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 “오늘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인 나라와 관계된 일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눠보았으면 합니다” 라고 하면서 말문을 열었습니다.
먼저 의병은 무엇인지 설명했습니다. “군에는 관군, 반군, 의병이 있는데 의병은 관군과 싸우는 반군과는 달리 관군이 제 역할을 못할 때 관군을 도와서 나라를 구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고 하면서 “의병은 첫째, 자발적이고, 둘째, 사적 이익을 도모하지 않기 때문에 공공성과 헌신성이 있지만, 임무를 완수한 후에는 백의종군을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초의 의병인 다물군부터 시작해서 몽고의 침략에 대항한 삼별초, 임진왜란 때 일어난 의병, 조선조 말에 일어난 의병 등 역사적인 맥락에서도 그 의미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왜 지금 이 시기에 통일의병이 필요한지 소개했습니다.
“올해는 분단 70주년입니다. 70년이 되기까지 아직도 분단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은 세계 역사 상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우리는 분단을 극복해야 합니다.
오늘은 7.4남북공동성명이 있었던 7월 4일입니다. 7.4남북공동성명은 6.25 전쟁이 끝나고 남북의 지도자가 합의한 우리 역사상 첫 번째 일이었습니다. 전쟁의 악감정을 넘어서서 나라의 평화와 민족의 통일을 위해서 남북이 합의한 날이 오늘입니다. 서로 존중해가면서, 평화적으로, 외세에 의존하지 말고 자주적으로, 그리고 민족 대동단결의 원칙 하에 서로 상생하는 방향으로 통일 문제를 논하자고 합의했습니다.
그 전에는 남쪽은 남쪽 중심으로 승공통일을 하려고 했고, 북쪽은 북쪽 중심으로 적화통일을 하려고 했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전쟁 밖에 더 되겠니. 그러니 서로를 존중하면서 합의를 해서 평화적 통일로 나아가자. 그럴 때 외세의 주구 노릇을 하지 말고, 민족 자주적 입장에서 대동단결의 원칙을 갖고, 평화적으로 하자’고 합의한 것입니다. 그 정신이 나중에 흐트러져서 그렇지 합의한 것은 잘 한 일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노태우 정부에서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서로 침략하지 말자는 상호 불가침 선언을 하고, 김대중 정부에 와서 6.15 선언을 하고, 노무현 정부에 와서 10.4 선언까지 해오다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 지금은 남북 관계가 많이 후퇴를 했습니다. 통일은 고사하고 평화도 제대로 지키기 어려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재연되기도 했습니다. 전쟁이 나면 결국 누가 더 큰 손해일까요? 재물이 있는 사람 집과 재물이 없는 사람 집 중에서 불이 나면 누가 더 큰 손해예요? 재물이 있는 사람이 더 손해예요. 그러니 재물이 있는 사람이 조금 더 너그럽게
참아야 돼요. 왜냐하면 손실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그동안 관군에게만 맡겨 두었더니 맨날 말로만 통일을 말하지 실제로 행동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백성이 의병으로 일어나서 새로운 통일국가를 만들자고 해서 ‘통일의병’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청중들은 왜 통일의병이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자 그 취지에 공감하는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질문을 받기에 앞서 스님은 우리의 자녀 세대들에게 통일 한국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자며 모두 발언을 했습니다.
“여러분 세대는 어려워도 앞으로는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고 그랬잖아요. 그러나 지금의 젊은이들은 잘 살지만 미래에 더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없어요. 요즘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은 미래가 불안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자살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은 현재가 괴롭다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현재도 괴롭고 미래도 불안합니다. 옛날에는 현재는 괴롭지만 미래에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의 자녀 세대는 여러분들보다 더 불행한 겁니다. 왜냐하면 미래의 희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나빠질 일만 남았지 앞으로 더 잘 될 것이란 희망이 없어요.
그래서 우리들의 자녀 세대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바로 통일의 문제를 지금 풀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발전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우선 북한에 철도를 놓는다고 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겠죠. 대다수는 북한 주민들이 일을 하겠지만, 북한 주민들은 기술력이 부족해서 주로 막노동을 해야 되고, 측량이나 주요한 기술은 다 남한 사람들이 해야 합니다. 즉 좋은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또 남한에는 한달에 15만원 받고 막노동하라고 하면 아무도 안 하는데, 북한 입장에서도 개성공단처럼 그것이 제일 좋은 일자리가 됩니다. 북한 주민들은 그런 일들을 정말 기쁘게 할 수 있고, 대신에 남한 사람들에게도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남북이 다 좋아지는 겁니다.
그러면 북한에 투자한 것을 어떻게 환수를 할 수 있을까요? 지하자원을 개발해도 환수가 되고,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북한이 아닌 우리가 건설해도 이익이 남을 일입니다. 통일을 해서 북한 건설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그것은 먹어 치우는 낭비적 소비 비용이 아니고, 대다수가 재생산되는 투자 비용이기 때문에 돈이 부족하면 외자를 유치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통일 비용은 소비 비용이 아니라 투자 비용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어서 지금의 한국 정치가 갖는 한계를 지적하며 한국 정치를 개선하는 것이 곧 통일에도 매우 유리한 일임을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치를 보면 지금 4색 당정 시대입니다. 여당과 야당이 있고, 야당 안에는 친노와 비노가 있고, 여당 안에는 친박과 비박이 있습니다. 4색 당정은 나라가 망하는 길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 그것은 대통령을 뽑기는 국민이 뽑는데, 뽑은 대통령이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은 옛날 왕처럼 똑같이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는 선거 운동 기간인 15일만 민주주의입니다. 국민이 주인이니까 주인한테 4년 비정규직에 취직시켜 달라고 부탁하다가 취직을 하고 나서부터는 자기가 주인 노릇을 합니다. 그것도 그냥 주인이 아니라 제왕적인 주인 노릇을 합니다. (청중들 환호와 박수)
그래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불완전한 민주주의입니다. 대표를 뽑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진척이 된 게 없어요. 이것은 마치 경제가 외형적으로는 성장하는데 국민은 행복하지 못한 것과 똑같습니다. 이 문제를 풀려면 중앙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합니다. 즉 지방자치가 강화되어야 합니다. 충청도의 문제는 충청도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전부 서울에서 결정하니까 충청 사람, 호남 사람, 영남 사람 모두 중앙 권력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고, 그래서 지역주의가 형성되게 됩니다. 대부분 지역에서 결정하고, 안보·외교에 관련된 것만 중앙에서 결정하면 중앙 권력을 잡으려고 혈안이 될 이유가 없잖아요. 그래서 중앙 권력을 준 연방제 식으로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권한을 내각으로 분산시켜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책임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모든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으니까 전부 다 대통령만 쳐다 봅니다. 자신들한테는 아무 권한이 없으니까 아무도 책임지려고 하지도 않는 겁니다. 이것이 대통령에게 좋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모든 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듭니다. 이것은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구조의 문제입니다. 누구도 그 자리에 가면 그렇게 됩니다. 그래서 대통령을 위해서도 헌법을 개정해서 권한을 분산시켜야 합니다.
정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주의에 뿌리를 내린 두 개 정당만 있잖아요. 국민이 국회의원을 선택하면 국회의원이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하게 되는데, 경상도는 경상도 대로 전라도는 전라도 대로 특정 정당 말뚝만 박으면 당선이 되니까 국민을 볼 이유가 없습니다. 공천이 되어야 당선이 되니까 국민을 볼 이유가 없죠. 다음 공천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 이것이 4색 당정의 핵심 원인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지역주의에 편승해서 투표를 하면 안 됩니다.
이제는 여러 계층을 대변하는 정당들이 나와야 합니다. 여러 정당들이 각계각층의 이익을 대변하고, 합종연횡을 하면서 연합 정부를 구성해서 서로 간의 이익을 조정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입니다. 이런 정치적인 변화가 와야 우리들의 삶의 질이 좋아지고, 이런 복지 국가와 분권적 민주 국가가 들어서면 설수록 통일에도 이롭습니다. 우리가 고루 잘 사는 사회를 만들면, 북한 사람들이 보기에 남한에서 제일 못 사는 사람도 자신들의 중간층보다 잘 사니까 통일을 하고자 하는 요구가 높아집니다. 또 남쪽에 가면 다양한 정당들을 만들 수 있도록 해서 권리 행사를 자유롭게 해주면 북한의 권력층들도 자기들끼리 정당을 만들어도 되니까 안심을 할 것이고, 평안도와 황해도, 함경도도 각각 자기 지역의 자치가 보장되니까 남쪽과 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니 우리 사회의 민주적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통일을 위해서도 우리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반대로 통일이 되면 우리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 통일과 우리 사회의 발전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고 상호보완적입니다. 그래서 이제 여러분들은 ‘통일을 하겠다’, ‘평화적으로 하겠다’, ‘권력을 분산시켜서 통일이 되어도 북한이 위기를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 이런 관점이 있는 정치인을 선택해야 합니다.”
통일과 우리 사회의 발전은 상호 보완적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남한 사회의 민주화와 지방 분권의 심화가 곧 통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스님은 어떻게 통일운동을 할 것인지 아주 쉽고 간단한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이런 통일 운동에 찬성한다면 배지를 나눠드릴 겁니다. 배지를 단 사람이 100만명, 200만명이 되면 우리가 뽑을 정치인이 새누리당인지 새민련인지는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표를 얻기 위해서 각자가 우리에게 다가와서 노력을 하겠죠. 우리가 표를 갖고 있으니까 자기들끼리 경쟁을 하고 우리는 가장 통일 지향적인 사람에게 표를 찍어주면 되는 것입니다. 만약 서대전 시민공원에서 통일의병 모이자고 SNS에 올렸더니 만명이 모였다면 정치인들도 다 신경을 쓰겠죠.
이 운동은 총을 들 필요도 없고, 화염병을 들 필요도 없고, 손가락만 들면 됩니다. 이 운동은 잘 못했다고 해서 감옥 갈 일도 없습니다. 죽을 일도 없어요. 불이익이 하나도 없어요. 이렇게 쉬운 운동을 우리가 할 수 있습니다. 대신에 우리는 소액 주주이니까 표를 많이 모아야 합니다. 이 운동은 같이 모여서 노래하고 춤추다가 손가락만 잘 찍자고 합의하고 돌아오면 되는 운동입니다. 이렇게 운동 방식은 놀기 삼아 하되, 이 운동을 하는 목표 의식과 정열은 독립운동 하듯이 죽을 각오로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의병’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그런 운동을 함께 해보지 않으시겠어요?”
청중석에서 “네!” 하고 우렁찬 대답이 터져나왔습니다. 곧이어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스님의 제안에 강연장은 통일에 대한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무엇보다 스님은 올바른 투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국민의 말을 듣지 않으면 다음에는 싹 갈아치워버린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4색 당정이 사라집니다.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당선이 될 수 있도록 해야지, 줄만 잘 서면 당선된다고 하면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게 됩니다. 그러니 ‘우리가 남이가’ 하면서 지역주의 투표를 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사람을 보고, 정책을 보고,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고 투표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이 글은 정토회 <스님의 하루>에 실린 것입니다.
http://www.jungto.org/buddhist/budd8.html?sm=v&b_no=68941&page=1&p_no=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