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의 생사관은 생사관이라는 거창한 말로 표현하기가 망설여질 만큼 비종교적이고 비철학적이다. 나는 그것을 아주 건전한 생사관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죽음을 싫어하지 않았다. 로마인들은 '인간'이라고 말하는 대신 '죽어야 할 자'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보통이었다. 산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묘지를 만들고, 죽은 사람들만 그곳에 모아두지도 않았다. 교외 단독주택의 마당 한켠에 묻히는 사람도 있었지만, 마당이 있는 산장 주인도 일부러 길가에 무덤을 만들기를 좋아했다. 아피아가도나 플라미니아 가도를 비롯한 로마식 가도를 따라가다 보면, 도시를 벗어나자마자 온갖 사회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의 무덤이 가도 양쪽에 각양각색의 형태로 늘어서 있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인 광경이었다. 가도는 산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길가에 무덤을 만드는 것은 죽은 뒤에도 되도록이면 산 사람들과 가까운 곳에 있고 싶기 때문이었다. … 묘비에 새겨진 글 중에도 유쾌한 것이 적지 않아서, 로마인들의 건전한 생사관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오오, 거기 지나가는 길손이여. 이리 와서 잠시 쉬었다가 가시게. 고개를 옆으로 흔들고 있군. 아니, 쉬고 싶지 않은가? 하지만 언젠가는 그대도 여기에 들어올 몸이라네." "행운의 여신은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 약속한다. 하지만 약속이 지켜진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니 하루 하루를 살아라. 한 시간 한 시간을 살아가라.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은 산 사람의 세계에서는." "이 글을 읽는 이에게 말하노라. 건강하고 남을 사랑하라. 그대가 여기에 들어올 때까지의 모든 날들을." <로마인 이야기6-팍스 로마나>(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한길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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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죽어야 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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