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종교인모임 금강산회의 공동성명
일본 종군 위안부 사과와 과거 청산 노력 요구도
남북의 종교 대표자들이 금강산에 모여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또 일본에 대해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와 과거 청산에 대해 노력할 것을 요청했다.
남한의 한국종교인평화회의(대표회장 자승 스님) 회원 150명과 북한의 조선종교인협의회(협회장 강지영) 회원 50명은 9일부터 이틀간 금강산의 금강산호텔에서 ‘민족의 화해와 단결,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종교인모임’을 열고,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남북종교인들은 이 공동성명을 통해 “남북종교인들은 7·4공동성명과 6·15공동선언, 10·4선언을 존중하고 실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서로의 신앙과 교단을 존중하고 종교인 사이에 연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 종교인들은 “최근 일촉즉발의 교전 직전까지 치닫던 긴장상태가 극적인 고위급 접촉으로 남북관계의 새로운 계기가 마련됐다”면서 “남북 종교인들이 잦은 교류를 통해 자주적인 통일 운동을 추동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또 “일본이 독도 강탈에 광분하며 평화헌법 9조를 폐기하고 군국주의의 길로 내달리고 있다”며 일본에 대해 국제사회와 연대해 지속적으로 항의할 것을 다짐했다.
지난 2011년 평양에서 남북한 종교인 모임을 연 뒤 5년만에 다시 열린 이번 남북간 종교인 모임은 애초 남쪽이 평양에서 개최할 것을 요구했으나, 북쪽이 금강산에서 열 것을 주장해 이뤄진 것으로, 금강산 관광사업의 개재를 위한 북쪽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자승 총무원장(사진 왼쪽)은 인삿말을 통해 “금강산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상징이고, 민족의 분단을 뛰어 넘으려는 수많은 노력이 금강산에서 결실을 맺었다”며 “종교인들은 평화를 소중히 가꾸고, 끝나지 인내하며 희생해 통일의 씨앗을 싹틔우자”고 당부했다.
강지영 조선종교인협회 협회장(사진 오른쪽)은 “북과 남사이에 친척상봉과 노동자축구대회 등 관계개선의 전환적 계기가 마련되고 있는 시기”라며 “7·4공동성명 등 북남합의를 적극적인 실천으로 책임과 역할을 다해가자”고 말했다.
남북 종교인들은 회의가 끝난 뒤 금강산 신계사와 구룡연, 삼일포 등을 함께 거닐며 친목을 다졌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는 1986년 출범한 단체로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7대 종단이 회원이다. 북한의 조선종교인협의회는 1989년 창립됐고, 조선그리스도, 불교도, 천도교, 카톨릭교, 정교회 등 5개 종교단체의 연합기구이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금강산 함께 3시간 오르내리며 어깨동무도“서로 다른 것 인정”…“어머니의 마음으로”◇…북쪽 종교인 대표로 나온 강지영(61) 협회장은 지난 10월 전임 장재언(81) 협회장이 뇌출혈로 쓰러지자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사무국장으로 그동안 남쪽과 협상을 해 온 강 협회장은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1989년 방북했을 때 임 의원과 함께 평양 장충성당에서 단식을 한 북한 대학생의 대표였다. 당시 김책공대 총학생회장이었던 강 협회장은 평양청년축전에 중국을 통해 밀입국한 임 의원이 단식을 하자, 함께 단식을 하며 남북 청년 간 우의를 과시하기도 했다. 강 회장은 조선카톨릭협회 중앙위원장도 겸직하고 있다.강 회장은 “임 의원을 기억하느냐?”는 질문에 반갑게 웃으며 직접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남북 종교인들은 9일 공동성명을 채택한 뒤 단풍이 짙은 금강산 구룡연 계곡을 함께 거닐었다.자승 조계종 종무원장과 강지영 조선종교인협회 협회장은 신계사로부터 금강문에 이르는 계곡 산길을 3시간 동안 함께 오르내리며 담화를 나눴다. 두 남북 종교 대표는 금강산의 짙은 단풍을 배경으로 어깨동무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며 종교인으로서의 남북 긴장완화와 평화통일에 기여할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이날 남쪽 종교인들과 함께 금강산 등반에 나선 북쪽의 장철우 평양 천도교 운영위원은 “금강산 절경은 가족이 함께 즐겨야 더욱 제 맛이 난다”며 “자주 교류를 나누면 분단의 벽이 허물어져 많은 남한 사람들이 가족처럼 금강산 관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남쪽의 박재식 성공회 신부는 “남북한이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며 다양성을 인정하는데서 교류는 시작된다”며 “종교인끼리 서로를 이해하고 친해지는 것이 평화통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리산옥 조선종교인연맹 재정위원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북남의 동포들이 서로를 쳐다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여성의 힘이 화해와 평화를 앞당기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쪽의 정념 월정사 주지는 “금강산의 기운이 웅장하고 아름답다”며 “이 좋은 기운이 남북 평화통일에까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이번 회의를 준비한 김광준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은 오는 2018년 예정된 세계종교인평화회의를 남북이 공동으로 개최할 것을 북쪽에 제안했다.5년마다 총회를 개최하는 세계종교인평회회의는 지난 2013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개최한 세계최대의 국제적 종교협력기구이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는 내년 2월에 개최자 결정을 앞두고 이미 개최지 신청을 한 상태로, 한국이 유치를 하면 서울과 평양, 금강산 등지에서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남쪽의 제안에 대해 북쪽은 긍정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이길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