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0년만에 술주정하고 행패 부리는 남편 때문에 가출했는데...
서초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입니다. 질문자는 결혼한 지 30년이 되었는데 술만 마시면 시작되는 폭언과 행패, 그리고 처갓집 식구를 무시하는 남편 때문에 가출했는데 최근 들어 용서를 구하는 남편 말을 믿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야 할지, 아니면 깨끗이 포기하고 이혼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물었습니다.
“결혼한 지 30년 동안 남편과 싸워도 대문 밖을 나간 적이 없는데, 어제로 집을 나온 지 100일째 됐습니다. 남편이 술을 좋아하는데 마시면 자기도 기억을 못하는 악담을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 자기는 좋은 부모 밑에서 집안 교육을 잘 받았는데 저는 안 그렇다면서 ‘독한 년’이라고 불러요. 또 본인은 좋은 소리라고 하지만 반복하면 듣는 입장에서는 잔소리가 되잖아요. 남편은 술을 먹으면 기본으로 3시간은 잔소리를 합니다. 아이들이 다 커서 29살, 25살, 21살이 된 지금까지도 불러서 앉혀놓고 잔소리를 합니다. 저와 싸우면 저녁에만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다음날 아침까지 마시면서 잔소리를 해요. 항상 ‘네가 뭘 알겠느냐’는 식으로 무시하는 말을 하고요.남편이 갈수록 심해지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친정집 식구들, 돌아가신 지 40년이 된 친정아버지까지 들먹이는 걸 보면서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가고 싶으면 나가봐라. 노래방 아니면 네가 갈 데가 어디 있겠냐. 먹고 살 길이 없어서 며칠 안에 돌아올 텐데 나가서 뭐 하냐?’라고 늘 무시하는 것도 화가 났어요. 더 참을 수 없어서 남편이 자는 사이 몰래 가방을 싸서 집을 나오자마자 전화기도 꺼버렸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제가 집을 나온 지 3일 만에 옷이나 이불 등 제 물건을 모조리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내다버렸대요. 그 이야기를 아이들을 통해서 듣고 나니 ‘아, 이제는 내가 진짜 결심을 해야 되겠다’ 싶어서 서울의 큰딸 집에 와 있어요. 남편은 저를 죽인다고 하면서도 큰딸 성격이 자기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아직 직접 찾아오지는 않았습니다.집을 나온 뒤 취직해서 바쁘게 일을 하니까 마음도 좀 놓이고 잊혀졌나 싶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집에 두고 온 아이들이 성인이긴 하지만 걱정됩니다. 남편도 딸 몰래 두 번이나 저를 출근길에 만나러 와서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빌어요. 제가 남편 일을 도왔는데 남편도 취하지 않았을 때는 제가 고생하는 줄 알고 인정해줬거든요. 친정어머니는 ‘혼자 사는 것보다는 같이 사는 게 낫다. 술 안 마실 때는 괜찮은 사람이니까 한번 생각을 해 보라’고 하시는데, 동생이나 다른 사람들은 제가 돌아간다면 다시는 절 보지 않겠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아빠를 버리라’고 하더니 이제는 한번쯤 용서해 주라고 하고, 남편은 자기가 또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면 당신이 집을 나가도 더는 찾지 않을 테니 한번만 용서해달라고 합니다. 그런 소리를 듣고 살면서도 돌아갈 궁리를 하니 남들이 들으면 미쳤다고 하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갈등이 심합니다.”
그런 사람이 뭐가 좋아서 30년을 살았어요?
“그런 사람이 뭐가 좋아서 30년을 살았어요? 나빴던 것은 이제 그만 이야기하고 좋았던 것을 이야기해 보세요.”
“그 사람이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10년 전에 시동생이 죽고 난 뒤부터 시동생이 술 먹었을 때 하는 행동을 남편이 똑같이 하기 시작했어요. 점을 보니 ‘동생 귀신이 씌었다고 하기에(청중 웃음) 제가 시동생을 위해 천도재도 지냈습니다. 그런데 잠시 좋아졌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다시 똑같아졌어요. 무당 말을 안 믿으려고 해도, 술만 마시면 죽은 시동생과 똑같은 행동을 해요.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남편이 옛날에는 안 그랬던 게 아닙니다. 시아버지는 어때요?”
“시아버지가 젊었을 때는 이렇게까지는 안했다고 하더라고요.”
“어머니는 살아 계세요?”
“예.”
“남편이 어릴 때 시아버지나 시어머니가 어땠는지 들어봤어요?”
“시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나서 이런 식으로 잔소리를 하면 시어머니는 좀 피해 있곤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제가 나간다면 대문을 걸어 잠글 정도예요. 그리고 제가 좋아서 남편과 결혼을 했으니까, 저는 집을 나가겠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해봤습니다.”
“시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남편이나 시동생의 속에도 그런 씨앗이 형성이 되어는 있었어요. 시동생이 먼저 발현됐고 시동생이 죽으니까 남편 안에 있던 것도 발현이 된 것이지, 없던 게 생긴 건 아닙니다.
저렇게 순진해서야...똑같이 주정할 확률이 99.9%
그건 그렇다 치고, 남편이 좋았던 점은 뭐예요?”
“성실합니다. 일단은 일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그래서 돈은 잘 벌었겠네요?”
“잘 번 건 아닌데요.” (청중 웃음)
“어쨌든 먹고 살만큼은 벌었잖아요?”
“예.”
“어쨌든 아내가 번 것으로 먹고 산 게 아니고, 같이 하긴 했지만 남편이 벌어서 식구들을 먹여 살렸네요. 또 뭐가 좋았어요? 애를 셋이나 낳을 정도면 금슬은 좋았나 봐요.”
“예, 좋았습니다.(청중 웃음) 그리고 남편이 술을 안 먹었을 때는 엄청 자상하고 가정적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좋은 점이 있기 때문에 술만 안 마시면 좋겠죠? 이제는 안 마시겠다고 하니까 한 번만 믿어볼까 하고 솔깃한 거잖아요.”
“예.”
“그런데 질문자가 집에 들어가면 남편이 술을 마실까요, 안 마실까요?”
“한동안은 안 마셔도 나중에는 마시겠지요.”
“남편이 나중에라도 술을 마시면 그 증상이 이전과 똑같이 나타날까요, 안 나타날까요?”
“안 나타날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집을 나온 지 100일이나 되니까 남편이 엄청 겁을 먹었거든요.”
“아이고, 저렇게 순진해서 어떻게 해요. (청중 웃음) 질문자가 집에 들어가면 남편은 전과 똑같이 술을 마시고 똑같은 주정을 할 가능성이 99.9%입니다. 그러니까 ‘남편이 예전처럼은 안 할 거다’라는 걸 전제하고 집에 들어가지 마세요. 그렇게 전제하고 들어가면 또 집을 나와야 돼요. 그러니까 ‘예전처럼 하더라도 들어가자!’ 이런 마음이 들면 들어가세요.”
남편 속의 작은 아이를 내 아들처럼 불쌍하게
“큰딸은 ‘아빠는 죽을 때까지 안 바뀐다’면서 저를 못 들어가게 합니다.”
“딸이든 엄마든 다른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듣지 마세요. 남편은 어릴 때 억압심리가 생겼기 때문에 술을 먹고 취했을 때 의식은 없어지고 무의식이 작동해서 어린 시절의 억압된 심리가 튀어나오는 거예요. 누구든 붙들고 욕을 해야 하는 거예요. 그건 정신질환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고쳐질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남편이 결심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남편이 안 취했을 때는 ‘내가 고치겠다’고 결심하지만 술에 취하면 그게 안 되잖아요. 남편이 나빠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것도 아니에요. 어릴 때 심리가 억압되었기 때문에 술을 먹으면 자동으로 그렇게 나오게 돼 있는 거예요. 그러니 남편을 미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도 질문자가 남편과 살겠다면 남편에게 술을 먹지 말라든지 주정하지 말라는 말을 하면 안 돼요. 그러면 더 심해집니다. 그러니까 남편이 술을 마시고 욕을 하면 ‘그래, 그래. 당신 말이 맞아. 아이고, 내가 이렇게 못난이인데 당신 입장에서 우리 부모님이 뭐가 좋겠어? 그래, 그래’ 이렇게 등을 두드려줘야 합니다. 남편의 주정은 일종의 질환이기 때문에 그 주정하는 말에 집착하면 안 됩니다.”
“제가 그리했기 때문에 여태까지 살아온 거예요. 남이 부끄러워서라도 그렇게 했어요.”
“그건 참아온 거잖아요. 남편 속의 작은 아이를 내 아들처럼 불쌍하게 여기란 말이에요. 남편이 아버지가 주정하고 엄마가 악쓰는 가운데 자라서 술만 먹으면 어릴 때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때 억압된 심리로 이렇게 주정을 하는 거니까 질문자는 남편을 보면서 ‘너무 너무 불쌍하다’ 이런 마음을 내세요. 남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아들을 달래듯 하세요. 질문자의 아들도 이제 또 그렇게 됩니다.”
참고 한 것은 성내는 것보다 결과가 더 못해
“그게 걱정입니다. 그래서 남편이 술을 먹으면 그냥 재우기 위해서 제가 항상 다독거려줬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제가 그렇게 한 게 잘못이다 싶어요. 오히려 처음에 확 잡았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것 같아요.”
“확 잡으려 들다가 잘못하면 칼 맞아 죽어요.(청중 웃음) 질문자가 그렇게 남편을 다독거려줬는데도 효과가 안 나는 것은 참고 했기 때문입니다. 참고 한 것은 성내는 것보다 결과가 더 못합니다. 진짜 불쌍하게 여겨야 됩니다. 남편이 주정하는 게 괘씸하지 않고 너무 너무 불쌍해야 됩니다. 질문자의 아들이 그러고 있다면 며느리는 아들과 싸우겠지만 질문자는 아들이 너무너무 불쌍해서 ‘아이고, 저게 제 아버지 닮아서 저렇구나. 내가 악을 써서 저렇구나. 쯧쯧’ 이럴 거 아니에요? 이렇게 아들 보듯이 해야됩니다. 남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요. 그렇게 등 두드리면서 살려면 집에 들어가도 됩니다. 전제조건은 붙이지 마세요.
그런데 질문자가 ‘내가 이 나이에 그렇게까지 하면서 살 이유가 뭐가 있나? 지금까지 산 것만 해도 다행이고 아이들도 모두 20살이 넘었으니까, 나는 어디 가서 파출부 하면서 살더라도 편안하게 내 인생 살겠다’라고 생각한다면 아무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남편이 한 번만 오라고 해도 ‘네, 알았어요. 좀 더 있다가 갈게요’ 이렇게 말하고 안 가면 됩니다. 안 간다고 버티면서 다툴 필요도 없고, 약속 지키네 마네 하는 이야기도 할 필요 없어요. 그냥 ‘조금 더 따로 살아봅시다. 나도 너무 힘들었어요, 여보. 내가 조금 더 살아보고 들어갈 테니 먼저 가세요’ 이러고 그냥 살면 됩니다. 어느 걸 선택할래요? 집에 들어가고 싶으니까 저한테 물었겠지요? 스님한테 ‘가거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여기 온 건데, 저는 그 말을 해 주기가 싫어요.(질문자 한숨, 청중 박장대소)
그렇게 마음 졸여가면서 살 필요가 뭐가 있어요
질문자는 우선 남편은 전과 똑같이 행패를 부릴 거라는 사실을 아셔야 해요. 똑같다는 걸 전제하고, 질문자가 택할 수 있는 길이 두 가지 있습니다. ‘전에는 남편의 주정 때문에 힘들어했지만 이제는 불쌍한 아들로 여기고 다독이며 살겠다. 진짜 관세음보살 같은 마음을 내서 불쌍하게 여기겠다. 얼마나 힘들면 저렇게 술만 마시면 악을 쓸까? 아이고, 저 한을 내가 풀어줘야 되겠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 매일 ‘우리 남편한테 내가 관세음보살이 되겠습니다’라고 절하면서 진짜 남편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들어가려면 들어가도 됩니다.
그렇지 않고 ‘내가 이 정도 했으니 남편이 이제 정신 차리지 않겠냐?’라고 생각한다면 절대 안 그렇습니다. 질문자가 집에 들어가면 남편은 더 보복을 할 거예요. 술을 안 마실 때는 괜찮겠지만 술을 마시면 ‘네가 나를 두고 도망을 가? 한번 더 가면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린다.’ 이렇게 나올 겁니다. 남편이 질문자를 찾아갔을 때는 술을 안 마셨으니까 그렇죠. 사람이 똥 누러 갈 때 마음과 똥 누고 온 마음이 달라요. 결혼할 때 그렇게 사랑한다고 해놓고 막상 결혼하니까 딴 짓 하는 걸 이미 경험해 놓고 뭘 또 물어요? ‘내가 더 튕기면 남편이 고쳐질 거다’ 이런 생각도 하면 안 됩니다.
어떻게 할래요? 딱 그대로 수용하고 들어가든지, 그냥 끝내든지요. 아이들 모두 20살 넘을 때까지 키웠으니까 이제 남편과 안 살아도 도덕적, 윤리적, 법률적으로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그렇게 마음 졸여가면서 살 필요가 뭐가 있어요? 다 행복하려고 태어났는데 질문자도 행복하게 살아야지요. 그러니 질문자가 자기 인생을 딱 결정하세요. 그 남자가 술 먹고 행패 부려서가 아니라 ‘나도 이제는 내 인생을 살겠다’ 이렇게 결정하면 돼요. 딸이나 엄마가 뭐라 그러든 남의 말을 들을 필요 없습니다. 자기 인생을 자기가 살아가면 됩니다. 남편이 와서 빌면 ‘알겠어요. 먼저 내려가세요. 내가 혼자 좀 더 살아보고 내려갈게요.’ 이렇게 좋게 이야기해 주세요. ‘난 안 간다. 너하고는 다시는 안 산다.’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어요. ‘내일 가겠다’ 이런 말도 할 필요가 없고요.”
아이고, 아직 남자가 필요할 나이네요
“어제 남편을 만나서 이야기를 했는데, ‘마지막 기회를 한 번만 달라. 다시 그런 일이 있으면 당신이 나가도 다시는 안 찾겠다’라고 했는데요.”(청중 웃음)
“그런 말은 믿지 말라니까요. 질문자가 경험을 해봤잖아요. 술 안 마셨을 때 했던 말은 술 마시면 달라진다니까요. 그 말을 믿고는 가지 말라는 겁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가고 싶으면 그냥 가세요.”(청중 웃음, 박수)
“감사합니다.”
“연세가 몇이에요?”
“51살입니다.”
“아이고, 아직 남자가 필요할 나이네요.(질문자와 청중 웃음) 이해는 되는데, 남편이 술을 안 마시거나 다시는 주정 안 할 거라고 생각하고 가지는 마세요. 병이기 때문에 못 고쳐요. 앞으로 남편이 어떤 행동을 해도 ‘이건 병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크게 힘이 안 들어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그러니까 ‘두 다리가 부러져서 똥, 오줌 받아내는 것보다는 그래도 잔소리 좀 듣고 사는 게 낫다’는 마음으로 ‘아이고, 여보, 그랬구나. 그래, 그래, 당신 말이 맞다.’ 이렇게 등 두드려주며 살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고칠 거라는 전제하에 들어가려면 가지 말라는 거예요.
들어가고는 싶지만 못 들어가고 있었는데 마침 남편이 빌러 오니까 그걸 빌미로 들어가려고요? 턱도 없는 소리입니다.(청중 웃음) 들어가려면 그런 말 믿지 말고 그냥 들어가세요. 남편은 옛날 모습 그대로입니다. 대신에 질문자가 바뀌어야 해요. 남편은 그대로지만 ‘내가 옛날엔 악쓰고 살았지만 이제는 악쓰고 살지는 않겠다. 주정은 병이다. 다른 병 수발하는 것보다는 그 병 수발하는 게 낫다’ 이렇게 생각하면 괜찮습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괴로워 말고행복할 자기권리 당당히 누려야스님은 ‘닫는 말씀’으로 우리가 어떤 마음 자세를 가져야 행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지 이야기해주었습니다.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얼굴이 검든 희든, 노인이든 청년이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종교가 뭐든, 어릴 때 성추행을 당했든 학대를 받았든, 지금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다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이혼해서, 애가 있어서,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이런 핑계를 자꾸 대면서 ‘나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건 자기 권리를 포기하는 겁니다. 이미 지나간 옛날 기억에 사로잡히거나 오지도 않은 미래의 상상에 사로잡혀 꿈속을 헤매면서 괴로워하는 거예요. 그런 과정을 겪고도 지금 안 죽고 살았잖아요. 지금 살아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지만 사는 동안에는 누구나 다 행복할 권리가 있고, 행복할 수가 있습니다.그러니 자기 괴로움을 자꾸 합리화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자꾸 이유를 대는 건 ‘나는 괴로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예요. ‘애가 시험에 떨어져서 괴롭다’, ‘남편이 술을 마셔서 괴롭다.’ 다 이해는 됩니다. 그건 결국 자기가 괴롭고 싶다는 소리일 뿐이에요. 얼마나 괴롭고 싶으면 온갖 이유를 다 갖다 대면서 괴롭다고 그렇게 주장하겠어요? 그러니 그런 핑계 대지 말고 ‘지금부터 나는 행복할 수가 있다’는 걸 아세요. 그걸 두고 부처님은 ‘모든 중생은 다 부처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라는 말은 ‘행복하게 살 수가 있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은 다 하나님 앞에 평등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다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했어요. 하나님의 아들이 괴로워해서 되겠어요? 그러니까 자꾸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괴로워하지 마세요. 우리는 다 행복할 권리가 있고 행복할 수가 있습니다. 이걸 아시고 모두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자기 권리를 포기하지 마세요. 행복할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하며 사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정토회 ‘스님의 하루’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