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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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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 주막도 물이 좋아야 ‘물좋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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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의 연원도 혜능 선사가 자리잡은 조계에서
조선 최후의 주막 ‘삼강주막’도 사람냄새로 ‘불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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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의 중흥조 육조 혜능(638~713)선사는 물에 민감했다. 물 좋은 자리를 찾아다녔다. 중국 광동성 소주(韶州)의 조씨 집성촌인 조후촌(曹候村) 앞을 흐르는 냇물 이름은 조계(曹溪)였다. 물에 마음을 빼앗겨 그 자리를 잡았다. 계곡도 좋아야 하지만 우물도 좋아야 한다. 그런데 우물이 없다. 수맥이 흐를 만한 자리에 지팡이를 꽂았다. 샘물이 콸콸 솟구쳐 올랐다. 그 물에 맨 먼저 스승에게 물려받은 가사를 빨았다고 한다. 냇물과 샘물이 어우러진 자리의 남화선사(南華禪寺)는 천년의 역사를 통해 오늘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산문의 ‘조계(曹溪)’라는 편액이 당시의 역사를 말없이 전해준다. 조계종은 냇물 이름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많은 대중의 수행과 기도를 위해선 무엇보다 물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절 이름에는 계곡물 ‘계(溪)’자가 흔하다. 팔공산 파계사(把溪寺)는 ‘계곡물을 쥔 절’이다. 물 욕심이 많은 절은 두 계곡을 끼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경남 하동 지리산과 충남 논산에는 ‘쌍계사’가 자리를 잡았다. 6.25를 거치면서 폐사가 되긴 했지만 김천 증산면에도 쌍계사 터가 남아있다. 인기있는 절 이름이 된 ‘쌍계’는 혜능 선사 시절의 ‘냇물과 샘물이 합해진 땅’이라는 의미로 신라의 후학들이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 절집뿐이겠는가? 마을 집도 물이 좋아야 한다. 강물이 모이는 자리에는 어김없이 풍요로운 마을이 들어섰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작은 마을 양수리(兩水里. 두물머리)는 많은 사람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자생 풍수전문가 최창조(전 서울대 교수)선생은 임진강과 한강이 어우러지는 파주 교하(交河)지역이 ‘통일한국의 도읍지’라고 주장했다. 강호동양학자 조용헌 선생은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라는 3개의 큰 강이 모인 자리에 핀 꽃이 강화(江華)섬이라고 했다. 이 지역의 특산물인 약쑥·순무 등은 강화다리만 건너면 그냥 ‘약발이 뚝 떨어지는’ 평범한 쑥과 무로 바뀐다. 대가의 이야기는 그냥 귓전으로 흘러들을 일은 아니다.
 4개의 큰 강을 가진 지역특성이 지명에 온전히 반영된 경우는 중국의 사천성(四川省)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강물은 축복인 동시에 재앙이었다. 특히 3개의 강이 만나는 지점의 잦은 홍수는 국가적 골치거리로 대두했다. 이에 당나라 해통(海通)스님은 낙산대불(樂山大佛)을 조성하여 그 문제를 일거에 해결했다. 불상을 모시는 과정에서 나온 많은 바위들을 물살이 센 강바닥에 깔아놓는 자연공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리하여 홍수피해와 안전기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 안목과 실천력을 겸비해야만 중생들에게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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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거나 ‘두 물’은 더러 있어도 ‘세 강’이 모이는 자리는 흔하지 않다. 그래서 내성천, 금천, 낙동강이 만나는 예천 삼강리(三江里)를 일부러 찾게 되었다. 강도 강이지만 교통의 요지에는 뭔가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냄새가 남아 있어야 한다. 주막(酒幕)이 제격이다. 조선 ‘최후의 주막’과 ‘최후의 주모(酒母)’라는 가치를 인정받은 삼강주막은 경북민속자료 134호로 지정받았다. 마지막 주모 유옥련(兪玉蓮1917~2005)할머니의 흔적이 사진과 함께 건물의 부엌 벽에 ‘선으로 그어진 외상장부’가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세 물이 모이는 마을이니 물 다스리는 기술이 부족한 시절에는 자주 물난리를 겪어야 했다. 대홍수 때 결국 동네가 전부 떠내려갔다. 이후 인근의 높은 지대로 아예 마을을 옮겼다. 하지만 주막은 옮기면 그 기능이 상실된다. 같은 자리에서 유실과 재건을 거듭했다. 이제 현대기술로 주변에 둑을 쌓고 산책로를 만들고 보부상 숙소, 사공 숙소, 장터 등을 동시에 복원하여 그 옛날 낙동강 물류중심인 주막마을을 재현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삼강에 어울리게 우리도 3명이다. 새 주모(?) 얼굴은 대면하지 못한 채 일행인 B여사가 셀프로 서빙해온 장터 시골국밥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사공숙소의 벽은 낙서투성이었다. 삼강주막 본채 마루에 앉아서 함께 찍은 핸드폰 사진을 앞에 두고서 A거사는 만화가처럼 우리들의 ‘인증샷’을 벽에 쓱쓱 그렸다. 낙서 위에 그림이 더해졌다. 그 작업이 끝난 후에야 비로소 점심상을 물릴 수 있었다.              
 환경오염 때문에 모두가 물에 민감한 시대가 되었다. 생수시장은 팽창을 거듭하며 날로 그 소비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크게 내세울 것 없는 지리산 자락의 어느 자그마한 사찰은 ‘물 좋은 절’이라는 홍보 글을 승합차에 붙이고 다닐 만큼 이제는 좋은 물도 경쟁력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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