위한 기적의 몸짓들을 하고 있네. 우리의 희망이 그곳에 있음을 나는 믿네. 자네도 그곳에서 함께하길 바라네.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