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를 둘러맨 젊은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어느 시설에서 알려줘서 찾아왔다고 합니다.
민들레국수집에 가면 삼시세끼 밥 먹을 수 있고, 잠도 잘 수 있고, 용돈도 주고 그런다고 했다면서 찾아왔습니다.
어려운 사람에게 이렇게 해 준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러면 기타를 치고 노래 부르면서 살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많은 분들이 민들레국수집을 찾아 옵니다.
늙으신 부모님을 맡아 달라는 분도 계십니다.
정신 질환이 있는 분을 맡아 달라고 합니다.
알코올 중독인데 봉사하면서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합니다.
방을 얻어 달라고 합니다.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여파로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인근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에서 관계자들이 노인들에게 점심으로 주먹밥을 나눠주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참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삶이 어려운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도 보잘 것 없는 일입니다.
민들레국수집은 배고픈 노숙하시는 분들께 겨우 일주일에 닷새 동안 오전 열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 문을 열고 보잘 것 없는 밥과 반찬으로 겨우 요기할 수 있을 정도로 대접할 뿐입니다.
음식을 남기면 눈물이 날 정도로 잔소리도 합니다. 술에 취해 오시면 냉정하게 술 깬 다음에 오시라고 합니다. 반찬을 싸달라고 하면 절대 싸 줄 수 없다 합니다.
아주 조그만 곳에서 빨래하고 샤워할 수 있습니다.
이제 새로 마련한 민들레희망센터 집수리도 끝나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빨래할 수 있고 샤워하고 낮잠도 잘 수 있고, 작은 도서관에서 책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두 번 민들레진료소가 열리고 치과 진료도 합니다. 그리고 민들레 옷가게도 함께 열립니다. 매일 독후감 발표를 하고 장려금 삼천 원을 받을 수 있고요. 컴퓨터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인문학 강의와 미니빔을 이용해서 영화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가난한 이들과 조금씩 나누면서 더불어 사는 것! 민들레국수집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