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한국사회] 굿모닝 목사 / 한종호
2013.06.05 19:11
한종호 꽃자리 출판사 대표
“민주화 운동이 자꾸 이데올로기화되고 이념화되어 나라를 분열시키고 생명을 걸었던 민주화에 역행하는 행태가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한국 교회에서 나름 영향력 있는 김동호 목사가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다.
한마디로 얼토당토않다. 문제는 민주화 운동에 대한 폄훼와 묵살, 그리고 왜곡에 있는 것이지 민주화 운동이 이념화되고 나라를 분열시키는 것에 있지 않다. 문제를 일으킨 쪽에 대해서는 책임과 반성을 요구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 잘못이 있다는 식이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민주화 운동 세력의 오만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보았는지 신사참배 문제를 꺼낸다.
“신사참배를 끝까지 거부하고 그 때문에 옥살이도 하고, 고문도 당하고, 심지어는 죽기도 한 것은 우리 한국 교회의 면류관과 같이 영광스러운 역사였습니다. 그러나 그 영광스러움이 지나쳐 신사참배를 끝까지 거부하지 못하고 꺾였던 사람들에 대한 지나친 정죄와 편 가름이 도를 넘어 교회의 분열이라고 하는 신사참배 못지않은 큰 문제를 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언제 광주 민주화 운동이 지나치게 영광을 누렸으며 그것으로 분열을 가져온 적이 있던가? 그리고 누구를 지나치게 정죄하고 편 가름을 했다는 것인가?
그는 민주화 운동 인사들이 겸손하지 못하고 타자에게 너그럽지 못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자기의 용기와 정의로움이 스스로의 우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정의와 옳음의 보편적인 함정입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의 유가족들이 이런 식으로 자신의 훈장을 내세우고 다른 사람들을 정죄, 질타한 적이 있었는가. “옳고 정의로운 사람들의 지나친 교만함과 뻣뻣함이 세상을 자꾸 경직시키고 불편하게 만든다”고 덧붙인 그는 광주 민주화 운동이 마치 자기만 옳다며 세상을 유연하게 만들지 못하는 주범처럼 몰고 있다.
이들이 치른 희생과 그 역사적 의미가 망각되지 않도록 해도 부족할 판에 비난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광주는 지금도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고 아파한다. 엄청난 학살의 주범은 여전히 부를 누리며 살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비판과 심판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다.
그는 십자가 사건을 거론하면서 “십자가에 못 박힌 한 강도가 십자가상에서 회개를 하였습니다. … 십자가의 강도보다 더한 우리는 회개할 줄 모르고, 예수님보다 못한 우리는 용서하고 품을 줄 모릅니다”라고 하지만, 이 강도는 회개했고 광주 시민들을 죽인 자들은 아직도 회개하지 않은 채, 도리어 자신이 저지른 일을 합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동호 목사는 또 “세상은 피해자가 되면 철저히 복수하고, 가해자가 되면 요령껏 책임을 회피하거나 남에게 전가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우리 예수 믿는 사람들에게 천하에 바보짓을 하며 살라고 말씀하십니다. 어제 5·18을 맞아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가해자 편에 선 사람들과 피해자 편에 선 사람들에게 이 말씀을 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다. 광주 민주화 운동의 피해자들이 언제 복수하려 들었는가? 이 말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기독교의 근본정신은 ‘정의’와 ‘사랑’이다. 그런데 사랑은 이 땅의 정의를 위해 자신을 던진 예수의 십자가로 압축된다. 그렇게 해서 진정한 평화가 온다. 그걸 위해 기독교는 오래전부터 ‘샬롬’이라고 인사를 했다. ‘굿모닝’이다. 김동호 목사는 페이스북 글 말미에 늘 ‘굿모닝’ 하지만, 광주 이야기 끝에 하는 굿모닝은 진정한 샬롬과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영향력 있는 그의 이런 생각과 발언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상처가 되는지 알고 있을까. 여전히 굿모닝 할 수 있을까? 샬롬은 정의를 세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한종호 꽃자리 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