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고향을 찾고 그리운 가족들을 만나는 설! 하지만 더 이상 우리에게 설이 반갑지만은 않게 되었다. 설을 지내며 가족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이혼율이 증가하며, 아귀다툼 속에 서로에게 상처만을 남기는 일이 흔한 설 풍경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기기도 하였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그간 물질만능주의를 추구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지만, 그 결과 오욕칠정(五慾七情)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다. 물질의 욕심이 사람의 성품과 인성의 눈을 가릴 때 마음에 욕심, 화, 어리석음 등이 일어나고, 그리하여 탐, 진, 치가 온갖 정신병과 범죄를 만들어 개인, 가정, 사회, 국가를 차례차례 위태롭게 한다.
이렇게 험악해져가는 사회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 인성교육이다. 필자도 동국대 평생교육원에서 인성지도사를 양성하는 교육을 하고 있으나, 인성을 가르칠 수밖에 없는 지금의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그간 우리는 인성을 따로 교육받지 않고 자연스레 자라나며 익힐 수 있었다. 그것은 인성의 기반이 효에 있었기 때문인데, 효는 가정의 다양한 의식생활을 통해 익혀지는 것이었다. 인성 또한 가정에서 이루어지면 되는 것을 따로 돈과 시간을 들여 교육이란 이름하에 배워야 하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우리 민족에게는 차례라는 효의 의식이 남아 있다. 차례란 무엇인가?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여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으로 조상들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의식이다. 이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닐까?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한 모습인가! 불편한 절차와 허례는 걷어내고 차례가 가진 숭고한 정신과 본질은 이어간다면 가정에서 인성이 자연스레 교육되리란 희망을 볼 수 있다.
차례를 통해 인성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네 가지가 있다. 첫째로 맑은 차를 올려 조상님께 감사하는 것이며, 둘째는 조상으로부터 연결된 자신의 존재 인식을 통해 자랑스러운 자손으로 살기를 다짐하는 것이다. 셋째는 차례를 지내며 만나는 가족이 한 가족임을 가슴 깊이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며, 넷째로 주변의 미물 즉 다른 동식물에게도 마음을 나눌 수 있어야 함이다.
만 가지 일이 이뤄지길 바란다면 가정의 화목을 먼저 이뤄야 한다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차례를 지내려 오랜만에 모인 가족이 마음을 열고 진실한 대화를 나누며 상대방 처지에서 이해하려 한다면 여기에서 바로 소통과 화목 속에서 만 가지 복이 일어나는 것이다!
인생을 한마디로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 하여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물질을 포기하고 살라는 말이 아니라 물질에 목매느라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과 추억을 잃어버리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을 전해드린다.