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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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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날 일을 기다리며 허비하는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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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의 많은 부분을 어딘가로 떠났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내게 된다.

이런 시간들은 당신 인생의 '사이 순간들(자투리 시간)'이다. 한데 그런 순간들은 너무 자주 허비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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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중에서


내가 스님이 되기 전, 고등학교 선생님일 때 한 동료 교사가 훨씬 더 좋은 일자리에 지원했다고 고백했다. 좋은 자리는 확보됐지만 교직 계약 기간이 만료된 지금부터 그 꿈의 직장에 출근할 때까지 시간이 맞지 않아 육개월을 기다려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삶에서 육 개월이란 시간을 다음 일을 기다리면서 보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놀랍고 괴롭다고 했다.

"새 일을 시작할 때까지 반년을 허비하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 짧지만 내가 지금 그렇게 하고 있어!"


당신 인생의 얼마나 많은 부분이, 몇 날 몇달이 다음에 일어날 일을 기다리면서 허비됐을까. 비행기 출발 시간, 퇴근 시간,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는 시간 등등. 불행하게도 우리 생의 많은 부분이 그런 '사이 순간들'로 지나가버린다.


생의 꽤 많은 시간이 그렇게 허비된다는 것을 자각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비극적인 '살생률'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 없이 시간 죽이는 짓, 킬링 타임을 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에 그런 시간에 새로운 의미를 찾고, 교통 정체 때 긴장을 풀 수 있고, 열차 안에서 동료 통근자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우리 생의 그런 귀중한 '사이 순간들'에만 있을 수 있는 많은 재미있는 일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더 이상 목적지만 열심히 생각하지 않게 될 것이다.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 - 마음속 108마리 원숭이 이야기>(아잔 브라흐마 지음, 각산 엮음, 나무옆의자) 중에서




원숭이 마음

명상에서 '원숭이 마음'이 뜻하는 의미는 원숭이가 숲 속에 살면서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건너 뛰어다니는 것처럼, 이 일에서 저 일로 한시도 쉬지 않고 건너 뛰어다니는 분주한 마음을 일컫는 은유였다. 고요히 멈춰야 하는 나쁜 마음이었다. 당신은 우리 인간들이 마음을 고요하게 멈춰 있기가 왜 어려운 지 알 것이다. 우리는 거의 모두가 '원숭이 마음'을 갖고 있다.


지은이 아잔 브라흐마(아잔 브람)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한 세계적 명상스승. 짧은 이야기를 통해 지혜를 전한다. 30년 넘게 숲 속의 수행승으로 살고 있으며,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불교협회 지도자이자 보디냐나 수도원장이다. 이전 작품으로 『술 취한코끼리 길들이기』『성난 물소 놓아주기』 등이 있다.


엮은이 각산

아잔 브라흐마의 한국 제자이자 세계명상수행승으로 세계명상힐링캠프를 주최했다. 해인사 승가대학에서 블교학을 배운 후 미얀마 명상 고승 파욱 사야도와 아잔 브라흐마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호주, 중국 등의 명상센터와 송광사, 범어사, 통도사 등의 제방 선원에서 10여 년 수행 탐방했다. 해인사 입산, 해인사 고승 보광 성주 큰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현재 아잔브람 한국명상센터원장과 참불선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멈춤의 여행』, 역서와 편저『법화삼배참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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