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3077

카이사르의 글쓰기

$
0
0


카이사르는 대중의 인기만을 놀리고 『갈리아 전쟁기』를 쓴 것은 아니다.

우선, 서술은 정확하게 하려고 애썼다. 자신의 잘못도 솔직하게 기록했고, 적의 명분도 공정하게 기술했다. 카이사르는 정확하게 쓰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생각을 보다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는 최선의 수단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식적인 거짓말이 하나라도 있으면 독자는 다른 서술도 모두 믿지 않게 된다. 또한 자신을 '나'라는 1인칭 단수로 표현하지 않고 '카이사르'라는 3인칭으로 기술한 것도 서술에 객관성을 부여하려는 의도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카이사르는 일반을 상대로 펴낸 책인데도 논리적으로 서술을 전개하는 자신의 논법을 바꾸지 않았다. 사람은 자기 개성에 맞는 방식을 택해야만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법이다. 카이사르는 구술할 때에도 여전히 카이사르였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서술은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아무리 요란하게 떠들어대도, 그것은 신문주간의 표어 따위가 아니라 오직 자존심으로만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객관적인 서술은 직업윤리 따위가 아니라, 당사자 개개인의 긍지와 기개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카이사르는 지지를 호소할 때에도 자신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짓은 거부했다.


<로마인 이야기4-율리우스 카이사르 상>(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한길사) 중에서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3077

Trending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